1화:다이아몬드를 먹는 짐승들
2025년 5월 14일 늦은 밤 10시
“살려주세요!”
수성(水城) 시의 중심에 자리를 잡은 팔달(八達) 산 화성(華城) 공원 서쪽 능선에 30대로 보이는 한 젊은 여자가 애처롭게 비명을 지르며 정신없이 뛰쳐나왔다.
“크르릉,”
그 여자로부터 10미터 정도 떨어진 뒤에서는 송아지 크기만 한 시커먼 짐승 세 마리가 사납게 으르렁대며 바짝 따라붙고 있다. 공포에 하얗게 질린 여자는 한동안 제대로 먹지 못한 듯 비쩍 말랐지만, 도망치는 속도는 엄청나게 빨랐다.
울퉁불퉁한 돌이 여기저기 널려있는 거친 산길을 달린 탓에 그녀의 맨발은 이미 피범벅이 되어 있었지만, 여자는 짐승의 먹이가 되지 않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내달렸다.
“도와주세요! 제발,”
두려움에 질린 여자는 퀭한 눈동자로 쉴 새 없이 주변을 돌아보며 애처롭게 구원의 소리를 질러댔다. 하지만 밤늦은 시간이라서 그런지 그녀를 구할 흑기사는 나타나지 않았다.
“제발 나 좀 살려달라고!”
그녀는 팔달산 아래 불야성을 이루고 있는 무심한 시내를 향해 절망과 원망이 뒤섞인 시선으로 악을 쓰다가, 피비린내 풍기는 야수들의 거친 숨결이 훅 밀려오자 혼비백산하여 다시 죽기 살기로 도망쳤다.
그 덕분에 여자는 짐승들과의 거리를 많이 벌릴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시내로 넘어가는 108 계단까지 도망쳤다. 경사가 심한 돌계단 밑에서 이어지는 긴 소방 도로 끝에는 행인들의 모습마저도 어른거렸다.
마침내 무시무시한 맹수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출구에 도착한 것이다. 그런데 돌계단을 단숨에 뛰어 내려갈 것 같던 여자가 갑자기 주춤했다.
“……!”
화강암으로 만든 돌계단은 경사가 매우 심해 그곳으로 정신없이 뛰어 내려가다가는 자칫 뇌진탕으로 죽을 수도 있었다. 그것이 무서웠는지 여자는 갑자기 방향을 바꿔 돌계단 옆에 조성된 우거진 수풀 속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여자의 치명적인 실수였다. 여자가 서너 걸음도 채 떼기도 전에 어느새 바람같이 뒤쫓아온 세 마리의 짐승들은 그녀를 무자비하게 덮쳐 버렸다.
“악!”
날카로운 이빨에 가냘픈 목덜미를 물려버린 여자는 맥없이 덤불 속으로 넘어졌다. 극심하게 요동치는 덤불 속에서 여자의 가냘픈 비명만이 부질없이 새어 나왔다.
그런데 먹이를 두고 서로 격하게 다투는 듯한 짐승들의 포효 소리가 난무하던 덤불 속에서 갑자기 빛나는 물체 하나가 툭 튕겨 나와 풀밭에 떨어졌다.
그것은 푸른빛을 강렬하게 내뿜는 아몬드 크기만 한 다이아몬드였다.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서 세 마리의 짐승이 덤불 속에서 서로 밀치며 튀어나왔다.
그들 중 덩치가 제일 큰 짐승이 주둥이로 재빠르게 다이아몬드를 물어 낚아챘다. 그것을 보고 이마에 하얀 줄이 나 있는 다른 짐승이 그 다이아몬드를 빼앗으려고 미친 듯이 덤벼들었다. 하지만 덩치 큰 짐승이 붉은 눈알을 번뜩이며 앞발을 들어 그놈을 사납게 후려치자, 그것은 금방 깨갱거리고 뒤로 물러났다.
세 번째 놈도 덤벼들다가 덩치 큰 놈이 사납게 으르렁대자, 꼬리를 내리고는 슬금슬금 물러섰다. 두 짐승을 가볍게 제압한 덩치 큰 짐승은 땅바닥에 놓쳐버린 다이아몬드를 붉은 혓바닥으로 감아 잽싸게 삼키고 말았다. 그러고는 의기양양하게 어두운 숲으로 사라져 갔다. 나머지 두 짐승은 녀석의 꽁무니만 원망스럽게 한참을 쏘아본다. 그러다가 결국은 솟구치는 분노를 참지 못하겠다는 듯 애꿎은 밤하늘을 향해 사납게 울부짖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