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출장을 마쳤다. 2022년 12월 말 복항한 대한항공 인천-텔아비브(이스라엘)를 활용한 이스라엘 여행이다. 2018년 8월 이후 5년 만에 찾은 이스라엘은 여전히 상냥했고, 활기가 넘쳤다. 여행기는 차차 풀기로 하고, 오늘은 기내식과 승무원 이야기다.
대한항공 기내식의 경우, 비행 전 특별식을 지정할 수 있다. 해산물식, 식단조절식(저염·저지방·저열량·글루텐 제한·유당 제한·당뇨식), 과일식, 유아 및 아동식, 야채식, 종교식 등이 준비돼 있다. 맛을 기준으로 하면 해산물식도 꽤 괜찮은 선택지가 된다. 토마토 소스를 활용한 관자, 새우, 오징어구이가 나오거나 흰살생선 스테이크가 나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일행이 있는 여정이라면 꼭 일반식과 해산물식을 모두 챙기곤 한다.
반면, 저염식은 여행 중 외식이 많은 날 선택하게 된다. 기내에서라도 건강하게 먹어야 죄책감이 덜하다. 일본 노선에서 저염식을 주문했을 땐, 소고기 스테이크와 통감자·애호박·가지구이가 메인으로 나왔는데, 텔아비브-인천 비행에서는 중동식 저염식이 나왔다. 생 오이와 토마토, 파프리카, 올리브, 그리고 닭가슴살과 중동식 향신료가 첨가된 밥이다. 여기까지는 특별한 스토리가 없다.
저염식자를 위한 컵라면. 스프 봉투를 따로 준다. 일반인에게 별 거 아니지만 내게는 엄청난 배려로 다가왔다
이번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컵라면이다. 사실 일주일 넘게 이스라엘에 머물면서 한식을 먹지 않았다. 라면(참고로 이스라엘에서 큰 컵 신라면은 6,850원)도 먹으려고 했다면 쉽게 구했겠지만 현지 음식으로만 달렸다. 중국식과 일본식을 각각 한 번 섭취했지만, 한식과 매콤한 요리에 대한 갈증을 풀기에는 택도 없었다. 그래서 그런걸까. 긴 고행 끝에 만난 신라면은 더욱 반가웠다. 게다가 이게 웬걸. 라면 스프가 따로 나왔다. 스프 양을 조절할 수 있도록 말이다. 일반인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저염식이 생활인 내게는 생각지도 못한 배려였다.(확인해보니 모두에게 다 따로주는 걸로.. 감동 바사삭!)
혼자 심각하게 생각했다. 저염식을 확인한 승무원의 센스인가. 아니면 대한항공의 매뉴얼인가. 사실 어느 쪽도 중요한 건 아니다. 전자라면 승무원의 엄청난 내공을, 후자라면 기업의 잘 갖춰진 시스템을 칭찬할 수 있으니까. 어찌 됐든 직사각형의 작은 봉투가 일으킨 반향은 상당했다. 초등학생 때, 대한항공 승무원의 손을 잡고 김포행 비행기를 탔던 좋은 기억(지금도 만 5~12세 혼자 타면 승무원이 안내하는 서비스가 있음) 이후 가장 인상적인 비행 경험 중 하나가 됐다.
사실 '서비스'라는 게 워낙 추상적이고, 직원마다 혹은 시간에 따라 매번 변하기 때문에 좋다 나쁘다를 단정해서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개인 소비자 특히, 나로 좁혔을 땐 명확해진다. 종종 경험하는 탁월한 서비스 덕에 기업과의 신뢰 및 인연이 두터워진다. 인생 첫 비행, 첫 퍼스트 클래스 등 항상 즐거운 여행에는 대한항공이 있었는데, 이런 이벤트까지. 앞으로도 중요한 여행에는 대한항공이 함께할 것 같다. 고작 라면 수프 때문에 칭찬이 과하다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모두들 마음속에 이런 기업 하나쯤 있지 않은가.
그렇게 마음속으로 감탄하고, 호들갑 떨다가 맛본 라면도 역시 꿀맛. 컵라면 먹고 진실의 웃음을 띤 것도 오랜만이다. 중동 향신료에 질린 줄 알았는데 라면과 함께하니 계속해서 흡입 가능하다. 10시간 넘는 비행이 결코 쉽지 않은데 15분 정도의 짧은 식사를 기분 좋게 마치고, 눕코노미로 인천까지 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