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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로잉미 Jun 23. 2024

헬리콥터 맘 위에 드론 파더

정당하다. 이유가 있다.

유난한 엄마가 아니다.

마흔이 넘어서 중간고사 기말고사가 나와 이렇게 관련이 있을 줄 몰랐다. 중2 아들의 시험스케쥴, 시험범위, 공부양을 체크해가며 다음주 시험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 시험이 빨리 끝나길 아들보다 내가 더 간절하게 바라는 것 같다.

중 2나 된 다 큰 아들의 시험을 내 시험 마냥 체크하는 나의 이유는 정당하다. 1학기 중간고사 기간에 아들에게 “왜 공부할 줄을 모르냐 시험 준비를 왜 이렇게 못 하냐”라고 크게 언성을 높였었다. 그 때 돌아온 아이의 대답은

엄마, 안 해 봤는데 어떻게 알아요!

그 때 머리가 띵 해짐을 느끼면서 아이의 말에 수긍하게 되었다.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를 졸업한 나는 1학년 때부터 시험을 봤었다. 그리고 그 시험은 얼마든지 실패해도 되는 그런 시험이었다. 생기부에는 남지만 내 진로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중 2 큰 아들의 인생 첫 시험은 나때와는 다르다. 자사고 특목고 외고 진학을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중2 내신부터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패해볼 기회가 없다.


아들의 시험은 곧 나의 시험

그렇게 중2 아들의 시험 준비 동행은 시작되었다. 나는 유난한 엄마가 아니다. 모르는건 가르쳐줘야 하는게 아닌가? 아들이 나에게 SOS를 했으니 차근차근 알려주리라. 공부하는 방법부터 진도 체크, 오답풀이는 했는지, 오답정리는 했는지.. 시작을 하고 나니 끝이 없었다. 결국 주말 아침 일어나 도서관도 같이 갔다. 친구들과 가겠다는 아들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거울치료

일요일 아침엔 스타벅스로 아들과 와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떨어져 앉았지만 내 눈에서는 인비져블 레이저가 나오며 아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 때 한 아빠와 고등학생 딸, 초등학생 아들이 들어왔다. 우리 모자보다 훨씬 체계적인 움직임이 보였다. 자리를 착착 잡더니 아빠가 아들에게 말했다

오늘은 지수법칙 그거 풀어

고등학생 딸은 다른 테이블에 앉아있었는데 두 테이블을 오가며 2자녀의 공부를 체크하는 모습이었다.

'극성이다 극성이야. 유난하다 저 아빠'


내가 중2 아들의 시험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같이 도서관을 다니고 시험 단원을 체크하고 공부시킨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아직 어린 자녀를 키우는 친구들의 쎄 했던 반응이 생각났다. 아마도 '유난하다 애 공부를 엄마가 저렇게 챙길일이냐'라는 듯한 그 느낌.


정당한 이유가 있다.

일정 부분 극성이고 유난하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험을 준비해보지 않은 아이에게 그 방법과 노하우를 알려줘야 한다.

초보 운전자에게 목적지만을 알려주고 니가 알아서 가봐 라고 할 필요가 있냐는 말이다. 네비게이션을 켜주고 옆에 앉아서 운전하는 방법을 지도해서 최대한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게 해줘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함과 동시에 극성스러운 모습도 있음을 인정하게 된다.

2학기 때에는 정말 손을 땔 것이다. 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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