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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나나킥 Jan 14. 2016

구마모토항행 버스를 놓치고

구마모토역으로 돌아오니 또 난관이 닥쳤다. 저녁에 다시 구마모토~시마바라 페리를 타고 나가사키로 돌아가야 하는데, 제 시간에 구마모토항으로 가는 버스 편이 없었다. 남은 구마모토항행 버스는 7시14분에 있었는데, 7시10분 출발하는 페리가 마지막 배편이었다.


택시를 알아보니 구마모토역에서 항구까지 20분 정도 걸리고, 요금은 3000엔 넘게 든다는 답변이 왔다. 다행인 건 구마모토에서 한화 4만원을 환전한 덕에 수중엔 5000엔 정도가 남은 상태였다는 점이다.



택시를 타기로 결정하고, 그 전에 라멘을 먹으러 고쿠테이로 향했다. 역사가 45년이 넘은 라멘전문점인데, 이토역까지 나를 태워준 준페이도 ‘구마모토는 고쿠테이라멘과 물이 맛있다’추천했던 터였다. 역에서 15분 정도 걸으니 식당이 나왔다.



820엔짜리 챠슈라멘을 시켰다. 아침 이후 아무것도 먹지 않은 터였다. 무척 배고픈 상태였는데도, 라멘은 그렇게 맛있지는 않았다. 다만 준페이 말대로 물은 왠지 정말 맛있었다.


‘택시비 아껴서 그 돈으로 구마모토에서 놀까’

라멘을 먹고 택시를 타러 가며 이런 생각을 해봤다. 5시간이나 걸려서 온 구마모토에 달랑 2시간30분만 머물기는 너무 아까웠다. 3000엔으로 선술집에서 밤을 새우고, 내일 새벽 나가사키로 출발하는 건 어떨까. 아니면 저렴한 숙소를 구해볼까 이런저런 생각 끝에 그냥 오늘 돌아가기로 정했다. 다음날 나가사키를 아침부터 돌아다니려면 오늘 돌아가 있는게 나았다.

일본 택시는 처음 타 본 건데 승객 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핸드폰충전기가 있으며, 요금이 매우 비싸다는 점이 한국과 달랐다.


그래도 기사아저씨의 직업정신은 참 멋있었다. 택시에 여행책을 두고 내렸는데, 기사아저씨가 책을 돌려주러 페리까지 오셨다. 우리나라에도 잘못 놓고 내린 짐을 돌려주러 노력하시는 기사분들이 많겠지만, 직원에게 맡기고 끝내지 않고 페리안까지 들어와 책을 돌려받는 것까지 확인하고 가시는 건 멋져 보였다.


밤이 된 탓에 페리는 모르는 사이에 이미 출항해 있었다. 이제 수중엔 839엔이 남았다. 오늘은 더 이상 무슨 일이 생겨선 안 된다. 무사히 숙소에 도착하길 바라며 의자에 풀썩 기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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