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H. Reynolds의 The Dot
다시 3월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학년이 올라가거나 상급학교에 들어가게 되어 더 이상 수업을 함께 하지 않게 된 학생들과, 새 학년을 맞아 수업을 새로 듣게 되는 학생들이 교차하게 됩니다. 많이 성장한 학생들이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게 되는 모습을 보는 즐거움 못지않게 새로운 학생들을 맞이하는 설렘과 약간의 낯섦이 공존하는 시기이지요. 또한 가르치는 사람으로서(저는 스스로를 감히 스승이라고는 부르지 못하겠습니다.ㅠㅠ) 초심을 다잡게 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저는 좀 까다롭고 학생들에게 높은 수준의 성취를 요구하는 선생입니다. 학교 선생님이 아닌 사교육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학습 성과를 내게 하는 것이 최소한의 자격조건이라고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어떤 성취도 배움의 즐거움, 배움이 가져다주는 자존감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아이들이 영어를, 더 나아가 공부를 싫어하도록 만들어서는 안 된다. 배울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도록 만들면 안 된다. 말하자면, 이것이 저의 초심인 셈이지요.
어떤 과목이건 그 분야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은 있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갈 수 없는 아이를 만났을 때, 선생의 역할은 어떤 것일까요? 가르친다는 것이 지식의 전달만은 아니어야 하는 순간은 이런 순간인 것 같습니다.
미술시간이 끝났습니다. 어린 소녀 Vashti는 여전히 텅 빈 자신의 종이를 앞에 두고 자리를 뜰 줄 모르죠. 그녀의 현명한 선생님은 농담을 던집니다.
"Ah! A polar bear in a snow storm."
"아! 눈보라 속의 북극곰이구나."
Vashti는 선생님 앞에서 선언하죠. "전 그림을 그릴 줄 몰라요!" 하지만, 선생님은 지나가는 말처럼 충고 한마디를 슬쩍 던집니다.
"Just make a mark
and see where it takes you."
"그냥 자국을 내 봐.
그리고 그것이 너를 어디로 이끄는지 보자꾸나."
화가 날대로 난 소녀는 마커를 가져다 종이 위에 세게 점을 찍고는 "There!"를 외치죠. 그 작은 점을 본 선생님은 소녀에게 그 그림에 서명을 해 달라고 합니다.
다음 주, 다시 미술실에 온 Vashti는 자신의 작은 점 그림이 황금색 액자에 담겨 떡하니 선생님의 책상 위에 걸려있는 것을 보고 놀라게 됩니다. 그리고, 생각하죠.
"Hmmph!
I can make a better dot than THAT!"
"흠, 난 저것보다는 나은 점을 그릴 수 있어!"
이제 Vashti의 점과의 씨름(책에는 실험이라고 되어 있지만, 씨름이 더 적절한 것 같네요)이 시작됩니다. 작은 점, 형형색색의 점, 여러 색이 섞인 점, 큰 점, 더 큰 점, 비어있는 점까지.... 몇 주 후, 학교 미술제에서 Vashti의 그림은 엄청난 호응을 얻습니다.
그리고, 그 미술제에 Vashti를 존경의 눈으로 바라보는 한 어린 소년이 있네요. 자를 가지고도 선을 제대로 긋지 못한다는 그 소년에게 Vashti는 선을 그어 보여달라고 얘기합니다. 그리고는 그의 삐뚤빼뚤한 선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더니 이렇게 말하죠.
"Please.... sign it." "여기에 서명해 줘."
I am not a teacher,
but an awakener.
시인이자 교육자였던 Robert Frost는 "나는 선생이 아니라 일깨우는 자이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An awakener"라는 표현은 우리말로 온전히 번역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잠자듯 멈춰 있는 상태의 사람을 깨우고, 불러일으키는 사람이라는 뜻의 말이겠죠. 그리고 이 책에 바로 그런 선생님이 계시네요.
사실 크게 무엇을 가르치지 않아도, 아이들은 스스로 깨우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리고, 호기심이 많고, 영리할수록 더 그렇지요. 그리고, 재능 있는 학생을 가르치는 일은 정말 즐겁습니다. 아니죠. 솔직히 말하면, 즐겁기에 앞서 사실 쉽습니다. 그들은 한 개를 알려주면, 여러 방면으로 응용을 하고, 스스로 더 깊이 파고들지요. 반면, 가장 가르치기 어려운 학생은 의욕이 없는 학생입니다. 이 책의 Vashti처럼요. 그리고, 너무나 현명한 그녀의 선생님은 애써 가르치려 하지 않네요.
그 선생님은 알고 계시는 거죠. 아이들에게 가장 큰 동기부여는 그들로 하여금 나아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하는 것이라는 것을요. 크게 칭찬하지 않고도 아이의 첫걸음을 응원할 수 있는 정말 현명한 방식의 가르침을 보여줍니다.
억지로 가르치려 하지 않아도 배우고 싶어 하는 학생들은 스스로 배웁니다. 그래서 전 선생의 역할은 좀 더 쉽게 효율적으로 길을 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역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이 책은 진정한 선생님의 역할은 아예 길을 나서지 못하는, 막다른 길에서 벽을 마주 보고 서있는 아이들에게 문을 열어주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네요. 마치 마법의 주문인 "Open Sesame(열려라, 참깨)!"가 바위벽에서 보이지 않았던 문을 만들어 열어주는 것처럼, 막혀있는 아이들의 인생에 하나의 문을 열어주는 역할이지요.
"The Dot"의 작가인 Peter H. Reynolds는 이 책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The Dot is about getting started
-getting unstuck.
It is also about creative teaching,
exploring an idea in many ways,
and sharing our gifts with others.
The Dot은 시작하는 것, 막혀있다가 풀려나는 것에 관한 책입니다.
그것은 또한 창의적인 가르침,
한 생각을 여러 방식으로 탐구하는 것,
그리고 우리의 재능을 타인과 나누는 것에 관한 책이죠.
배움의 가장 좋은 점은 아무리 나누어도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고, 견고해지는 것입니다. 배움을 나누는 것을 업으로 가진 선생님들에게 가장 큰 선물은 배움을 나눠 받은 자가 또 그 배움을 누군가에게 나눠주는 것이 아닐까요? 마치 Vashiti가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것을 이름 모를 한 소년에게 나눠주는 것처럼요.
긴 인생을 앞에 두고 있는 학생의 인생에 하나의 자국을 남길 수 있다면, 그리고 그 작은 점으로부터 꽃피는 아이의 인생을 바라볼 수 있다면, 선생으로서 그 이상의 기쁨이 있을 수 있을까 생각됩니다. 세상의 모든 선생님들과 벽을 보고 망연히 서 있는 학생들이 그 첫 자국을, 첫 점을 함께 찍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작가 웹사이트 https://www.peterhreynolds.com/
원어민이 읽어주는 오디오북 https://www.youtube.com/watch?v=sg-aGFsOk1I
권장연령 4~7세 / Lexile 지수 AD 500L (Grade K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