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성균 여행기자 Jan 25. 2023

승무원 혹은 대한항공의 센스?

KE958 텔아비브-인천

텔아비브-인천 노선의 저염식 기내식

올해 첫 출장을 마쳤다. 2022년 12월 말 복항한 대한항공 인천-텔아비브(이스라엘)를 활용한 이스라엘 여행이다. 2018년 8월 이후 5년 만에 찾은 이스라엘은 여전히 상냥했고, 활기가 넘쳤다. 여행기는 차차 풀기로 하고, 오늘은 기내식과 승무원 이야기다.


대한항공 기내식의 경우, 비행 전 특별식을 지정할 수 있다. 해산물식, 식단조절식(저염·저지방·저열량·글루텐 제한·유당 제한·당뇨식), 과일식, 유아 및 아동식, 야채식, 종교식 등이 준비돼 있다. 맛을 기준으로 하면 해산물식도 꽤 괜찮은 선택지가 된다. 토마토 소스를 활용한 관자, 새우, 오징어구이가 나오거나 흰살생선 스테이크가 나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일행이 있는 여정이라면 꼭 일반식과 해산물식을 모두 챙기곤 한다.


반면, 저염식은 여행 중 외식이 많은 날 선택하게 된다. 기내에서라도 건강하게 먹어야 죄책감이 덜하다. 일본 노선에서 저염식을 주문했을 땐, 소고기 스테이크와 통감자·애호박·가지구이가 메인으로 나왔는데, 텔아비브-인천 비행에서는 중동식 저염식이 나왔다. 생 오이와 토마토, 파프리카, 올리브, 그리고 닭가슴살과 중동식 향신료가 첨가된 밥이다. 여기까지는 특별한 스토리가 없다.


저염식자를 위한 컵라면. 스프 봉투를 따로 준다. 일반인에게 별 거 아니지만 내게는 엄청난 배려로 다가왔다

이번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컵라면이다. 사실 일주일 넘게 이스라엘에 머물면서 한식을 먹지 않았다. 라면(참고로 이스라엘에서 큰 컵 신라면은 6,850원)도 먹으려고 했다면 쉽게 구했겠지만 현지 음식으로만 달렸다. 중국식과 일본식을 각각 한 번 섭취했지만, 한식과 매콤한 요리에 대한 갈증을 풀기에는 택도 없었다. 그래서 그런걸까. 긴 고행 끝에 만난 신라면은 더욱 반가웠다. 게다가 이게 웬걸. 라면 스프가 따로 나왔다. 스프 양을 조절할 수 있도록 말이다. 일반인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저염식이 생활인 내게는 생각지도 못한 배려였다. (확인해보니 모두에게 다 따로주는 걸로.. 감동 바사삭!)


혼자 심각하게 생각했다. 저염식을 확인한 승무원의 센스인가. 아니면 대한항공의 매뉴얼인가. 사실 어느 쪽도 중요한 건 아니다. 전자라면 승무원의 엄청난 내공을, 후자라면 기업의 잘 갖춰진 시스템을 칭찬할 수 있으니까. 어찌 됐든 직사각형의 작은 봉투가 일으킨 반향은 상당했다. 초등학생 때, 대한항공 승무원의 손을 잡고 김포행 비행기를 탔던 좋은 기억(지금도 만 5~12세 혼자 타면 승무원이 안내하는 서비스가 있음) 이후 가장 인상적인 비행 경험 중 하나가 됐다.


사실 '서비스'라는 게 워낙 추상적이고, 직원마다 혹은 시간에 따라 매번 변하기 때문에 좋다 나쁘다를 단정해서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개인 소비자 특히, 나로 좁혔을 땐 명확해진다. 종종 경험하는 탁월한 서비스 덕에 기업과의 신뢰 및 인연이 두터워진다. 인생 첫 비행, 첫 퍼스트 클래스 등 항상 즐거운 여행에는 대한항공이 있었는데, 이런 이벤트까지. 앞으로도 중요한 여행에는 대한항공이 함께할 것 같다. 고작 라면 수프 때문에 칭찬이 과하다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모두들 마음속에 이런 기업 하나쯤 있지 않은가.


그렇게 마음속으로 감탄하고, 호들갑 떨다가 맛본 라면도 역시 꿀맛. 컵라면 먹고 진실의 웃음을 띤 것도 오랜만이다. 중동 향신료에 질린 줄 알았는데 라면과 함께하니 계속해서 흡입 가능하다. 10시간 넘는 비행이 결코 쉽지 않은데 15분 정도의 짧은 식사를 기분 좋게 마치고, 눕코노미로 인천까지 비행했다.


오랜만에 맛있게 먹은 컵라면


매거진의 이전글 기념품 필요 없는 여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