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華城)에서 슈퍼 다이아몬드 캐는 법1

2화:호박이 넝쿨째 오다

by 김정걸

2025년 5월 15일

그날 30대 초반의 잘생긴 젊은 남자 유진은 수성(水城) 시 한가운데에 있는 팔달산을 향해 천천히 조깅을 하고 있었다.

서쪽 하늘을 물들이고 있는 황금빛 저녁노을이 너무나 아름답다.

유진은 등짝에 ‘대한검도’라는 글자가 희미하게 박힌 녹색 운동복을 걸치고 쥐색 등산 바지를 입고 달렸다. 팔달산을 둘러싼 화성(華城)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언덕길을 뛰는 바람에 다리는 팍팍했지만, 마음만은 황금빛 노을 이상으로 찬란히 빛나고 있었다.

“유진, 너는 성공한 훈남이야.”

올해 34살이 되는 유진은 숨도 돌릴 겸 잠깐 멈춰 서서 장엄하게 물들고 있는 노을을 바라보며 자신을 힘차게 격려했다.

유진은 백수로 몇 년 고생하다가 지금은 모두가 부러워하는 신(神)의 직장인 모(某) 금융 공사(公社)에 들어가 인생의 황금기를 누리고 있었다. 조만간 대리로 승진할 것이 확실한 그는 탄탄한 직장의 후광으로 30대 초반의 아리따운 여자 가희와도 어렵지 않게 인연을 맺게 되었다.

그들은 오는 7월에 결혼할 예정이다. 모든 것이 무서울 정도로 순조로웠다. 굳이 문제라고 한다면 그보다 서너 살 위의 직장 상사 상철이 툭하면 그를 갈군다는 것이었다.

“이 자식아, 그 따위로 일하면 확 잘라버린다!”

하지만 직장 상사의 무례한 잔소리도 외로운 독신남의 시기라고 여기니 즐길 만했다. 더구나 취업을 못해 무척 힘들어하는 주변의 친구들에 비하면 그는 천국에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유진은 아름다운 노을 속을 달리는 가운데 새삼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라고 깊게 느꼈다.

“역시 스트레스를 죽이는 데에는 석양 속에서 하는 조깅이 최고야.”

만족한 미소를 짓던 유진은 본격적으로 조깅을 하려는 듯 화성(華城)의 정상을 향해 힘차게 뛰었다.

“……!”

그런데 오솔길을 달려 산모퉁이를 막 도는데 한 사내가 난데없이 확 튀어나왔다. 유진이 급히 몸을 틀어 피하려고 했지만 그만 사내와 정면으로 부딪치고 말았다.

“아이코!”

비명을 지르며 길바닥에 나동그라진 유진은 가슴에 심한 통증을 느껴 쉽게 일어날 수가 없었다.

청바지에 검은색 점퍼를 걸친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사내도 부딪친 곳이 매우 아픈지 잔뜩 인상을 찡그렸다. 사내의 얼굴은 각졌고 눈매는 매우 날카로웠다. 평범한 사내가 아니었다.

“괜찮아요?”

지레 미안한 유진이 얼른 묻자, 사내는 그에게 사나운 눈빛을 날리고는 서둘러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마치 누구한테 쫓기는 사람처럼 자신이 뛰어오던 쪽을 급히 살펴보았다.

역시나 모퉁이 쪽에서 누군가 급하게 뛰어오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매우 다급한 듯 사내는 유진에게 얼른 다가왔다. 그러고는 재빨리 자기 점퍼에서 노란색 작은 주머니를 꺼내더니 그에게 쓱 내밀었다. 그리고 마치 랩을 하듯이 그에게 빠르게 내뱉었다.

“이봐요, 친구, 이것을 잘 보관해!”

“뭐라고요?”

여전히 뻐근한 가슴팍을 어루만지던 유진은 영문을 몰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사내에게 되물었다.

“나중에 찾으러 올 테니 잘 숨겨줘. 저놈한테 절대 이것 뺏기지 마! 알았어!”

지시하듯 내뱉은 사내는 엉거주춤 서 있는 유진의 손에 주머니를 쥐여주었다.

유진이 얼떨결에 건네받은 작은 주머니는 꽤 묵직했다. 사내는 점점 가까워지는 발소리를 의식한 듯 얼른 그에게서 떨어지며 소리쳤다.

“그리고 당신도 빨리 피해! 빨리 도망가라고!”

사내는 까닭을 물으려고 하는 유진에게 연거푸 재촉하고는 다리를 절뚝거리며 서둘러 노을 지는 서쪽을 향해 달아났다.

“……!”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직감한 유진은 발소리가 점점 커지자 마침 옆에 있던 대리석 조형물의 뒤로 얼른 몸을 숨겼다. 간발의 차이로 발자국의 주인공인 듯 험상궂게 생긴 웬 남자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조형물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갈색의 트렌치코트를 걸친 선글라스의 남자는 놀랍게도 시커먼 권총을 들고 있었다. 남자는 점점 멀어지는 사내의 뒷모습을 발견하고는 주저하지 않고 양손으로 권총을 부여잡고 그를 정조준했다.

“네가 어딜 도망가!”

그의 비아냥이 끝나기 무섭게 인적이 뜸하던 오솔길에 두 발의 총성이 날카롭게 울렸다. 동시에 모퉁이를 막 돌아가던 사내가 비명을 지르며 푹 쓰러졌다.

“잡았다!”

남자는 환호성을 지르며 사내가 쓰러진 곳으로 쏜살처럼 뛰어갔다. 그리고 가슴에 붉은 피를 흥건하게 흘린 채 즉사한 사내의 온몸을 빠르게 뒤졌다.

“젠장!”

그런데 그자는 자신이 원한 것을 찾지 못한 듯 버럭 화를 냈다. 남자는 혹시나 하는지 주변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열심히 두리번거렸다. 그의 예리한 시선이 대리석 조각상에 꽂혔다.

“……!”

화들짝 놀란 유진은 얼른 몸을 더 깊숙이 숨겼다. 유진을 미처 발견하지 못한 남자는 죽은 사내에게 시선을 돌리더니, 그의 몸을 구둣발로 거칠게 냅다 걷어차며 화풀이했다.

“이 새끼가 대체 다이아몬드를 어디에 숨긴 거야? 에잇, 짜증 나!”

남자는 한참을 혼자서 미친놈처럼 소리를 지르더니 잠시 후 하릴없다는 듯 어디로 가버렸다.

조각상 뒤에서 겁에 질려 숨을 죽이고 있던 유진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총을 맞은 사내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쫓아가서 감히 확인해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혹시라도 조금 전 총질을 하던 남자가 다시 돌아와 마주치기라도 한다면 자신도 개죽음당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게 뭐지?”

잠시 후 긴장이 풀리자, 유진은 그때까지 꼭 쥐고 있던 노란색 주머니를 슬그머니 내려다보았다. 무자비하게 총질하던 정체불명의 남자는 분명히 그 주머니를 찾고 있었음이 틀림없었다.

“대체 이 안에 뭐가 들었길래 대낮에 사람을 죽이는 거야?”

혼자 중얼거리던 유진은 치솟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주머니를 조심스럽게 열어보았다. 그런데 주머니 안에는 정말 다이아몬드처럼 생긴 것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그것들이 내뿜는 영롱한 광채가 심상치 않았다.

“다이아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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