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에서는 폰(Pawn)이 약하지만, 쇼기에서는 보(歩)가 왕(王) 보다 강하다."
한 사람당 9개, 총 18개로 쇼기판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보(步)', 오늘은 쇼기에서 가장 많이 존재하는 기물인 보(步), 이 작은 기물이 어떻게 쇼기라는 게임의 핵심이 되는지, 그리고 '보'를 다루는 것이 왜 이토록 중요한지...
오늘은 보(步)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보의 기본 행마는 단순하다.
오직 앞으로 1칸 전진할 수 있다.
후퇴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 단순함이 쇼기를 복잡하게 만든다. 상대 진영 3단 안에 들어가면, 보는 '토금(と金)'으로 승격(成)할 수 있다. '토금'은 금(金)과 똑같은 행마(전후좌우, 대각선 앞)를 하는 강력한 기물이 된다. 단 한 걸음만 내디뎌도 무시무시한 '금'이 되는 잠재력을 가진 것이다.
쇼기 초보자들이 가장 혼란스러워하고, 동시에 가장 먼저 배워야 하는 '보'에 관한 절대적인 규칙이 두 가지 있다. 이 두 가지만큼은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쇼기에서 가장 유명한 반칙패(즉시 패배) 규정이다.
내용: 이미 자신의 '보(歩)'가 있는 세로줄(파일)에, 또 다른 '보'를 (손에 든 말을) 내려놓을 수 없다.
예외: 이미 승격한 '토금(と金)'이 있는 줄에는 '보'를 새로 내려놓을 수 있다. '토금'은 '보'로 취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규칙 때문에 플레이어는 항상 보의 배치를 신경 써야 하며, 상대방의 '보'를 잡았다고 해서 아무 데나 마음대로 쓸 수 없다. 실제로 프로대국에서 이 규칙으로 실격패 당한 사례가 적지 않는 걸 보면, 프로기사조차 헷갈리는 반칙패이기도 하다.
이 또한 쇼기만의 매우 독특하고 매력적인 규칙이다.
내가 잡아서 손에 들고 있는 '보'를 상대방 진영에 '떨궈서(내려놓아서)' 외통수(체크메이트)를 만드는 것은 금지된다.
하지만, 보를 떨궈서 '왕수(체크)'를 부르지만, 상대가 피할 수 있다면 반칙이 아니다. 또, 이미 판 위에 있던 보를 전진시켜서 외통수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이 규칙은 게임 막판, 왕이 도망갈 곳이 없을 때 단순히 '보' 하나를 툭 던져서 게임을 끝내는 '재미없는' 상황을 방지한다. 더 창의적이고 멋진 외통수를 만들도록 유도하는 규칙인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전략이다. 나의 '보'와 상대의 '보'를 맞바꾸는 것. 언뜻 보면 아무런 이득이 없는 것 같지만, 쇼기에서는 판 위의 '보'보다 손에 든 '보'가 훨씬 가치 있다. 언제든 원하는 곳(이보가 아닌 곳)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는 그저 앞으로 가는 기물이 아니다. 특히 쇼기는 상대의 기물을 잡아 '모치 고마(持ち駒, 손에 든 말)'로 재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손에 든 '보'는 그 어떤 기물보다 유연하고 무서운 무기가 된다.
상대방 왕(옥장)이 있는 곳 근처, 특히 한두 칸 앞에 '보'를 툭 내려놓는 기술이다.
당장 왕을 잡는 것은 아니지만, 왕의 탈출로를 차단한다.
다음 수에 '토금'으로 승격하겠다고 위협하며 상대를 압박한다.
상대가 이 '보'를 잡도록 강요하거나, 다른 수단을 쓰게 만들어 진형을 무너뜨린다.
방패 (合駒, 아이고마): 상대방의 비차(용)나 각행(마)이 멀리서 왕을 노릴 때, 그 중간에 '보'를 툭 떨어뜨려 공격을 막아내는 훌륭한 방패가 된다.
거점 (足場, 아시바): 상대 진영에 '보'를 먼저 떨어뜨려 거점을 확보하고, 그 '보'를 발판 삼아 다른 기물들(은, 계마 등)이 침투할 수 있는 길을 연다.
쇼기 기물 대부분(특히 은, 계마)은 전진은 강하지만 후퇴나 옆걸음이 약하다. '보'를 한 칸 전진시켜 이들의 '머리'(바로 앞칸)를 공격하면, 상대는 그 기물을 뒤로 빼거나 비효율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게 된다. 여간 거슬리는 게 아니다. 이 내리치는 보병(叩きの歩, 타타키노후)은 쇼기에서 많이 사용된다.
쇼기에서 '보'는 가장 약한 기물이다. 바로 앞 한 칸 밖에 갈 수 없어서 공격도 방어도 애매해 보인다. 하지만, 포획된 기물을 다시 사용할 수 있다는 쇼기만의 규칙 때문에 '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승부가 달라지기도 한다. 가장 저렴하기에, 상대 기물과 맞바꾸기 가성비가 좋다. 그래서, 쇼기에서 '보'는 손에 들고 있는 한 게임이 끝나는 순간까지 상대를 위협하는 날카로운 화살 같은 존재감을 가진다.
쇼기판 편집 및 이미지 사용을 허락해준 mogproject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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