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마른 오징어 맛 1

by 당근의 꿈

울릉도 오징어를 샀다. 직접 사보는 건 처음인 듯하다. 아주 오래전 누군가 먹어보라고 한번 준 적이 있는 듯하기도 하는데 기억이 확실하지 않다. 그만큼 울릉도 오징어 찾는 게 흔하지 않았다. 지금이야 인터넷으로 울릉도 오징어 검색하면 쉽게 나오지만 20여 년 전에는 흔하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오징어를 좋아했다. 물오징어도 좋아했지만 오래 두고 먹고 싶을 때 꺼내 먹을 수 있는 마른오징어를 더 좋아했다. 그렇다고 오징어 먹는 횟수가 많지는 않았다. 1년에 5번 정도 된듯하다. 그중 3번은 설과 추석 그리고 할아버지 제삿날이고 나머지 두 번은 트럭에 오징어를 한가득 싣고 오는 아저씨가 올 때였다. 어린 내 돈을 모아서 살 수 있었으니 그만큼 저렴한 가격과 작은 사이즈였다. 기억이 맞다면 한 마리에 500원이었던 거 같다.

성인이 되어 돈을 벌기 시작한 후 오징어를 쉽게 먹을 수 있었다. 호프집에서 맥주 안주로. 그리고 결혼 후에는 손님들을 초대할 경우 혹은 지인들의 집에 방문할 때 안주로 먹기 위해 오징어를 많이 구매해 뒀다.

맛 좋은 오징에를 구매하기 위해 속초까지 갔던 것은 아니고 속초나 주문진을 여행할 때 맛 좋은 오징어를 샀다. 여러 가게를 둘러보고 친절도와 가격 그리고 맛을 본 후 제일 좋은 집을 선택하여 전화 주문을 시켰다. 워낙 까다로웠던 만큼 전화 주문을 할 때 누구인지 쉽게 알 수 있었다. 또한 적은 양도 아니고 여러 번 구매한 몫도 있었다. 오징어뿐 아니라 황태포 그리고 쥐포 등을 샀고 젊은 사람이 통 황태를 구매하고 나름 관련 지식도 있으니 인상 깊어 기억에 남았으리라.

내가 돈을 버는 이유 중 하나다. 먹고 싶은 거 먹기 위해. 지역에 따라 맛은 어떨까? 가격에 차이는 어떨까? 싸고 맛 좋은 거 찾기는 힘들다. 맛 좋은 재료를 찾기 위해 여러 제품을 사 먹을 수밖에 없다. 마음에 들 때까지 산다. 다행인 건 가방이나 액세서리엔 별 관심 없다. 역시 세상은 보이지 않게 균형을 맞추고 있나 보다. 요즘은 빚 때문에 저리 살지 못 함이 아쉽다.


오래간만에 큰 마음먹고 오징어 한축을 사기 위해 신랑의 동의를 구했다. 심플한 답변이 왔지만 무거운 마음으로 샀다. 이 호기심만 없었어도 절약하는 건데 이 식탐과 호기심이 항상 문제다. 무거운 마음은 마음이고 맛은 별개니 기대를 가득 품고 가스렌즈 오징어 한 마리를 구웠다.

일단 울릉도 오징어는 일반 오징어보다 어둡다. 배 오징어와 색이 비슷하다. 배에서 말린 오징에는 좀 검붉다. 울릉도 오징어는 이보다 덜 검붉다. 온라인 찾아보니 비슷한 색이다. 그리고 울릉도 오징어 구분법은 다리에 꽂아진 나무 막대기에 [울릉도 오징어 산(등록제 467호)]라 써져 있다고 하지만 동시에 드는 생각은 저런 꼬챙이 막대야 제작하여 둔갑시키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이다. 나주배나 영주 사과 등 많은 과일들도 상자만 사서 다른 지역의 과일을 채워 놓기 때문이다. 하물면 오징어도 그러지 않겠냐는 의문이 든다. 그래도 일단 믿고 먹어본다. 진품 맛이 어떤지는 울릉도까지 가야 하니 말이다. 현재는 여건이 안되니 가지 못 하지만 언젠가는 꼭 가서 울릉도 오징어를 맛보리라.


맛있는 오징어는 가로로 검은선이 있다. 일반 오징어의 경우 투명하고 검은 선이 있는 오징어들이 신선하고 맛있다. 분이 낀 건 오래되어 맛이 떨어진다. 그리고 당일바리가 맛있다. 당일바리는 생물로 그날 말린 거고 냉동 바리는 냉동된 것을 말린 거다. 냉동 바리가 더 저렴하다. 왜일까? 냉동 비도 드는데 말이다. 추측하건대 생물로 팔다 상태가 안 좋은걸 냉동하거나 대량의 오징어가 잡혀 한번에 작업할 수 없어서 그런 건 아닐까? 싶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건 추측이다.


오늘 구매한 울릉도 오징어도 검은선이 있다. 오징어가 검붉어서 평소보다 자세히 봐야 보인다. 검은선도 있고 울릉도 막대도 있고 색도 이뻤다. 그리고 기대감도 높았다. 대체 어떤 맛일까? 오래 구우면 딱딱해지니 살짝 굽고 맛을 느껴봤다. 첫 느낌은 딱딱함이다. 이상하다. 너무 딱딱하네. 너무 구웠나? 그리고 계속 씹어봤다. 별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징어를 먹기 전에 낙지볶음에 화이트 와인을 먹어서 맛을 못 느끼나 싶어 계속 먹었다. 한 마리를 다 먹을 때도 특별한 맛을 못 느꼈다. 멘붕이었다. 이게 울릉도 오징어 맛이라고? 조금 인정하기 싫었다. 동해안 속초 오징어보다 훨씬 못한 맛이었다. 아니 별 맛을 못 느꼈다. 다만 짜지는 않았다. 맛있는 오징어는 대부분 짜지 않다. 그리고 연하다. 굽지 않고 찢을 때 쉽게 찢어지면 맛을 보면 부드러운 편이다. 그런데 울릉도 오징어는 딱딱하고 쉽게 찢어지지 않다. 너무 구웠나 싶어 굽지 않고 한 마리를 다시 먹어 보기로 했다. 이런... 굽는 것보다 찢는 게 더 힘들었다. 딱딱함은 여전했다. 너무 찢기 힘들어 먹다 말고 오븐에 구웠다.

결론 맛이 없다. 이 맛이 울릉도 오징어 라면 그리 유명세를 떨칠 수 없을 것이다. 인터넷으로 울릉도 오징어를 검색했다. 아무래도 다른 제품을 먹어봐야겠다. 오늘 구매한 곳도 울릉도 오징어를 처음 접한 것 같았다. 올라왔기에 샀다고 했으니. 귀한 것이라고. 피드백을 드려야겠다. 다음부터는 거기서 오징어 받지 말라고. 피드백을 하기 전에 인터넷으로 울릉도 오징어를 사서 다시 한번 먹어봐야겠다. 참고 자료가 없으니 어쩜 진정 이 맛이 울릉도 오징어 맛일 수 있으니 말이다. 이 맛이 울릉도 오징어 맛이라면 나와는 맞지 않다는 결론을 내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