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없는 성공은 없다.
이 글을 쓰는 동안 나의 귓가에 늘 맴돌았던 음악이 있었다. 산타나의 음악들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8년 동안 나를 위로해 주었던 몇 안 되는 음악이기도 했다. 그의 음악을 일부러 들은 것은 내가 좋아하기도 하지만 의도적이기도 했다. 그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 보고 싶어서였다.
그는 1969년 우드락 페스티벌에서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1980년대부터 1990년대 말까지 상업적으로 실패를 거듭했다. 전설적인 기타리스트에게도 힘든 시기가 있었다. 아니 10여 년간 계속되었다. 끝이 보이지 않은 블랙홀 속에 혼자 덩그러니 던져져 있었다. 탈출할 방도를 필사적으로 모색했지만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도망치듯 칩거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는 자신만의 시간을 오롯이 갖고 부족한 것이 과연 무엇인지를 찾아 헤맸다.
1996년쯤에 팬들 기억 속에 잊힌 전설에 한 줄기 빛이 들어왔다. 아리스타(Arista) 레코드사의 사장이자 미국 대중음악계의 파워 맨인 클라이브 데이비스(Clive Davis)가 러브 콜을 보내온 것이다.
그는 “당신은 할 수 있다.”라며 카를로스 산타나에게 기운을 북돋아 주었다. 1999년 발표한 음반에 대한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그래미상 8개 부문을 수상하는 메가톤급 핵폭탄의 위력을 발휘했다. 데뷔 앨범이 빌보드 앨범 차트 2위에 오른 이후, 30년 만에 11주간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오른 곡을 탄생시켰다. 지금까지도 전설의 활약은 계속되고 있다.
실패하지 않고 잘 나가기만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많은 이들이 본능적으로 실패를 두려워한다. 실패는 많은 것을 한순간에 앗아가기 때문이다. 특히 사업에 대한 실패는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회복하기 힘들다.
내가 그랬다. 사업에 실패하니 선물이 보따리 채 들어왔다. 빚, 마음고생, 잠잘 시간도 없게 만드는 생계형 직업들, 허리 통증, 무릎 통증 등 너무 많은 선물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실패가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놀라운 배움과 성찰의 기회를 준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실패를 겪고 실의에 빠져 살던 어느 날 ‘실패를 겪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힘이 났다. 사업 실패 후 8년 동안 그런 힘으로 인생 경험을 다양하게 했다. 그 경험은 나의 인생을 크게 변화시켜 주었다.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패는 인생의 한 부분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 순간 실패는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생 계속 안고 가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넘어지면 일어서서 걸어가는 것처럼 말이다.
창업자들은 실패를 두려워한다. 두려움이 큰 것은 경제적 어려움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타인의 사례들을 통해 갖게 된, 재기가 불가능에 가깝다는 선입견도 한몫한다. 경제적 어려움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만들기도 한다. 어찌 보면 우리가 말하는 사랑은 안정된 경제적 토대 위에서만 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결혼식에서의 맹세가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알게 된다. 다행히 내게는 힘들 때도 곁을 떠나지 않고 함께해 준 아내가 있었다. 참 감사한 일이다.
힘들거나 실패했을 때 일부러 바다를 찾곤 한다. 서퍼들의 파도 타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다. 화려하게 파도를 타는 서퍼들도 물에 수백 번 빠졌을 것이다. 파도를 탈만 하면 빠지고 그런 행동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제법 파도를 즐기며 타게 된다. 서핑을 잘 타는 방법은 따로 없다. 빠지고 넘어져야 한다. 단 한 번에 파도에 올라서려는 요행을 바라는 대신 파도를 온몸으로 익히면서 넘어지고 일어서는 일을 묵묵히 반복하면 되는 것이다. 그래야 파도를 온전히 즐기며 탈 수 있게 된다.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 알파인 스키 선수들의 경기를 직접 볼 기회가 있었다. 선수들은 저마다의 1분 혹은 2분 남짓한 활강을 통해 그동안 갈고닦은 기량으로 경쟁하고 성적표를 받는다. 때로는 넘어지고 미끄러지기도 하지만 그런 실패의 과정에 자신의 한계를 넘으며 자신의 역량을 한껏 끌어올린다.
창업자들도 같은 과정을 겪는다. 아니, 겪을 수밖에 없다. 수많은 위기와 실패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실패는 곧 시도를 의미한다. 행동을 해본 사람만이 실패도 성공도 맛볼 수 있다. 때로는 실패의 맛을 보게 되기도 하지만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엄청난 깨달음도 얻게 된다. 성공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혁신적인 생각은 실패를 반복하면서 얻어진다. 그뿐만 아니다. 실패를 통해 비약적인 성장도 함께 이루어진다.
정호승 시인은 “성공이라는 글자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그 속에는 수없이 작은 실패가 개미처럼 많이 기어 다닌다.”라는 말을 했다. 그런 점에서 실패를 성공의 다른 모습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성장을 넘어 성공하고 싶다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실패를 무서워하지 않으면 성공의 파도가 밀려와 당신을 성공이라는 섬으로 데려다줄 것이다.
끝으로 1인 창업을 하는 모든 창업자의 건승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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