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角)' 이야기

원거리 저격수

by 미스터쇼기

쇼기 판 위에는 두 개의 거대한 공격수가 존재한다. 하나는 직선을 지배하는 비(飛)이고, 다른 하나는 오늘 이야기할 각행(角行, 카쿠교 : 줄여서 각角)이다. 서양 체스의 비숍과 닮았지만, 승급과 재사용이라는 쇼기만의 규칙 속에서 각(角)은 훨씬 존재감이 크다.


오늘은 입문자가 알아야할 기물, 각(角)에 대해 이야기한다.


1. 대각선의 지배자

각.png 각(角)의 움직임

각(角)의 움직임은 날카롭다. X자 형태의 대각선 네 방향으로 원하는 만큼 뻗어 나간다. 가로막는 기물이 없다면 판의 끝에서 끝까지 단숨에 이동할 수 있다. 하지만 전후좌우 직선으로는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한다. 비(飛)는 대각선 공격에 취약하다면, 각(角)은 전후좌우 공격에 취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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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기판의 격자때문일까? 은근히 대각선 방향에 있는 각(角)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각(角)이 적진(상대방 진형 3칸 이내)으로 들어가는 순간, 강력한 기물로 승급하게 된다. 비(飛)의 승급형태인 용(龍)만큼이나 인기있는 기물, 바로 용마(竜馬)다.


2. 승급 : 용마(竜馬), 완전체로의 진화

마.png 마(馬)의 움직임

적진 깊숙이 침투한 각(角)은 승급을 통해 '용마(竜馬, 류마 : 줄여서 馬마)'로 다시 태어난다. 용이 된 말이라니, 그 이름부터 웅장하다. 용마가 되면 기존의 대각선 이동 능력에 더해 상하좌우 한 칸씩 움직이는 능력이 추가된다. 유일한 약점이었던 전후좌우 근접전 능력이 보완되면서, 원거리와 근거리 모두를 제압하는 공수겸장의 '완전체'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비(飛)의 승급형태인 용(龍)과 더불어 마(馬)도 강력한 기물로 평가받는다.


3. 전장의 저격수이자 자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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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에서 각(角)은 '저격수'의 역할을 수행한다. "멀리서 보는 각에 호수(좋은 수)가 있다"는 말처럼, 자진 깊숙한 곳에서 상대 진영의 빈틈을 노려보는 것만으로도 상대에게는 큰 압박이다. (오해는 없기를. 저격수처럼 날카롭다는 이야기지, 활이나 총알을 발사하는 건 아니다)

양걸이.png 각(角)의 양걸이

또한, 각(角)은 '양걸이'의 명수다. 묘한 각도에서 날아와 동시에 두 기물(예를 들면 비(飛)와 금(金))을 동시에 노리는 상황은 대국 중 빈번하게 발생한다. 위 쇼기판처럼 각(角)이 상대 옥(玉)에 장군(오오테)를 치면서 동시에 상대 비(飛)를 노리는 양걸이를 보자. 다음 턴에 상대방은 반드시 옥(玉)을 살리는 수를 두어야하는 상황이라, 비(飛)를 살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飛를 6四로 이동하여 그나마 角과 교환을 시도하는게 최선일까?)


4. 각(角) 교환, 품 속에 감춘 비수


각 교환.png 초반에 서로 각(角)을 맞교환. 보통 선수(先手)가 결정한다.

각(角)의 특성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나는 순간은 바로 '각(角) 교환' 전술이다. 이는 게임 초반, 서로의 각(角)을 맞바꾸어 각자 손에 쥔 채 싸우는 형태를 말한다. 판 위에서 각(角)이 사라졌지만, 역설적으로 그 위험성은 배가된다. 항상 우리 진형의 사각지대를 신경써야 한다. 상대와 나, 둘 다 언제 어디서든 빈틈이 생기면 즉시 각(角)을 투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입문자나 초보자는 '각 교환'을 권장하지 않는다. 쇼기판에 있는 기물만으로도 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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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각(角)은 매우 기술적인 기물이다. 비(飛)가 파괴적인 '망치'라면, 각(角)은 예리한 '명검'이다. 다루기는 까다롭지만, 그 복잡한 대각선의 길을 제대로 보는 자에게 각(角)은 전장을 베어 가르는 최고의 무기가 되어준다.


쇼기판 편집 및 이미지 사용을 허락해준 mogproject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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