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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y Lee Jan 07. 2024

어쩌다 집짓기 - 16

2. 집 짓기의 두 번째 단계 설계

7. 단열 잘되고 지진과 화재에 안전하고 가격도 저렴한 자재로 집을 짓고 싶다

주변에 대단지 아파트가 있어 인프라가 좋은 택지지구.  의자에 앉아  해가 지나가는 위치와 그림자, 바람의 방향을 관찰함

  토지를 구입하고 8개월째 찍은 사진이다. 당시에 나는 거의 매 주말 집터에 가서 빈 땅에 테이블과 의자를 놓고 집의 설계도를 그렸다. 집을 지으려면 시공사를 선택해야 한다. 도대체 어느 시공사에 맡길 것인가?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고 가장 어려운 선택이다. 나는 택지지구로 조성이 되어 있는 토지를 구입했다. 배산임수에 전망 좋은 땅을 구입하여 사계절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조용한 전원주택을 짓고 싶다. 이런 생각은 애초에 하지도 않았었다. 집을 앉히기 위한 토목공사도 하고 수도 가스 등 여러 인입시설도 직접 하는 것은 처음 집을 짓는 나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구입한 땅은 50여 채의 집을 지을 수 있게 토목공사를 마치고 가로등 보안카메라 6미터 이면도로에 아스팔트까지 조성되어 있는 택지지구였다. 많은 건설업체에서 컨테이너 박스에 임시 사무실을 만들어 관계자분들이 출장 나와 있는 상태였다. 업체들에서는 홍보용으로 모델하우스 한 채씩 지어 놓고 건축주 유치 경쟁을 하고 있었다. 적어도 세 군데 이상 업체에서 견적을 받아 보라는 이야기를 누구든 들어 봤을 것이다. 문제는 평당 얼마? 그 허무한 가치 기준에 있다. 견적이라는 것이 내가 몇 층짜리 집을 지을 것이고 방을 몇 개 화장실 주방은 몇 개 넣을 것이며 외장재는 뭘로 쓰고 목조 주택 또는 콘크리트 주택을 지을 것인지... 이 모든 것이 정해져야 구체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업체에서는 세부 견적을 내기를 꺼려한다. 또 처음엔 견적을 조금 낮게 책정해서 계약서를 작성한 후에 집이 거의 지어질 때쯤 최종 마감 단계에서 자재비 인상을 핑계로 추가 비용을 끝없이 이야기한다. 그리고 묘하게도 그즈음이 되면 건축주는 처음에 게약 한 값싼 자재로 마감하기 싫어진다. 기왕 짓는 거 나중에 맘에 안 들어서 뜯는 것보다는 조금 더 고급스러운 자재를 쓰고 싶다 하는 마음이 꿈틀거린다. 이때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건축비가 들어가는 시작점이다. 집을 짓다 보면 4억 견적으로 시작했는데 5억이 넘어가는 경우는 드물지 않은 일이다.

어떤 자재로 집을 지을 것인가?

H빔 철골조 주택의 기본 골조. 빔의 두께는 건물의 층이 많아질수록 두꺼워짐
1층 필로티 구도인 4층 건물. 빔의 길이 때문에 무게가 무거워짐. 대형 중장비가 동원됨

  나의 집은 H빔 철골조로 지었다. 요즘에는 목조 주택이 흔한 편이고 건축비용이 비교적 저렴한데 테라스와 커다란 창이 중요했던 나는 목구조 집을 지을 수가 없었다. 철골구조의 집은 H빔으로 기본골조를 세우고 콘크리트 벽돌로 벽체를 채우는 방식을 쓴다. H빔은 단면두께 최소 6mm 이상이어서 고층건물을 세우는데 많이 사용된다. 내구성과 지진에 아주 강한 자재이다. 큰 장점은 기둥의 간격을 아주 크게 넓힐 수 있어서 중간에 기둥이 없는 넓은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전망이 중요한 나에게 아주 적합한 건축형태다. 내가 철골조 주택을 지은 시기는 2019년 말이었다.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이었기 때문에 비교적 원자재 가격이 안정적이었다. 3년이 지난 지금은 원자재 품귀현상을 겪은 후 H빔 가격이 매우 올랐다고 한다. 철골조 주택은 원자재 가격만 높은 것이 아니다. 자재의 무게 자체가 크기 때문에 큰 장비를 사용해야 하고 지반 기초 공사도 경량철골조에 비해서 자재가 늘어난다. 공사기간도 길어지기 때문에 인건비도 늘어난다.

사진출처 핀터레스트

  경량철골주택은 C형강이나 각파이프 같은 단면 두께가 1.5~6mm 이하의 비교적 무게가 가벼운 금속 자재를 이용해 집의 뼈대를 만든다. 벽체와 지붕은 샌드위치 패널로 채운다. 시공기간이 짧고 건설자재 비용이 저렴하지만 소음과 진동에 취약하기 때문에 대부분 상업 공간이나 공장 창고 등을 짓는 데 사용한다. 이 역시 코로나 이후 원자재 수급 문제로 건축비가 많이 상승했다. 그렇지만 H빔 철골조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사기간도 짧고 건축비도 저렴한 경량철골조 주택의 수요가 많아질 수 있겠다.  가벼운 금속재를 사용하여 짓기 때문에 규모가 작은 건물을 짓는데 활용되는 공법이다. 물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아서 공사기간이 짧다. 별도의 추가 마감 공정 없이 벽체로 사용하는 패널 자체로 마감을 끝낼 수도 있어서 건축주 취향에 맞는 집을 아주 경제적으로 지을 수 있다. 구조체의 무게가 가볍다 보니 다른 구조의 주택에 비해서 지반 개량 같은 기초공사에 시간이 적게 걸린다. 이런 여러 장점이 있는 만큼 단점도 많다. 일단 금속재 벽체를 사용하기 때문에 열전도율이 높아서 외부 기온과의 차이가 큰 한여름과 한겨울에 결로 현상이 심하다. 내외부 이중으로 단열공사를 해줘야 벽을 타고 물이 줄줄 흐르는 것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패널이 수축과 팽창을 하면서 '딱딱'하는 소음이 발생한다. 이 소음은 수축 팽창하는 성질을 가진 나무로 짓는 경량 목조 주택에서도 생긴다. 나는 이 집을 짓기 위해서 1년 동안 경량목조주택에 살았던 경험이 있다. 구조재로 사용한 나무가 갈라지는 소리가 불규칙적으로 들리는 것을 경험했다. 앞으로 집을 한번 더 짓게 된다면 경량철골로 지으려고 하는데 소리 나는 부분운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모든 스틸하우스에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걸까? 경량철골조 집에 사는 이웃에게 물어봐야겠다.

경량목구조 주택은 대부분 2층집
왼쪽은 1층에 철근콘크리트 2, 3층은 경량목구조. 오른쪽은 지하층 철근콘크리트 1, 2층은 경량목구조.

  목조는 경량목구조와 중목구조 두 가지가 있다. 경량 목구조의 집은 2x4(보통 투바이포라고 부름) 사이즈의 가벼운 구조목으로 기둥을 세우고 내부 벽체는 OSB합판을 쓴다. 일반적으로 38x140mm 또는 38x184mm 크기의 가벼운 구조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운반이 쉽고 자재 수급이 용이하다. 유연한 자재로 인해 지진 발생 시 충격을 덜 받아 내진 성능이 우수하다. 경량목구조 주택은 공사기간이 3개월 정도로 짧다. 철근콘크리트 주택과 같은 습식 공법이 아니라서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공사 비수기인 여름과 겨울에도 시공이 가능하기 때문에 인력을 구하기가 쉽다. 공사 시작해 보면 이 부분이 얼마나 큰 장점인지 알게 된다. 건식기법인 목구조가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하지만 지붕을 올리기 전 너무 오랫동안 눈이나 비가 오면 아무래도 구조재인 나무가 물을 많이 먹기 때문에 좋을 수만은 없다. 다행히 목구조는 습도 조절 능력이 좋은 편이다. 여기서 궁금한 점 하나, 구조재로 사용한 나무가 습도조절을 한다면 벽지는 종이벽지를 써야 하는 것 아닐까? 이웃의 목구조 집들은 대부분 내부벽지로 실크벽지를 사용하던데... 그렇다면 구조재의 나무에 습기들은 다 어디로?

  위에서 이야기한 대로 구조재로 사용한 나무가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면서 '딱딱' 소리가 난다. 자주 나는 것은 아니지만 지내본 경험으로 보자면 외부 온도와 내부 온도 차가 많은 날에 특히 소리가 자주 났던 걸로 기억한다. 조용히 쉬고 있다가 소리를 들으면 깜짝 놀랄 정도의 데시벨이다. 

  경량목구조 주택은 벽체와 벽체 사이를 넓게 띄울 수가 없어 내부 공간이 제한적이며 나중에 구조변경을 하기 어렵다. 상부의 소음이 내력벽으로 전달되어 차음 성능이 떨어진다. 그리고 2층 이상 짓기 어렵다. 왼쪽의 사진에서처럼 3층 집을 짓기 위해서는 1층은 콘크리트로 만들고 2, 3층은 목조로 짓는 하이브리드 형태의 주택도 많이 짓는다.

중목구조의 구조재는 이렇게 정확하게 재단되어진 자재들을 중장비로 들어 올려 조립함.
같은 단지에 짓는 중목구조 집이었는데 일본산 소나무에서 항상 좋은 냄새가 났음
3일 정도에 뚝딱뚝딱 전체 구조가 다 올라가고 지붕도 씌웠음

  중목구조는 경량목구조에 비해 더 두껍고 무거운 목재를 사용한다. 보통 105x105mm 120x120mm 정도 두께의 나무를 사용한다. 경량목구조는 골조벽체가 하중을 버티는데 비해 중목구조는 기둥과 보 중심으로 연결하는 ‘라멘구조’를 기초로 하여 벽식구조를 결합한 구조이다. 골조용 자재가 컷팅되어 현장에 도착하고 현장에서는 철골조 주택처럼 컷팅된 자재를 조립만 하기 때문에 빠른 시공으로 시공비가 절감된다. 경량목구조는 현장에서 사이즈를 재고 나무를 잘라 붙이기 때문에 폐기물이 많이 발생하고 처리 비용이 많다. 철골조에 비해 목구조는 내화성능이 우수하다. 넓고 탁 트인 내부 공간 구성이 가능하고 지진등의 외부 충격에 강하다. 단열의 효율이 좋고 나무에서 발생하는 피톤치드로 습도 조절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실내에서 항상 쾌적한 생활을 할 수 있다. 한국의 한옥에 중목구조가 많이 활용되고 미국이나 유럽식 주택은 경량목구조를 많이 사용한다. 

  단점은 역시 층간소음이다. 경량목구조에 비해 구조재의 무게가 무거워서 운반이 어렵고 자재 비용이 높아서 건축비가 많이 든다. 넓이와 층수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지만 건축비는 철근콘크리트 보다 더 비싸거나 비슷하다. 경량목구조이든 중목구조이든 목구조 주택은 목수의 기량이 절대적이다. 목수의 기술력의 차이에 따라 시공완성도에 차이가 많다. 그러니 건축주 입장에서야 기술력 부족한 목수를 만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어떤 사람을 시공자로 만나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집 짓는 일은 돈은 물론이고 행운도 따라야 하는 어려운 일이다.

철근 콘크리트 집. 나무판으로 거푸집을 만들고 시멘트를 부어 굳을 때까지 기다림.

  콘크리트 주택은 보 바닥 내력벽 기둥 등 주요 구조부가 철근콘크리트로 이루어진 일체식 구조이다. 목조주택과 달리 양생 등의 작업으로 건축기간이 길어지므로 건축 비용이 상승한다. 물을 많이 사용하는 습식 공법이므로 겨울에는 공사가 어렵다. 콘크리트 주택은 단단한 물성과 안정감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 특별한 관리를 하지 않아도 유지가 잘된다. 그렇지만 건축자재에서 포름알데히드 휘발성 유기화합물 등 해로운 성분들이 일정기간 나오기 때문에 새집증후군을 앓을 수 있다. 소재 자체의 단열성은 목조주택에 비해 떨어진다. 

  단점이 없는 건축방식은 없다. 단열 잘되고 층간소음 없고 지진과 화재에도 안전하고 그러면서도 가격도 저렴한 자재로 집을 짓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그것은 불가능하다. 건축 자재마다 각기 다른 장단점이 있으므로 가지고 있는 예산과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하여 건축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내 경우는 비용을 줄여야 했고 전망이 중요해서 큰 창과 넓은 테라스가 필요했고 한 가족만 거주할 상황이라 어느 정도의 층간소음은 감수할 수 있었다. 그래서 결정한 방식이 철골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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