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金)' 이야기

우직하고 단단한 장수

by 미스터쇼기

쇼기(일본 장기)라는 낯선 보드게임을 처음 접하면, 한자로 쓰인 기물들이 마치 높은 벽처럼 느껴지곤 한다. 한 수라도 잘못 움직이면 질 것같은 두려움이 있어 쉽사리 움직이지 못한다. 하지만 겁먹을 필요 없다. 금장(金将, 킨쇼)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쇼기에서 공격과 방어를 모두 겸하는 든든한 장수, '금장(金将, 킨쇼 : 보통 줄여서 금이라 함)'을 소개하려 한다.


1. 한 걸음씩, 그러나 단단하게

금장의 움직임은 아주 심플하다. 복잡하게 외울 필요가 없다. 딱 두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1.png 금(金)의 이동법

한 번에 딱 한 칸만 간다.

뒤쪽 대각선을 빼고 다 갈 수 있다.


나를 중심으로 앞, 뒤, 좌, 우 네 방향, 그리고 앞쪽 대각선 두 방향. 이렇게 총 여섯 군데로 갈 수 있다. 이 넓은 범위로 인해 든든한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수행하는 역할을 한다. 유일하게 못 가는 곳은 '등 뒤의 대각선' 뿐이다. 금(金)의 약점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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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금장의 역할: 방패이자 창

쇼기에서 금장의 역할은 명확하다. '지킬 때는 방패, 때릴 때는 망치'다.


첫째, 왕을 지키는 경호원이다.

쇼기의 왕(王)은 혼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초반에 왕 주변에 금(金)을 붙여 놓으면 마치 튼튼한 성벽을 쌓은 것과 같다. 적들이 쳐들어올 때 몸으로 막아내고, 왕이 도망갈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 바로 금(金)이다.


둘째, 게임을 끝내는 마침표다.

2.png 두금(頭金), 상대 옥(玉) 앞에 금(金)이 있으면 도망갈 수 없다.

쇼기에서 가장 직관적인 외통수가 바로 '머리 금(두금, 頭金)'이다. 상대방 왕의 바로 머리 위 한 칸에 금장을 '탁' 하고 내려놓는 것이다. 금장은 앞으로 가는 힘이 강해서, 왕의 바로 앞에 붙여버리면 상대 왕은 꼼짝없이 갇히게 된다. 화려한 비(飛)가 판을 흔들어도, 결국 "외통수(츠미)"를 외치며 끝내는 건 금(金)인 경우가 많다.


참고로, 쇼기의 다른 기물들은 적진에 들어가면 승급을 하는데, 승급된 기물은 모두 '금(金)'과 같은 이동범위를 가진다. 하지만, 금(金)은 승급하지 않는다. 태어날 때부터 완성된 기물이라는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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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입문자가 꼭 기억해야 할 금장 활용법

이제 막 쇼기를 시작했다면, 어려운 전술 대신 이 세 가지 원칙만 지켜보자. 승률이 확연히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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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초반에는 금장을 아껴라 (수비)

공격하고 싶은 마음에 금장을 무작정 앞으로 보내지 말자. 금장은 발이 느려서 한번 적진 깊이 들어가면 다시 돌아와서 내 왕을 지키기가 너무 힘들다. 초반에는 내 왕의 왼쪽, 오른쪽에 금장을 배치해 집(울타리)을 짓는 데 쓰자. "금장은 왕의 친구"라고 생각하면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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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잡은 금장은 아껴두었다가 결정적일 때 써라 (공격)

쇼기의 묘미는 상대의 말을 잡아서 내 것으로 쓰는 것이다. 만약 상대의 금(金)을 잡았다면? 바로 쓰지 말고 손에 쥐고 있자. 그러다 상대 왕이 위험해 보일 때, 왕의 머리 위에 툭 떨어뜨려 주자. 그것이 쇼기에서 가장 강력한 한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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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금장의 '등 뒤'를 조심하라 (약점)

앞서 말했듯 금장은 '뒤쪽 대각선'으로 못 간다. 여기가 금장의 사각지대다. 상대의 비스듬한 뒷공격에 매우 취약하다는 뜻이다. 그러니 금장을 배치할 때는 약점인 뒤쪽을 다른 기물이 받쳐주게 하거나, 아예 뒤로 물러날 공간을 확보해 두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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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쇼기 판 위에서 금장은 묵묵하다. 비차(飛車)처럼 화려하게 날아다니지 않지만, 왕의 곁에서 궂은일을 도맡아 하고 결정적인 순간 승리를 가져온다. 쇼기를 배우는 과정도 금장을 닮았다. 처음부터 실력이 쑥쑥 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금장처럼 한 번에 한 칸씩, 꾸준히 두다 보면 어느새 상대의 왕을 잡는 짜릿한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쇼기판 편집 및 이미지 사용을 허락해준 mogproject에 감사드립니다.
https://play.mogproje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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