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의 벽을 넘는 승급규칙
일본만큼 신분제도가 강력한 사회가 있을까? 선을 넘으면 긋는(물리적으로도 베는) 사회다. 칼의 역사. 그것이 일본역사였다. 그 속에서 태어난 것이 일본장기(이하, 쇼기)인데, 희한하게 이곳은 신분상승이 가능하다. 특정 조건을 달성하면 승급(成り)이 이루어진다.
쇼기의 '승급(成り)'은 기물이 적진(판의 마지막 3줄)으로 들어가거나, 그 안에서 움직이거나, 혹은 적진에서 밖으로 나올 때 이루어질 수 있다. 반면, 체스의 '프로모션'은 폰(Pawn)이 상대방 진영의 '맨 마지막 칸'에 도달했을 때만 퀸, 룩, 비숍, 나이트 중 원하는 기물 하나로 바뀌는, 보다 제한적인 조건의 규칙이다.
쇼기에서 승급(成り, 나리)이 불가능한 기물은 단 두 가지, 옥장(玉将)과 금장(金将)뿐이다. 이를 제외한 보병(步兵), 향차(香車), 계마(桂馬), 은장(銀将), 각행(角行), 비차(飛車) 6종류의 기물은 모두 승급이 가능하다. 승급의 표시는 간단하다. 말을 뒤집으면, 그 뒷면에 보통 붉은색 글씨로 승급한 기물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승급 규칙의 가장 큰 특징은, 비교적 약한 기물들이 모두 '금장(金将)'의 움직임으로 통일된다는 점이다. 반면, 이미 강력한 기물인 각행과 비차는 기존의 능력에 추가 능력이 더해지는, 더욱 강력한 '괴물' 기물로 변신한다.
정리하면, 각 기물의 승급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금장'으로 통일되는 기물들
-보병(步兵) → 토금(と金, 토킨): 금장(金将)과 동일한 움직임을 가짐.
-향차(香車) → 성향(成香, 나리쿄): 금장(金将)과 동일한 움직임을 가짐.
-계마(桂馬) → 성계(成桂, 나리케이): 금장(金将)과 동일한 움직임을 가짐.
-은장(銀将) → 성은(成銀, 나리긴): 금장(金将)과 동일한 움직임을 가짐.
[추가] 이 4가지 기물은 일단 승급하면, 원래 어떤 말이었는지와 관계없이 모두 '금장'과 똑같이 움직인다. (단, 잡히면 다시 원래의 말(보병, 향차 등)로 돌아간다.)
2. 고유의 능력으로 강화되는 기물들
-각행(角行) → 용마(龍馬, 류마): 기존 '각행'의 대각선 전 방향 무한 이동 능력에 더해, 상하좌우 1칸씩 움직이는 능력이 추가됨.
-비차(飛車) → 용왕(龍王, 류오): 기존 '비차'의 상하좌우 전 방향 무한 이동 능력에 더해, 대각선 4방향 1칸씩 움직이는 능력이 추가됨.
누구라도 장군(금장)이 될 수 있다. 일본 전국시대에서 큰 공을 세우면 진급이 되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런 일본 역사에서 유래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요즘 우리나라를 보면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역전의 사다리가 점점 없어질수록 희망이 같이 없어짐에 안타깝다. 보병도 금장이 될 수 있는 쇼기를 보면서 드는 괜한 생각이다.
*쇼기판 이미지 출처 : https://play.mogprojec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