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부초밥 Aug 12. 2023

아들이 친구를 때렸다 – 번외

우리가 사는 동네는 백인이 80%, 아시안이 13%, 흑인이 3.5%, 혼혈 및 기타 인종이 나머지로 미국 전체 대비 아시안이 많고, 흑인이 적은 동네이다. 동 기간 미국 전체의 인구 비율은 백인이 74%, 흑인이 13%, 아시안이 5%이다. (시 홈페이지에서 2011-2013년도의 자료를 인용하고 있어 최근에는 약간의 변동이 있을 수 있으나, 이 동네의 경우, 전반적인 추세는 유지되고 있다.)


아이의 어린이집 같은 반 친구들은 모두 8명인데, 우연히도 아시아인이 더 많다. 한국인이 2명, 중국인이 1명, 일본인 혼혈이 1명, 백인 3명, 흑인 1명이다. 그 친구가 반에 한 명뿐인 흑인이었기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났을 당시 나는 인종에 대한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혹시?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어제 답을 얻은 것 같다.


어제 나는 나딘(Nardine Burke Harris) 박사의 책을 읽고 있었다. 그녀는 흑인이다. 아이는 내가 읽는 책에 관심을 보이며 책장을 이리저리 뒤적이며 놀았다. 그러다가 책장의 맨 마지막이 펼쳐졌고 나딘 박사의 사진과 간단한 이력이 보였다. 아이는 말했다.


“엄마!”


나딘 박사의 사진을 보며 말했다. 그랬다. 이 나이대의 아이들이 그렇듯이 여자는 엄마였고, 남자는 아빠였다. 여자인 나딘 박사님은 엄마였다.


아이가 인종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한때 기저귀 박스에 있는 기저귀 모델 흑인 친구를 보면 자신이 아는 유일한 흑인 친구, 그 친구의 이름을 외치기도 했으니까. 같은 인종 사람을 구태여 구별하지 않고 같은 사람이라고 단정 지어 버리는 것은 인종 문제에 있어서 굉장히 민감한 문제인 것 같아 나는 매번 “어, 생김새가 비슷하기도 하네. 그렇지만 그 친구는 아니야.”라고 정정해 줬다.


그래도 나딘 박사를 엄마라고 부르는 모습을 보며 아직은 ‘편견’이라는 것을 가질 단계는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나는 길고 긴 인종차별의 역사가 없는 곳, 단일민족의 국가에서 자라났다. 여성 인권에 대한, 인종차별에 대한 이들의 인식이 어디에서 어떻게 변화하였는지는 글로만 배웠다. 어떤 잠재적인 인식이 편견의 뿌리에서 자라난 것인지 나는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다. 지금 내 아이는 인종뿐만 아니라 여러 문제에 있어 다양성에 민감한 곳에서 자라고 있다. 다양성 포용의 역사를 배우지 못한 엄마가 아이에게 다양성을 포용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기 위해서는 뭔가가 더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작가의 이전글 아들이 친구를 때렸다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