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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균 여행기자 Dec 30. 2021

양대 국적기 KE-OZ 합병되면?

공정위,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병합 조건부 승인

공정거래위원회가 12월29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병합을 조건부 승인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이와 관련한 기사가 쏟아졌고, 여행자들도 항공권 가격, 마일리지 전환율 등의 변화를 예측해봤을 것으로 보인다. 여러 기사, 의견과는 별개로 개인적인 생각과 앞으로의 상황을 예측해봤다. 


소비자의 관심은 결국 두 가지, ▲항공권 가격 인상 여부 ▲마일리지 전환 비율이다. 항공업계 입장에서는 ▲운수권(다른 나라에 항공기를 보내 여객·화물을 탑재·하역할 수 있는 권리) 재배분과 ▲슬롯(항공기가 공항에서 해당 시간대 운항을 허가받은 권리) 제한이 큰 이슈일 것 같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합병으로 인해 항공권의 가격이 전체적으로 상승할 것이라 생각되지 않는다. 다만, 일부 독점 혹은 경쟁이 덜한 노선에서 저렴한 클래스의 항공권을 2019년처럼 쉽게 구할 수 없을까 걱정된다. 또 대한항공이 위탁수하물 추가 비용 인상, 좌석지정 유료화 등의 꼼수를 쓰지 않을까 의심된다. 공정위도 이를 우려해 일부 노선 가격 인상폭을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지만 실효성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그럼에도 해외 항공여행이 정상화되기 시작하면 항공권 가격은 2019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적 FSC가 한 곳으로 줄겠지만 국적 LCC, 외항사와의 경쟁을 위해서라도 마냥 가격을 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도 대한항공은 인천-파리, 인천-프랑크푸르트, 인천-이스탄불 등 주요 노선에서 이미 해당 국가의 국적항공사(에어프랑스·루프트한자독일항공·터키항공)와 가격 및 수요 경쟁을 치열하게 벌였다. 여기에 에티하드항공, 에미레이트항공 같은 중동 항공사의 공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경유 항공편으로 이탈하는 수요도 꽤 많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하더라도 경쟁 항공사는 여전하기 때문에 운임 인상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외항사까지 가격을 올려 항공권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변수도 무시할 수 없다.


독점 노선도 마찬가지다. 많은 기사에서 다뤘듯이 이번 합병으로 미국 LA, 뉴욕, 달라스 등을 대한항공이 단독 운항할 가능성이 커졌고, 가격 인상을 걱정했다. 그렇지만 오히려 이번 공정위의 조치(운수권 재배분 등)로 통합 항공사에 족쇄가 될 판이라 걱정의 대상은 통합 항공사가 돼야 할 것 같다. 사실상 미주 노선의 경우, 우리 LCC가 운항 여력이 전무한 만큼 해당 운수권이 유나이티드항공, 아메리칸항공 등으로 분배되면 국적 항공사의 경쟁력 하락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운수권 분배와 슬롯 반납에 대해서는 확정된 사항이 없어 지켜봐야겠지만 독점과 국적 항공사 경쟁력 사이에서 공정위가 줄을 타야 할 전망이다. 


오히려 이번 공정위 발표로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제외한 LCC(저비용항공사)와 외항사가 좋은 기회를 얻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특히, 티웨이항공은 올해 10월 중장거리 운항이 가능한 A330을 도입해 호주 시드니, 크로아티아, 하와이, 싱가포르 등 운항을 준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제주항공은 지속적으로 중장거리 운항이 LCC에게 쉽지 않은 도전이라고 이야기했으나 코로나 상황이 개선되면 중장거리 신규 노선 개발에 나설 수도 있다. 또 일본, 중국 등 단거리 노선에서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 혹은 아시아나항공이 빠진 노선에 외항사 운항이 더 늘어나면서 여러 부분에서 경쟁이 치열해질 가능성도 있다. 


항공권 가격만큼 마일리지 전환율도 중요하다. 여러 기사들을 보면 아직 정확한 비율을 알 수 없으나 1:1 전환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 상황을 봐도 일부 마일리지 특화 신용카드를 제외하고,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는 1,000원당 1마일, 대한항공은 1,500원당 1마일 적립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합병 시 마일리지 전환도 1.5:1이 될 확률이 가장 높은데, 소비자 반발을 고려해 1.3:1 또는 1.25:1로 결정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버릴 수 없다.


마지막으로, 확률은 낮지만 합병 결렬도 무시할 순 없다. 미국, 일본, EU 등 필수신고국가 경쟁당국 승인 절차도 남아 있고, 대한항공이 운수권과 슬롯을 포기하면서까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에는 잃을 게 많다. 완전한 병합을 이루기까지 최소 1년은 더 필요할 텐데 이 사이에 무슨 일이든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아 쭉 지켜봐야 할 것 같다.



*KBS 디라이브에서 자꾸 LCC(Low-cost Carrier)를 저가항공사라고 표현했는데, 저비용항공사가 보다 정확한 표현이다. 취재진은 이를 알지만 시청자 편의를 위해서 그렇게 표현한 거로 추정된다. 그렇겠지?


*이번 글을 위해 참고한 기사와 영상은 아래.

http://www.travel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6358

https://www.youtube.com/watch?app=desktop&v=N-a16gEtU_E

https://biz.chosun.com/industry/company/2021/12/29/NRUQSYB7JZHXLCXKL4WL3OHV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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