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에서 다양성으로: 캐나다식 존중 교육

진실과 화해의 날이 내게 가르쳐준 것

by Mr 언터처블

9월의 끝자락, 캐나다의 하늘은 어느새 깊은 주황빛으로 물든다. 그날 아침, 학교로 향하는 아이들은 모두 오렌지색 셔츠를 입고 있었다. ‘Truth and Reconciliation Day.’ 이곳 사람들은 이 날을 ‘진실과 화해의 날’이라 부른다.

이 날은 캐나다의 아픈 과거를 기억하는 날이다. 수십 년 전, 원주민 아이들은 강제로 가족과 떨어져 기숙학교에 보내졌다. 자신의 이름을 잃고, 언어를 잃고, 문화를 잃은 채 ‘동화(assimilation)’라는 이름의 폭력 속에 살아야 했다. 그 상처는 지금도 세대 너머로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캐나다는 오늘, 아이들에게 말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기억하자. 그리고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자.” 학교는 그 다짐을 실천의 언어로 바꾸려 노력한다.


� 교실에서 배우는 ‘존중’

아이들이 오렌지 셔츠를 입고 모인 교실. 교사는 원주민의 전통 노래를 들려주고, 한 아이는 자기 나라의 명절 음식을 소개한다. 누군가는 집에서 쓰는 언어로 “안녕하세요”를 말해보고, 또 다른 아이는 가족의 전통 옷을 입고 온다. 이곳에서는 ‘다름’이 특별한 사건이 아니다. 서로 다른 문화, 언어, 피부색은 그저 함께 살아가는 일상의 일부다.

캐나다 교실의 다양성 교육은 거창하지 않다. 그저 “너의 이야기를 들려줘.” 이 한마디에서 모든 것이 시작된다. 아이들은 자신이나 부모의 모국의 전통이나 기념일을 소개하기도 한다. 한국계 학생은 설날과 추석을 이야기하고, 인도계 학생은 디왈리를 설명한다. 어떤 부모는 아이의 문화와 관련된 책을 교사에게 추천하며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을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면 어떨까요?” 그렇게 교실은 어느새 작은 세계의 축소판이 된다. 서로의 문화를 배우는 그 시간 속에서, 존중은 자연스럽게 자라난다.


� ‘다문화’와 ‘다양성’ 사이

한국에서의 ‘다문화교육’은 주로 다문화가정 학생을 위한 지원의 의미로 쓰인다. 그만큼 ‘도와줘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캐나다의 ‘다양성 교육’은 조금 다르다. 여기서는 누구나 다문화의 일부이며, 모두가 다양성의 주체다.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묻는다. “너희 가족은 어떤 음식을 먹어?” “너희 집에서는 어떤 언어를 써?” 그 물음 속에는 차이를 궁금해하는 호기심과 존중이 함께 담겨 있다. 다양성은 누군가를 배려하기 위한 의무가 아니라, 함께 배우고 성장하기 위한 기회다.


� 우리가 배워야 할 것

한국의 교실에도 이제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이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다름’을 조심스러워하고, 때로는 불편해한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특별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자신의 문화를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시간, 모두가 서로의 배경을 자연스럽게 배우는 수업. 그 안에서 ‘존중’은 교과서 속 단어가 아니라 삶의 언어가 된다.


� 맺으며

‘다문화(Multicultural)’는 여러 문화가 함께 존재하는 상태라면, ‘다양성(Diversity)’은 그 문화들이 서로를 존중하며 배우는 관계를 뜻한다. 진실과 화해의 날은 나에게 이런 질문을 남겼다.


“나는 내 곁의 다름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그리고 다시, 교실로 돌아와 아이들에게 말해본다.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우리가 다 다르기 때문에, 세상은 더 넓어질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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