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my Lee Jan 04. 2024

어쩌다 집짓기 - 15

2. 집 짓기의 두 번째 단계 설계

6. 성공한 인테리어는 서로 조화롭게 어울린다

  나의 라이프스타일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면 거실과 주방의 크기는 어떻게 하고 화장실과 방은 몇 개를 넣고 세탁실 드레스룸은 어디에 넣을지... 공간 구성은 감이 잡힐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어떤 분위기로 내 공간을 꾸밀 것인가? 내부 마감은 무조건 지갑의 두께와 비례한다. 돈을 들여 고급 자재로 마감하면 멋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집을 짓다 보면 항상 예상 못한 비용이 추가로 들어 가게 마련. 적은 비용으로도 멋있게 꾸밀 수 있는 내 취향의 인테리어는 어떤 것일까? 다양한 스타일의 인테리어 이미지들을 핀터레스트에서 찾아보았다. 먼저 클래식 스타일 인테리어.

고급스럽고 중후한 분위기의 클래식 인테리어

  클래식스타일은 예스럽고 중후한 고전적 느낌의 인테리어이다. 장식이 있는 목재가구를 많이 사용하며 브라운과 아이보리톤을 많이 사용한다. 전반적인 느낌은 중후하면서 화려하고 남성적이어서 남편의 서재를 꾸밀 때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고급스러우면서 화려한 중세 유럽의 궁궐 분위기인 클래식 스타일은 유럽의 귀족 문화가 이어져 내려온 스타일이다. 정통 클래식 스타일은 산업혁명이 일어난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실내 장식 기법에서 볼 수 있다. 화려한 디자인의 벽지, 패브릭 소재들이 많이 사용되고 시계, 조명, 액자, 도자기 등 소품들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클래식 스타일의 문양이 화려한 몰딩이나 벽지, 바닥 패턴으로 실내공간을 전부 채웠다면, 요즘은 한 공간만 클래식한 느낌으로 포인트를 주고 나머지는 현대적인 모던 스타일로 마감한 모던 클래식 인테리어도 자주 볼 수 있다. 현관이나 중문 등에 많이 사용하는 웨인스 코팅은 클래식한 느낌을 내고 싶을 때 사용한다. 웨인스코팅은 고급스럽기는 하지만 장식이 화려할수록 장식 부분에 쌓인 먼지나 얼룩등을 청소하기 어려워진다. 중세의 귀족들처럼 하인들을 거느리고 사는 경우가 아니라면, 웨인스 코팅은 심플한 문양으로 집의 일부에만 포인트로 넣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웨인스코팅
편안한 분위기의 빈티지 인테리어

    빈티지 스타일은 옛것을 이용해서 편안한 분위기를 추구하는 스타일이다. 편안하지만 촌스럽지 않은 스타일이다. 클래식스타일과 비슷하게 엔틱 가구를 사용한다. 유럽 스타일의 곡선이 있는 옛 가구들과 조금 더 아기자기한 옛 스타일의 소품을 이용한다. 나무 소재와 패브릭을 이용하여 편하면서도 옛 느낌을 살린다. 

동양의 멋이 담긴 오리엔탈 인테리어
2층 건식 세면대에 파란색 타일을 붙이고 황동 수전과 빨간 장식의 거울을 달아 동양미를 살려 봄

 오리엔탈은 서양 인테리어의 반대 개념이다. 유럽사람들이 동양의 멋이 담긴 오리엔탈 인테리어 선호한다. 한국 중국 일본 인도 아시아권 문화는 동양 특유의 신비로운 무늬와 깊이 있는 컬러감에 자연미와 여백의 미를 강조한다. 공간의 절제미와 간결함이 중요한 포인트이다. 유럽은 건물을 수직적으로 지었다면 동양은 수평적으로 지었다. 수평적인 구조는 개방감이 있어 자연과 잘 어우러진다. 수평적인 공간은 안정감과 편안함을 준다. 휴양지의 자유롭고 느긋한 정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목재 등의 자연 소재에 예스러운 금속 소재를 더하여 화려하면서도 아늑함과 편안함을 추구한다. 유럽 사람들은 오리엔탈 인테리어를 선호한다지만 오히려 동양에서는 서양의 디자인을 세련되었다고 좋아하는 듯하다. 나도 집에 동양적 인테리어는 딱 한 군데만 포인트를 줘 봤다. 전체적으로 동양 스타일로 꾸미는 것은 왠지 노인 취향으로 느껴져서 원하지 않았다. 

식물을 집안 곳곳에 배치한 내츄럴 인테리어

  내추럴 스타일은 자연주의와 같이 간다. 자연 친화적인 소재를 이용한 스타일로, 나무, 흙, 벽돌, 삼베 등의 자재를 주로 사용한다. 인공적이지 않고 자연과 어우러지는 편안하고 부드러운 스타일이다. 자연과 가까운, 자연스러운 상태의 콘셉트이다. 자연과 어우러진 소박한 아름다움이 있다. 친환경적인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기도 하며 따뜻한 색감의 인테리어가 주를 이룬다. 가구들도 자연스러움을 토대로 디자인되어 있는 것들이 많다. 흙 냄새나는 자연스러운 패션이라는 뜻의 어시 패션(earthy fashion)이 오랫동안 유행 중이다. 인간은 자연에 기대어 살기를 원하게 되는 가 보다.   

거칠고 투박한 느낌의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은 낡은 공장 느낌이 들게 하는 인테리어로 콘크리트나 벽돌, 배관들이 드러나게 그대로 살리고, 거칠고 투박한 느낌이 들게 하는 인테리어를 말한다. 마감이 덜 된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식당이나 카페 등을 보면 천장의 배관을 그대로 드러나게 두고 페인팅으로 거칠게 마감한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최근엔 상업공간은 물론이고 가정에서도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를 접목한 공간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나도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를 하기를 원했었다. 과거형이다. 원했었다. 그 결과는 다음 장에서 이야기하겠다. 전통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가 어둡고 거친 느낌을 갖고 있다면 최근에는 좀 더 밝은 색채를 조합하고 밝은 느낌의 인테리어 소재들과 믹스 매치해 세련되면서 자연스러움을 느낄 수 있도록 응용되고 있다. 이 디자인은 산업과 공업의 느낌이 강조된 형태로 산업혁명이 쇠퇴기를 맞으면서 버려지거나 방치되는 상업형 건물을 변형 없이 그대로 사용하기 시작한 데서 유래한다.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의 시작은 노출콘크리트와 낡은 철재의 거칠고 차갑고 투박한 멋을 추구했다. 기계화된 대량생산이 부흥했던 시기를 연상하게 하는 기구나 조명 마감재를 그대로 사용한다. 한쪽 끝이 고정되고 다른 끝은 받쳐지지 않은 상태로 되어 있는 ‘보‘인 캔틸레버 구조가 자주 사용된다.      

복고풍이라는 말로 더 익숙한 레트로 인테리어

  최근 레트로는 패션, 음악 다양한 분야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복고풍이라는 말로 더 익숙한 레트로는 옛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감성적인 인테리어 소재이다. 70년대 유행하던 빨간 색상의 포인트나, 오래된 가구나 골동품들을 소품으로 활용해 감성과 재미를 동시에 추구하는 인테리어이다. 예전에는 복고를 그대로 재현하는 레트로 인테리어가 많았지만 요즘은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뉴트로 인테리어가 늘고 있다. 기본적인 인테리어 전체 콘셉트는 모던 인테리어로 가면서 테라조타일을 활용해 바닥 마감을 한다든지, 빈티지한 가구를 둔다든지, 중문이나 장식장에 모루 유리를 적용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현대적인 공간에 레트로 감성을 더한 뉴트로 인테리어를 연출한다. 레트로의 정의는 과거의 기억을 그리워하며 그 시절로 돌아가려는 복고주의이다. 나 역시 과거의 기억을 살리고 싶었다. 그 결과도 마찬가지로 다음 장에 공개한다.      

로맨틱하고 사랑스러운 프로방스 인테리어

  프로방스는 프랑스 동남부와 이탈리아 국경 부근에 위치한 지방으로 온화한 기후 덕분에 휴양지로 유명하다. 프로방스 스타일 인테리어는 프로방스 지방 특유의 스타일로 집을 꾸미는 것을 말한다. 시골의 소박함과 자연스러움에 빈티지 스타일을 더해 생긴 인테리어로 로맨틱하고 사랑스러운 디자인이 특징입니다. 돌과 나무로 지은 집에 나무로 만든 컬러풀한  덧창과 나뭇결을 강조한 가구들, 그리고 허브와 꽃들을 활용해 자연과 잘 어우러지도록 전원풍으로 꾸미는 게 일반적이다. 자연소재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소박함과 빈티지한 분위기를 풍긴다. 나의 집은 2층 테라스를 프로방스 스타일로 디자인했다.      

모노톤의 심플한 모던 인테리어

  흔히 모던하다고 하면 현대적이면서 심플하고 세련된 깔끔한 인테리어를 말한다. 주로 모노톤(흑백)을 사용하며, 칼라를 쓴다 하더라도 너무 복잡하거나 장식을 화려하게 하지 않는다. 곡선보다는 직선을 많이 사용한다. 클래식의 반대 느낌으로 이해되는 '모던'이라는 용어는 19세기말 20세기초 유럽에서 일어난 모더니즘이라는 예술운동에서 나온 말이다. 과학적인 느낌을 담기 때문에 기능적인 면을 최대한 부각한다. 간결한 아름다움을 추구하여 차가워 보인다. 장식을 가능한 배제하고 화이트, 블랙, 그레이 등 무채색이나 블루 계열을 선택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모던 인테리어에서 또 하나 볼 수 있는 특징은 기하학적인 구조나 패턴을 활용하는 것이다.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는 단조로운 공간에 기하학적인 구조를 사용해 미적 감각과 안정감을 더해주는 역할을 한다. 최소한 2가지 이하의 색상만을 사용하고 단단한 인공소재인 금속, 타일, 가죽 등이 주로 사용된다. 직선적이고 단순한 공간구성이 주를 이룬다. 도시적이고 합리적이며 도시의 날카롭고 차가운 남자 등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 현대의 젊은 층이 선호한다. 무채색 컬러와 아이보리, 베이지, 브라운 등을 같이 활용하기도 하며 무늬가 화려한 패브릭은 자제한다.     

미니멀 인테리어

여백의 미를 강조한 미니멀 인테리어

  미니멀 스타일은 단순함을 추구하는 '미니멀리즘'에 기본을 둔 인테리어 콘셉트이다. 그렇기 때문에 허전함이 느껴질 정도로 간결하고 장식이나 패턴, 그리고 가구나 소품들도 불필요한 것을 줄여 단순하고 여백의 미를 강조한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고도로 농축된 감각과 극도의 절제 미가 돋보이는 스타일이다. 불필요한 부분을 없애고 비우는 것만으로도 스타일을 살릴 수 있다. 불필요한 부분을 없애기 때문에 더욱 넓어 보이는 듯한 시각 효과를 가져온다. 앞서 설명한 모던 인테리어보다 더욱 단순하고 단조로운 인테리어 스타일이다. 미니멀 인테리어는 기본적으로 세련된 느낌을 추구하기보다는 불필요한 것들을 비워냄으로써 단순하고 편안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미니멀 인테리어가 구현되면 세련됨이 강조된다.

  내가 보기에 미니멀한 인테리어는 단순하기는 하지만 편안하다고 볼 수는 없다. 비워내기가 실제로 얼마나 어려운 건지 새 집으로 이사를 하면서 절실히 느꼈다. 비어 있는 집으로 이사한 거니까 최대한 미니멀하게 아무것도 놓지 않고 싶었다. 그렇지만 가지고 있는 가구와 짐들을 전부 버릴 수는 없었다. 서재로 쓸 공간엔 책상과 책장이 있어야 했고, TV앞에는 소파가 있어야 했다. 티룸에는 커다란 식탁이 필요했다. 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이런 가구들을 다 들여놓으면서 인테리어가 미니멀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말 아주 매우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거실에 6인용 이상의 소파가 미니멀해 보이려면 몇 평의 공간이 있어야 할까? 커피메이커 얼음정수기 전기밥솥 에어프라이어 도마 등의 주방도구가 눈에 띄지 않게 전부 깔끔하게 수납되려면 주방 수납장은 얼마나 넓어야 할까? 미니멀하게 주방 상부장을 없애고 깔. 끔. 하게 하부장에만 주방의 모든 도구와 기구들을 수납하려면 도대체 하부장 길이는 얼마나 되어야 하는가? 내 생각이긴 하지만 가장 비싼 인테리어는 미니멀 인테리어이다.

  휑하다 싶을 만큼 미니멀한 인테리어에 따뜻한 감성을 더한 미니멀 웜 인테리어는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인테리어 콘셉트이다. 미니멀 인테리어에 원목 소재나 따뜻한 감성을 주는 패브릭 소재, 작은 화분 등을 활용한 심플한 플렌테리어를 믹스해 포근함이 느껴지는 공간으로 연출하는 것이다. 집안에서 화분을 키워 본 사람은 알 것이다. 화초들은 물을 주는 시기와 양이 종류마다 다르고 필요한 햇빛의 양도 다르며 적당한 바람도 반드시 필요하다. 음지식물 양지식물 반양지식물 등으로 구분된다. 생육환경이 제각각 다르다. 대형 화분의 경우 상당한 무게인데 물을 주기 위해 햇빛을 보여 주기 위해 매번 자리를 옮겨야 해서 많은 노동력이 동반된다. 반려식물로 오랫동안 함께 살기 위해서는 대단한 정성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인테리어의 소재로 살아 있는 식물을 활용하는 것에 반대 입장이다. 미니멀한 콘셉트의 간결한 인테리어에 포근함을 주기 위해서는 모양이 예쁘게 잡혀 있고 물을 주지 않아도 되는 사계절 예쁜 조화를 추천한다. 살아 있는 식물은 충분한 햇빛과 바람을 맞을 수 있는 마당이나 언제든 물을 흠뻑 줄 수 있는 베란다에서 키우면 좋겠다. 그래야 오래 함께 살 수 있다. 많은 분들의 아파트의 베란다에는 화초들이 시들어 죽고 남긴 빈 화분과 화분 받침들이 남아 있을 것이다. 아마도 올봄에는 화려한 꽃이 핀 예쁜 화분들이었을 것이다. 나도 이사 오면서 그렇게 남겨진 빈 화분들을 여러 개 가지고 왔다.     

화사하고 아기자기한 로맨틱 인테리어

  로맨틱 인테리어는 화사하고 아기자기한 아름다운 스타일로 레이스, 실크, 벨벳 등의 패브릭을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며 엘레강스한 가구와 감성적인 큰 창이 특징이다. 플라워 패턴이나 식물 문양, 스트라이프 등의 패턴을 활용해 동화 속의 공주님 방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화사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피치 핑크와 같은 화사한 컬러에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스타일로 아기자기하면서 낭만적인 스타일링을 한다. 레이스와 프릴이 달린 침대의 늘어뜨린 천들은 여성적인 스타일로 감성적이고 화사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나와 내 가족의 생활패턴, 라이프스타일 취향 이런 부분을 정확하게 알면 알수록 좋다. 그래야 집 지으면서 십 년 늙지 않을 수 있다. 집을 짓는 도중에 구조를 바꾸고 내장재를 바꾸는 일, 다 지어진 집의 외장재를 바꾸는 일은 정말 말리고 싶다. 추가 건축자재 비용문제만이 아니라 엄청난 폐기물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집은 세 번 지어봐야 한다는 말이 있다. 집을 짓고 나면 두어 가지는 후회되는 일이 있게 마련이다.

  1층 테라스에 빨래를 내다 널기 위해 세탁실을 1층에 만들었지만 드레스룸이 2층에 있어 빨랫감을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기 불편하다. 1층에 게스트룸이 없어 부모님이 오시면 계단을 오르셔야 해서 불편하다. 현관 가까운 곳에 화장실을 넣었으면 외출했다 돌아왔을 때 바로 손을 씻을 수 있었을 것이다. 뭐 이런 점들이 계속 거슬리게 된다. 나와 내 가족의 취향과 생활 패턴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고려해서 사용하기 좋은 집을 설계해야 한다. 토지를 구입했다면 이제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

  그 과정이 없이 집을 짓고 싶다면 감리 감독을 맡아 줄 믿을만한 건축가를 만나면 된다. 감리 비용은 정해진 것이 마땅히 없지만 월평균 600만 원에서 1000만 원 정도에 형성되어 있다. 내가 생각하는 믿을만한 건축가가 감리 비용을 월 200만 원에 맡아 주겠다고 이야기했다면 공사현장에 가끔씩만 나가겠다는 이야기와 같을 수 있으니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평생을 모은 돈을 다 쏟아부어 첫 집을 짓는데 자신의 인복만을 믿고 ‘저는 건축가님을 전적으로 신임하고 모든 것을 일임하겠어요’ 이렇게 이야기할 수는 없지 않을까?

  나도 잘 모르는 내 취향을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건축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호구가 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집을 짓겠다는 건축주가 집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다면 호갱님이 되는 건 시간문제이다. 집을 지으려고 마음먹는 첫 단계에서 집의 형태와 외장재를 정해야 한다고 앞서 이야기했다. 이 단계가 얼마나 막막하던지 경험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대부분 이 첫 단계의 막연함을 어쩌지 못해 지어진 집을 사서 리모델링을 하겠다는 또 다른 막연한 계획을 세우게 된다. 그렇지만 지어진 집을 보러 다니다 보면 나의 입맛에 맞는 집을 구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걸 금세 알게 된다.

 그렇게 발품을 팔다 보면 또 두어 해가 지나고 그렇게 세월을 보내다 보면 인건비 자재비가 상승하여 처음 집을 지으려고 마음먹었을 때보다 비용 차이가 커진다. 그때쯤 되면 집 짓는 일을 포기하게 된다. 나는 이생엔 집 짓기는 글렀나 보다 하고 생각하게 된다. 나도 그런 세월을 10년을 보낸 후에 집을 지을 용기가 생기게 되었으므로 누구보다 그 두려움을 잘 알고 있다. 어떻게 보면 집 짓는 일은 비용의 문제보다 용기를 내는 일이 우선이라는 생각도 든다. 일단 용기를 내어 토지부터 구입하고 집을 짓는 일은 시간을 두고 생각해도 좋다. 나는 토지 구입할 때 등기비용이 2천여만 원 들었다. 그렇지만 토지는 주택이 아니어서 1 가구 2 주택과 무관하여 1년에 한 번 보유세만 내면 되기 때문에 일단 집을 지을 토지부터 구입해 두는 것이 내 집을 갖는 빠른 길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토지를 구입하면 자꾸 가보게 되고 집을 짓고 싶어 진다. 저절로 건축에 관심이 생기게 된다. 

작가의 이전글 어쩌다 집짓기 - 14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