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경화 Dec 28. 2017

길 건너 따꼬 식당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멕시코 깐꾼으로 이동 - 2015/08/05(수)

보고타 공항(El Dorado)에서 아침 9시 57분 비행기를 타고 남미 대륙을 떠나 북미 대륙으로 이동했다. 3개월 반을 머물었던 남미 대륙을 떠나려니 만감이 교차한다. 이제 우리의 여행은 북미로 이동하며 막바지에 접어든다. 

세 시간 비행 후 멕시코 깐꾼 국제공항에 도착하니 휴가철을 맞은 세계적인 휴양지 깐꾼의 공항은 휴가를 즐기러 온 여행객들로 북새통이다. 입국 절차를 거치는데만 해도 두 시간 가까이 걸렸다. 우리는 휴양을 하러 왔다기보다는 남미에서 쿠바로 가기 위해 거쳐 가야 하는 도시였기에 들렀다가 나흘을 묵고 가려는 목적이었는데, 공항에서 만난 수많은 여행객들을 보니 도대체 이곳에 뭐가 있기에 이 난리인지 조금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깐꾼의 비싸고 유명한 호텔과 리조트 구역에서 떨어진 읍내에 위치한 저렴한 숙소에 짐을 풀었다.

하루 종일 이동하느라 아침, 점심도 제대로 먹지 못해 허기졌던 우리는 숙소의 길 건너편에 위치한 따꼬 집(Taqueria El Polano)에서 돼지고기 스페셜(135 페소)과 콘소메(55 페소)를 먹고 남미 여행 중 잃어버렸던 입맛을 되찾았다. 돼지고기 스페셜은 따꼬 요리인데 대형 꼬치에 겹겹이 꿰어놓은 양념된 살코기를 돌려가며 불에 익혀 기름기를 쫙 빼서 또르띠야 전병에 넣고 온갖 채소와 살사를 함께 넣어 싸 먹는 음식이다. 빨간 양념이 밴 고기는 물론이고, 부드럽고 구수하게 구워진 또르띠야, 다진 토마토와 양파에 고수를 넣은 살사, 우리네 대형마트에서 파는 것과는 한참 다른 나초까지 어느 것 하나 나무랄 데가 없이 완벽하게 맛있었다. 메인 요리에 딸려 나온 꼰소메 수프도 어찌나 맛이 좋던지 아이들은 연속해서 네 그릇을 비워냈다. 이래도 되나 싶게 입이 행복한 밤이다. 


따꼬와 나초, 또르띠야, 살사소스류, 그리고 무엇보다 놀랍도록 맛있는 꼰소메
식당 외부에서 돌아가며 구워지고 있는 따꼬
마트에 전시된 접시와 컵들. 구매욕이 솟구쳤으나 배낭에 넣을 공간이 없어서 눈으로만 감상해야 했다.
맥시코 화폐. 이들은 어떤 훌륭한 일로 후손들의 마음에서 손으로 기억되고 있는 걸까?


매거진의 이전글 예술 작품으로 둘러싸인 거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