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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부초밥 Aug 19. 2023

자, 밥을 다 먹었으니 이제 단 걸 먹어볼까?

살다 보면 가끔 좋아하지도 않던 음식이 땡기는 때가 있다. 나는 특정 음식이 '땡기는' 이유가 체내에 부족한 특정 성분을 공급하기 위함이라는 이야기를 믿는다. 그렇게 믿으면 그다지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이라도 입에 넣으면서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나를 끌어당기는 그 음식을 내 입에 넣어주는 것이 곧 나를 사랑하는 길이 된다.


오늘 아침에도 우리 가족은 시리얼을 먹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에 온 지난 6개월 동안, 나와 남편은 인생에서 가장 패스트푸드와 멀리 떨어진 삶을 살아왔다. (그렇다고 그동안 한 번도 안 먹은 건 또 아니다.) 멀리 미국까지도 한식 반찬 배달 서비스가 훌륭하게 자리 잡은 탓이다. 6개월쯤 되자 치킨이, 피자가, 햄버거가 너무 먹고 싶어졌다. 차를 타고 나갈 때면 파이브가이즈가, 쉑쉑버거가, 맥도날드가, 파파이스가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아침 시간에는 도무지 밥알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지지가 않았다. 그래서 난 오늘도 시리얼을 꺼내 들었다. 아들이 환호했다.


그동안 시리얼로는 주구장창 Hunny Nuts Cheerios만을 먹었다. 치리오스가 맛이 없어진 것은 결코 아니지만 이쯤 되니 다른 시리얼이 먹고 싶었다. 그랬다. 더 단 맛이 나는 시리얼을 원했다. 첵스초코를 원했다.


GMI COCOA PUFFS, STAR MARKET, $3.00
KLLGGS FROOT LOOPS, STAR MARKET, $5.49


그 길로 나는 마트에 갔다. General MIlls의 Cocoa Puff와 켈로그의 Froot Loops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마시멜로가 있는 걸로.


켈로그의 후레이크까지 도합 세 봉지를 식탁에 턱 올려놓자, 먹이의 냄새를 맡은 두 살 하이에나가 누구보다 빠르게 의자에 앉았다. 그는 알록이 달록이를 원했다. 그릇에 알록이 달록이를 담아주자 신이 나 엉덩이를 씰룩거렸다. 그 기쁨을 켈로그의 후레이크가 덮어버렸다. 켈로그 후레이크를 한 움큼 담아주자 엉덩이춤은 짜증으로 변했다. 알록달록이의 달콤함을 빼앗는 못생긴 후레이크를 그는 용서할 수 없었던 것이다.


못생긴 후레이크는 엄마 차지가 되었다. 아들은 알록달록이'만' 담긴 새로운 그릇을 받아 들고는 다시 엉덩이춤을 추었다. 야물딱지게도 그 안에서 마시멜로만 쏙쏙 건져서 지 입으로 가져갔다. 마시멜로가 다 사라진 뒤에야 과자를 먹기 시작했다. 특별히 마시멜로가 있는 시리얼을 고를 당시의 내가 떠올랐다. 마트에서 시리얼을 집어 들 때 내 몸속에 흘렀던 피가 지금 저 아이 안에서도 흐르고 있다. 한 입만 달라고 입을 벌리는 엄마의 입을 턱 막아버리는 야물딱진 손이 얄미웠다.


점심을 먹었다. 소중한 한식 배달 서비스를 통해 받은 반찬들은 숙제처럼 냉장고에 쌓여있다. 오늘은 그중에 하나를 해치워야 할 시간이었다. 게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육개장, 가장 쉬운 숙제를 빠르게 해치웠다. 미처 숙제를 끝마치기도 전에 나는 보상을 생각했다. 마지막 숟가락을 삼키기도 전에 후식을 생각했다. 단 것이 먹고 싶었다.


아들아 엄마가 네 거 조금 먹었다. 복수다.

어린이집에서 신나게 오렌지주스를 먹고 있을 너는 모르겠지만.

알록이달록이를 한 움큼 집어 들었다. (사실 두 움큼)

단내가 또르륵 소리를 내면서 떨어졌다.

제일 먼저 나는 마시멜로를 쏙 집어서 먹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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