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화: 가치 창조하는 슈퍼 다이아몬드
그러나 잠시 후 뭔가를 생각해 냈는지 지우의 두 눈이 반짝했다.
“가희 씨는 이왕 사라졌으니 어쩔 수 없고 대신 다른 사람들을 구해주죠?”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자고?”
“네. 유진 씨의 말대로 희망을 나눠주자고요”
“그래. 그것도 나쁘지는 않군.”
원래 심성이 좋았던 유진은 지우의 제안에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
잠시 후 두 사람은 인계동에 있는 어느 대학 병원의 호스피스 병동에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는 호스피스 병동이야.”
유진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지우에게 나지막이 속삭였다.
“호스피스 병동?”
“희망이 없는 말기 암 환자들이 마지막을 준비하는 곳이야.”
“우리 슈퍼 다이아몬드가 가장 필요한 곳이네.”
지우가 고개를 끄떡이자 유진은 어느 병실 안으로 조용히 들어섰다.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창문의 커튼을 내린 탓에 병실은 죽음의 세계처럼 어두침침했다.
그곳에 6명의 환자가 죽은 듯이 잠들어 있었다.
유진은 침상의 머리맡에 붙어있는 이름과 나이를 하나씩 살펴보다가 소아암에 걸린 아홉 살짜리 ‘샛별’이라는 여아가 누워있는 침상의 커튼을 들치고 들어갔다. 침상에는 앳된 소녀가 고통스러운 얼굴로 잠들어 있었다.
유진이 지우에게 눈짓하자 그녀는 등에 멘 백팩에서 쇠가죽 주머니를 재빠르게 꺼냈다. 쇠가죽 주머니는 마치 볼링공을 담아둔 것처럼 둥근 모양을 하고 있었다.
“자, 받아.”
지우는 쇠가죽 주머니에서 슈퍼 다이아몬드를 조심스럽게 꺼내어 유진에게 건넸다. 유진이 그것을 받아 어린 소녀의 하얀 손에 접촉하자, 이제껏 핏기 없는 얼굴로 죽은 듯이 눈 감고 있던 소녀가 눈을 반짝 떴다. 마치 편안한 긴 잠을 푹 자고 깨어난 듯한 생기가 넘치는 맑은 눈동자였다. 지우가 그것을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유진에게 속삭였다.
“이 슈퍼 다이아몬드가 제대로 힘을 발휘한 것 같아.”
“정말 불가사의해.”
유진은 지우와 힘차게 하이 파이브를 하면서 환호했다.
“가치를 창조한 거야.”
“그럼. 이제 또 다른 가치 창조를 위해서 출발하자고!”
“오케이!”
그로부터 두어 시간 동안 유진과 지우 두 사람은 호스피스 병동을 여기저기 헤집고 다녔다. 이윽고 두 사람이 병동에서 빠져나올 때쯤에는 환자복을 입은 수십 명의 사람들이 생기를 되찾은 얼굴로 그들 뒤를 따라 나왔다. 어린 샛별이를 비롯한 암 환자들은 병원 정문 앞에서 유진과 지우를 향해 열광적으로 손을 흔들며 배웅했다.
6월 8일 다음 날부터 두 사람은 아예 오토바이를 구입하여 그것을 타고 다니면서 본격적으로 슈퍼 다이아몬드로 사람들을 치료해 주고 다녔다. 치료는 사람들이 받았지만 정작 유진과 지우의 얼굴이 더욱 밝아졌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생겼다.
유진과 지우가 은밀히 슈퍼 다이아몬드로 사람들을 치료해 주고 바람처럼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슈퍼 다이아몬드의 효험에 대해서 입소문이 나면서 불청객이 붙은 것이었다.
여기저기서 돈은 요구하는 대로 줄 테니 슈퍼 다이아몬드를 자기들에게 팔라는 전화가 빗발쳤다.
그날도 어느 중년 여자의 난소암을 치료해 주고 돌아가는데 갑자기 유진의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무심코 전화를 받던 유진의 얼굴이 갑자기 심각해졌다.
“아, 그래요? 알겠습니다. 당장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유진이 전화를 끊자 지우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무슨 전화야?”
“어떤 분이 우리 슈퍼 다이아몬드가 무척 필요하대.”
“심각한 환자인가 봐?”
“자기 노모가 대장암 말기래.”
“거기가 어디인데.”
지우가 궁금해하는데 마침 택시 한 대가 그들 앞으로 다가왔다. 유진은 다짜고짜 그 택시를 불러 세웠다.
“광교 호수. 일단 먼저 가 보자.”
잠시 후 두 사람은 광교 호수의 입구에 도착하여 택시에서 내렸다. 그들은 시원한 바람이 부는 호수 둑방 길을 따라 걸었다. 그들은 말없이 5분 정도 걷다가 인적이 끊어진 으슥한 오솔길로 접어들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왜 이렇게 외진 곳에서 만나자고 해?”
지우가 의아한 시선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묻자, 유진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 대꾸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했겠지.”
“그러면 다행이고.”
지우는 불안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었다. 유진은 조금 더 걷다가 자신이 약속한 장소에 도착했는지 새삼 주위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러던 그가 갑자기 환한 얼굴로 오솔길 한쪽을 손으로 가리켰다.
“어? 저 사람 같은데.”
지우가 시선을 돌려 바라보니 그곳에 검은색 코트에 선글라스를 끼고 가방을 든 키 큰 사내가 서 있었다. 유진이 성큼성큼 그를 향해 걸어가면서 반갑게 손을 흔들어 보이자 사내도 전화로 이미 유진의 인상착의를 파악했는지 손을 들어 응대했다. 사내 앞에 선 유진은 그를 빠르게 훑어보면서 물었다.
“김 선생님?”
“그렇소. 유진 씨 맞지요?”
“네.”
유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사내도 환하게 웃으며 유진의 악수를 받았다.
“물건은 가지고 왔겠죠?”
사내는 마음이 급한 듯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건 유진도 마찬가지라 지우가 짊어지고 있는 백팩을 손으로 가볍게 툭 치며 말했다.
“아, 그럼요. 어머니는 어디 계시죠?”
“저기 보이는 전원주택에 계십니다.”
사내는 그들로부터 1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2층짜리 단독건물을 가리켰다.
“아, 그래요? 어서 가시죠.”
유진이 마음이 급한 듯 그곳으로 걸음을 떼자 김 선생이라는 사내는 웬일인지 머뭇거렸다.
“굳이 거기까지 갈 필요가 없는 것 같소.”
그의 말투가 이상했다.
“그게 무슨 말씀인지?”
유진이 의아한 표정으로 돌아보자 사내는 코트에서 권총을 꺼내어 두 사람을 겨누었다.
“슈퍼 다이아몬드는 내가 필요하다는 소리야.”
사내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그제야 유진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눈치챘다.
“당신, 우리를 속인 거야?”
“잔말 말고 슈퍼 다이아몬드를 꺼내!”
사내가 무섭게 협박하자 유진은 난처한 얼굴로 지우를 돌아보았다. 지우가 의외로 내주라는 눈짓을 했다. 유진은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슈퍼 다이아몬드를 백팩에서 꺼냈다. 태양 빛에 반사되어 슈퍼 다이아몬드가 황홀한 빛을 내뿜었다.
“오, 역시 소문대로군.”
사내는 슈퍼 다이아몬드를 들여다보며 몹시 흡족한 듯 감탄사를 연발했다. 유진은 두려운 표정으로 사내에게 물었다.
“이제 우리는 가도 됩니까?”
“가긴 어딜 가? 여기서 죽어야지! 흐흐,”
사내는 음흉하게 웃으며 주위를 쓱 한번 둘러보더니 두 사람을 즉각 처리하겠다는 듯 총의 안전장치를 풀었다.
“잠, 잠깐만, 진정합시다.”
얼굴이 하얗게 변한 유진이 그를 제지하려고 했지만, 사내는 냉혹한 미소를 지으며 주저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윽!”
그런데 잠시 후 정작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진 것은 놀랍게도 그 사내였다. 이마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사내는 땅바닥에 기관단총을 떨어뜨리고 통나무처럼 무너졌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뜻하지 않은 상황에 당황하던 유진의 시선이 문득 지우의 손끝에 닿았다. 그녀의 손끝이 불 속에 담금질한 것처럼 붉게 달아 있었다.
“지, 지우가 이놈을 해치운 거야?”
“응. 우리가 죽을 수는 없잖아? 다행스럽게도 레이저가 딱 맞추어서 나와주었어.”
“휴, 어쨌든 덕분에 살았어.”
유진은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지우에게 고마워했다. 하지만 지우는 고개를 저었다.
“따지고 보면 당신 덕분에 당신이 산 거야.”
“나 때문에?”
“당신이 전에 내게 준 다이아몬드가 레이저를 생성시킨 것이니까.”
“아하. 그렇군.”
유진이 그제야 알겠다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지우는 씩 웃고는 주변을 다시 살펴보다가 화들짝 놀랐다. 전방 200미터 오솔길에서 대여섯 대의 오토바이가 쏟아져 나오더니 그들을 향해 달려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사방에 도적 떼 천지군.”
지우는 즉각 유진의 손을 잡아끌고 달리기 시작했다. 곧바로 그들의 주변으로 수많은 총알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면서 스쳐 지나갔다.
기겁한 지우는 손끝으로 맹수처럼 달려드는 오토바이 무리를 향해 레이저를 발사했다. 번개처럼 번쩍하는 레이저를 제대로 얻어맞은 서너 대의 오토바이가 요란하게 폭발하면서 섬광이 일어났다.
잠시 후 두 사람은 유진의 자취방으로 겨우 돌아왔다. 그들은 혹시 오토바이 무리가 그들을 찾아낼까 봐 전전긍긍하면서 오후 내내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이런, 꼼짝없이 갇혀버렸네.”
연신 창밖을 경계하던 유진이 푸념하듯 혼자 중얼거렸다. 그의 말에 지우가 곁으로 다가와 창밖을 살펴보며 대꾸했다.
“그럼 남을 위해 일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인 줄 알았어?”
“그래. 이 정도 갖고 포기할 수는 없지.”
유진은 제법 땅거미가 진 골목길을 내려다보며 나름대로 각오를 단단히 다졌다. 그런데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어둑어둑한 밤하늘에 홀연히 박쥐 떼가 나타났다. 놈들은 두 사람이 묵고 있는 집을 향해 곧장 날아오고 있었다.
“저것들이 여기를 어떻게 찾아냈지?”
유진이 깜짝 놀라면서 지우를 돌아보자, 그녀는 박쥐 떼를 노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휴, 우리 슈퍼 다이아몬드가 발산하는 빛을 저놈들이 본능으로 감지한 거야.”
“이런,”
“그런데 놈들이 손님들을 달고 왔어.”
지우는 창문으로 무섭게 돌진하는 박쥐 떼를 향해 서둘러 레이저를 발사하면서 걱정스럽게 되뇌었다.
“손님? 그게 무슨 말이야?”
유진이 불안한 표정으로 되묻자 지우는 어두운 골목길 입구를 손으로 가리켰다. 골목길로 강력한 헤드라이트를 번쩍이며 오토바이들이 떼를 지어 들어서고 있었다. 광교 호숫가에서 두 사람에게 총질하던 놈들 같았다.
“우리를 감지한 박쥐들이 저놈들에게 우리 위치를 알려준 거야.”
“망할 놈의 박쥐 새끼들!”
유진이 박쥐들에게 욕설을 퍼붓는 순간 창문 유리창이 날아온 총탄에 의해서 요란하게 박살이 나고 말았다.
“앗! 조심해!”
지우는 새파랗게 질려버린 유진을 끌어당기고는 자취방에서 뛰쳐나갔다. 하늘에서는 박쥐 떼가 추격해 왔고 땅에서는 총을 든 사내들이 악착같이 따라붙었다. 그렇게 해서 두 사람은 밤새 도망자 신세가 되고 말았다.
아침이 되자 유진과 지우는 박쥐들의 레이다 망에서 간신히 벗어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오토바이 무리도 따돌릴 수 있었다. 그러나 밤이 되면 여지없이 박쥐들이 다시 따라붙었고 슈퍼 다이아몬드를 노리는 약탈자들의 공격도 재개되었다. 그 와중에도 지우는 박쥐와 오토바이 사내들을 막아 내면서 경호원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그러다 두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4대 천왕들이 나타나 도와주었다.
“아, 도망치는 것도 정말 피곤하군.”
끊임없이 쫓기는 위험한 상황이 사흘째 되는 날 유진은 어느 마트 앞에 놓인 의자에 털썩 앉으면서 지우에게 죽는소리를 했다. 하지만 지우는 정말 속없는 여자처럼 유진에게 해맑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난 그래도 유진 씨하고 같이 움직이니까 행복해.”
지우는 그 어느 때보다도 진심으로 말했다.
“나도 한편으로는 뿌듯해. 하지만 계속 도둑들에게 쫓기다 보니 차라리 슈퍼 다이아몬드를 팔아버리고 편하게 사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
한숨을 내쉬며 대꾸하는 유진의 말속에 그 어느 때보다도 진심이 담겨있는 것을 발견한 지우는 당혹스러웠다.
6월 10일 오후
그날도 마침 두 사람이 유진의 자취방에서 다음 희망 치료에 대해서 의논하고 있을 때 4대 천왕들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쳐들어왔다.
“무슨 일들이야?”
지우가 뜨악한 시선으로 묻자 앞에 우뚝 선 지국천왕이 총대를 멘 듯 정색하고 입을 열었다.
“폐하, 지금 신물(神物)이 화성(華城)에 없는 관계로 화성 제국의 많은 중생들이 신성(神性)을 잃어버리고 인간처럼 죽어가고 있습니다. 이제 신물(神物)을 원래 자리에 갖다 놓고 화성 제국을 정상화하시죠.”
지국천왕의 요청을 강압으로 받아들였는지 지우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지국천왕, 이제 화성(華城)의 중생들도 자연의 순리를 따라야 해. 우리들만 영원히 살 수 없잖아?”
지우가 너무나도 태연하게 말하자, 지국천왕은 기가 막히는지 입만 벌릴 뿐 제대로 대꾸를 못 했다. 그런 그를 보고 지우가 싱긋 웃었다.
“또 세상에는 우리 슈퍼 다이아몬드로 구해야 할 사람들이 많이 있어. 진리는 가만히 있으면 안 돼. 가치를 창조해야 해.”
그녀의 말에 지국천왕은 복장이 터지는 듯 다시 언성을 높였다.
“하지만 신물(神物)이 시내 한가운데에 있는 바람에 흡혈박쥐들도 덩달아 세상에 출몰하여 사람들을 해치고 있습니다.”
“흠. 결국 흡혈박쥐가 문제군.”
“소수의 사람을 돕는 사이에 더 많은 사람이 흡혈박쥐 때문에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건 정말 모순 아닌가요?”
“원래 인생은 모순투성이야.”
“폐하, 그렇게 한가하게 말씀하실 때가 아닙니다. 신물(神物)을 빨리 제자리에 갖다 놓고 흡혈박쥐를 제거해야 합니다.”
“박쥐가 그토록 무서워?”
지우는 지국천왕의 요청을 피해 가고 싶은지 자꾸 딴청을 피웠다. 그런 지우의 마음을 눈치챈 지국천왕은 더욱 간곡하게 하소연했다.
“물론 사람들도 흡혈박쥐를 사냥하면서 나름대로 대처하고 있지만 은밀히 공격하는 흡혈박쥐들을 다 막지는 못합니다. 특히 어린 아이나 여성들 그리고 노인들의 피해는 막심합니다.”
“아, 사람들이 너무 약해 빠졌어! 그깟 흡혈박쥐에게 쩔쩔매다니,”
“그렇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흡혈박쥐를 인간 세상에 불러들인 것은 폐하이십니다.”
지국천왕의 뼈를 때리는 지적에 지우는 화를 발칵 내며 안락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또 그 소리! 알았어. 내가 박쥐 대왕 대마령을 불러서 경고할게.”
“그것보다는 슈퍼 다이아몬드를 빨리 제 자리에 갖다 놓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입니다.”
지국천왕의 목소리가 점차로 커지자 지우는 지국천왕을 뚫어지게 쏘아보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지국천왕, 너 혹시 우리 둘 사이를 질투해?”
“넷?”
느닷없는 지우의 지적에 매우 곤혹스러운 듯 지국천왕의 얼굴 근육이 파르르 떨었다.
“아니면 그만 툴툴거려!”
지우의 날 선 짜증에 지국천왕은 뭔가 더 말하려고 하다가 자존심이 상한 듯 그만 입을 닫고 말았다. 지우도 좀 심했나 싶은지 얼른 표정을 누그러뜨리고는 4대 천왕을 향해 말했다.
“좋아, 슈퍼 다이아몬드를 제 자리에 갖다 놓는 대신 흡혈박쥐들을 모조리 소탕해 버리겠다!”
“모조리 소탕한다고요?”
지우의 과격한 주장에 4대 천왕들은 모두 놀란 듯 입을 쩍 벌렸다.
“그래. 오빠들의 친위대를 출동시켜서 놈들의 씨를 모두 말려버리고 말겠어! 흡혈박쥐와의 전쟁을 선포한다!”
주먹을 불끈 쥔 지우는 곧장 유진과 함께 화성행궁으로 돌아가 오빠들을 편전에 불러 명을 내렸다.
“오라버니들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사람들을 괴롭히는 흡혈박쥐들을 모두 소탕하세요.”
“폐하, 걱정하지 마시죠, 저희가 박쥐들을 모두 깨끗하게 정리할 테니까요.”
친위대장 제복을 멋있게 차려입은 백랑이 활기찬 목소리로 호탕하게 화답했다.
“그동안 몸이 근질근질했는데 잘됐어요! 몸 좀 풉시다!”
흑랑 그리고 청랑도 검을 뽑아 들고 맞장구를 치며 호응했다.
그날 오후부터 지우 오빠들이 지휘하는 수백 명의 친위대는 대대적으로 흡혈박쥐를 소탕하기 위해 전군 훈련에 들어갔다.
훈련에 돌입한 지 이틀째 되는 날 난데없이 커다란 흡혈박쥐 한 마리가 지우 오빠들로부터 훈련 상황 보고를 받는 지우 앞으로 날아왔다.
“앗, 흡혈박쥐다!”
박쥐를 발견한 지국천왕이 신속하게 몸을 날려 지우를 보호했다. 그런데 그 흡혈박쥐는 쥐고 있던 두루마리를 지우 앞에 툭 떨어뜨리고는 창문 밖으로 다시 쌩하고 나가버렸다.
“이게 뭐지”
지우가 얼른 그것을 집어 펼쳤다. 내용물을 읽던 그녀가 매우 들뜬 표정으로 지우 오빠들을 돌아보았다.
“박쥐 대왕 대마령이 나를 만나고 싶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