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개발서는 웬만해서는 읽지 않는 편인데
자기 개발서는 웬만해서는 읽지 않는 편인데, 회사 업무가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약간의 혼란이 있었고 그 혼란 속에서 우연이 눈에 들어온 책 소개 글이 나를 사로잡았다.
나약한 지금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니체의 통찰
아프니까 청춘이다 힘들수록 웃어라 따위의 자기 개발서는 정말 극혐인데, 니체의 사상을 짧은 문장으로나마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선택했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완전 손발 오그라드는 내용 투성이다. 조금은 후회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자기 극복과 성장에 관한 삶의 태도 같은 부재 아래서 한 번쯤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자신의 나태한 모습을 돌아볼 수 있는 짧은 글귀들은 꽤 좋았다. 어쩌면 조금 진부할 수도 있는데 굉장히 짧게 끝내는 글귀들이 오히려 긴 여운을 남기고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어서 좋았다.
회복이란 아픔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게 아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갈 용기를 얻는 과정이다
많은 공감이 되었다 내 삶을 돌이켜 봤을 때 힘들었던 날들을 이겨내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들은 그날들이 더 이상 힘들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날들을 생각하더라도 또는 비슷한 순간이 내게 오더라도 내가 이제는 다르게 행동할 수 있을 거라는 용기를 가졌다고 생각했을 때였다.
도덕은 강요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다 그 도덕이 우리를 성장하게 한다면 수용할 수 있지만 반대로 가능성을 가로막는다면 우리는 그 너머로 넘어설 준비도 해야 한다
정말 많이 해본 생각이고 나의 친한 사람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다. 너무 솔직하게, 너무 순진하게, 너무 순종적으로 그래야 한다라는 것들을 따르지만 말고 한 번쯤 스스로 생각해 보고 그 어려운 저항 또는 거부를 시도해 보길 추천한다
기다림은 단순한 인내가 아니라 우리 내면의 힘을 시험하는 과정이다
내가 정말 가슴에 두고두고 책이고 연습해야 할 내용이다. 나는 정말 기다림이 필요하다 신중하게 좀 더 진중하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한 적이 많다.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변하긴 하지만 여전히 매번 똑같이 많이 부족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더 기다리자.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도 있듯이 사람은 경험과 지식을 쌓을수록 자신의 부족함, 무지에 대해서 더욱 분명하게 인지하게 된다. 감사한 마음을 갖는 것도 비슷하다. 상황을 잘 이해하고, 일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감사한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고, 상대방의 상황을 인지하고 배려할 수 있는 사람이 감사함을 잘 표현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나이가 들면서 더 많은 일에 감사함을 느끼게 된 것 같다.
근데,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때때로 감사함을 표현하는 것에 인색한 경우가 있다. 감사함을 표현한다는 것 자체를 무언가를 빚졌다고 생각하고, 갚아야 할 부채가 생겼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 사람들은 주로 "말로만?", "그래서 뭐해줄 건데?"라는 반응을 보인다. 잘 보면 농담으로라도 그런 대답을 하는 사람은 고맙다는 말도 아껴서 한다.
비슷하게 사과를 쉽게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사과를 한다는 것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인데, 잘못을 인정하면 무언가 대가를 치르거나 보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고, 동시에 사과를 하지 않고 뭉게 버렸을 때와 이해 득실을 계산해서 행동하는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때때로 그 말의 무게를 생각해서 망설이는 신중함을 이해할 수는 있다만, 그 말의 무게를 온전히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담아 할 수 있는 말이란 걸 알기에 진심을 담은 감사와 사과를 잘하는 사람은 언제나 참 멋있어 보인다.
때로는 진심이 가장 강력한 착각이 될 수 있다. 신념에 목숨을 걸었던 역사적 사건들을 돌이켜 보라. 내가 믿고 있는 진심과 절대적 가치도 진실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 일 수도 있다. 결혼하기 전 가장 피하고 싶은 배우자는 알 수 없는 무언가를 막연히 믿는 사람이었다. 종교 같은 것일 수도 있고, 고지식함이나 신념 또는 가치관일 수도 있는데, 무엇이 되었든 간에 그 믿음에 빠져있는 사람과 아주 깊은 사랑에 빠질 수도 있지만 반대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아주 멀리 떨어져 버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반대로 무색무취의 유령 같은 영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원하는 것도 아니었다. 단지, 내가 바라는 것은 진심이 꼭 진실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변하지 않는 사랑이나 변하지 않는 약속을 막연히 강조하기보다 변하지 않을 사랑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상황을 바꾸고, 약속의 의미를 다시 해석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배우자와 가족은 그런 사람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사실, 이런 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다름의 문제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세상에는 정말 많은 다양한 사람이 있고 우리는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한다. 근데, 가족은 아니다. 아주 오래 우리 삶에 깊이 관여하고, 쉽사리 헤어질 수도 없다. 그래서 그냥 소박하게 바라 본 것이다. 어쩌면 내가 용기가 없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 크고 굳은 신념을 품어주고, 지지하고 또는 치열하게 맞서 싸울 용기가 없어서 아니길 바라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