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된 아파트 정들 수 있는 점과 정들 수 없는 점

by 당근의 꿈

결혼 후 나의 이사 경로를 따지자면 수원 -> 산본 -> 안양 -> 판교 -> 과천이다.

살던 당시 아파트 년수로는 대략 10년 -> 18년 -> 14년 -> 11년 -> 39년이다.

산본에서는 8년 정도를 살았으니 입주 당시는 18년이었어도 나올 때는 25년 ~ 26년 정도의 아파트 인 셈이다.

보시다시피 모두 년수가 오래된 아파트이다. 그래도 10년과 11년은 특히 판교의 아파트는 어느 지역보다 훌륭했다. 상태도 내부 디자인과 결로가 없는 등 만족스러웠다. 지하 주차장과 아파트가 연결되어있었던 점은 감격스러울 정도였으니 말이다. 물론 안양에서도 지하와 아파트가 연결되었었으나 반층 정도 계단 올라가야 했다. 쌀이나 무거운 짐을 싣고 나를 때는 참 힘들었지만 산본에서는 이 마저도 할 수 없었기에 감사함을 느꼈다.

판교에서는 지하 추자장이 단지 내 모든 동과 연결이 되어 있어서 비록 내 집은 아니지만 편의에 대한 만족도는 참 높았다.


그러다 대략 40년 된 아파트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주방과 부엌 그리고 베란다 샷시는 리모델링 한지 대략 10년이 넘었지만 그 밖의 곳은 리모델이 되어 있지 않았다.

언제 이주를 할지 모르는 아파트이기에 돈을 주고 고치고 싶지 않았지만 기본 행복권을 위하여 도배와 장판 그리고 LED 등 교체로 나름 겉모습은 봐줄 만하였다.



또한 많은 가족들의 육체 노동력이 며칠 부여된 결과 화장실의 거미 줄도 없애고 보고 있으면 토가 나올 것 같은 비데도 제거하고 변기 뚜껑도 새로 달고 락스를 뿌려 빡빡 청소하여 화장실이 가기가 두렵지 않게 만들었다. 그러나 역시 흔들리는 변기는 불편했고 그 사이로 냄새가 올라오는 듯하였다. 이 역시 글로는 몇 시간 만에 후딱 할거 같아 보이지만 비데 제거를 하는 방법을 찾는데 몇 시간이 걸리고 멍키 도구가 없어 비데와 연결된 호수는 결국 다음날 철물점 사장님께 부탁하여 분리할 수 있었다.

변기 뚜껑 또한 사이즈에 대해 몇 시간 찾아보고 이마트를 갔다 맞는 사이즈가 없어 다이소를 가고 규정된 사이즈가 아니라 비슷하게 앉는 거구나 하여 가장 맞을 것 같은 사이즈를 골라 오는데 하루가 걸렸다.



주방 수납공간은 먼지와 노란 기름때로 이 역시 뿌리는 락스의 도움을 받았다. 평소 이런 약품을 좋아하지 않지만 물리적인 힘으로 감당 하기에는 내 육체에 혹사를 가해야 될 듯하여 뿌리고 몇 번을 닦아 냈다.


정말 힘들었던 건 환풍기인데 철 수세미로 뜨거운 물로 계속 닦은 결과 환풍기의 노란 기름때가 철 수세미로 옮겨져 더 이상 철 수세미가 제 구실을 못 할 정도가 될 때까지 사용했다.

하지만 음식 할 때 저 환풍기를 틀 자신은 없었다. 겉은 닦았지만 안까지는 어찌 하지 못 해 꼭 틀면 위에서 뭔가 떨어질 거 같은 기분에 틀지 않고 있다.


현재 집은 세탁실이 집안에 있는데 이사 당시 수도꼭지가 세탁기 연결 호스와 사이즈가 맞지 않아 연결이 되어 있지 않았다. 알아보니 오래된 집은 수도꼭지 사이즈가 지금 보다 컸는데 이 둘을 연결시켜줄 커플링을 찾아보았으나 커플링마저도 그 사이즈는 오래되어 나오지 않았다. 이러한 사실들을 이틀 동안 인터넷 검색을 하고 마트를 가서 이리저리 커플링을 찾다 결국 철물점에 가서 문의한 결과 알 수가 있었다.

방법은 수도꼭지 교체 법인데 이번 기회에 수도꼭지를 교체해 볼까 해서 인터넷으로 찾아봤지만 교체 도중 벽이 허물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도전을 포기하고 철물점 사장님께 맡겼다.

눈으로는 모든 게 직접 하는 것보다 쉽게 보이지만 이번 수도꼭지 변경은 저더라 벽 터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전문가에게 맡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장님이 세탁 후에 물이 샐 수도 있으니 꼭 수도꼭지를 잠가주라는 당부도 하셨다. 이사 한지 3일째 드디어 빨래를 돌릴 수가 있었다. 밀린 빨래가 한가득이라 이날 빨래를 3번을 돌렸던 것 같다.

오래된 아파트라 그런지 전원 코드 꽂을 곳이 정말 드물게 있어서 긴 멀티탭을 두 개를 이용하여 연결된 건조기는 처음 보기에는 불편해 보였다.


수납공간이 한없이 부족한 우리 집에는 요즘으로 말하면 펜트리(창고)가 두 개가 있다. 그중 부엌 쪽 팬트리는 페인트 칠이 되어 도배를 할 수가 없었는데 페인트 칠 된 곳에 도배를 하면 떨어진다고 하였다. 그마저 바닥은 페인트 칠이 되어 있지 않고 시멘트 그 자체에 벌레가 나올 거 같은 느낌에 쓸고 닦기를 몇 번씩 하고 남은 장판을 바닥과 중간 선반에 깔았다. 중간 선반이 하나밖에 없었기에 또 다른 선반이 필요하여 남편과 마트에 가서 적합한 사이즈를 사 왔다. 하지만 이 역시도 모두 들어가지 못하고 3단만 집어넣고 1단은 밖에서 사용했다. 처음에 속상했던 마음과 달리 밖에서 1단을 사용해도 참 좋았다. 내가 의도한 대로 돌아가지 않았던 일이 나에게 때론 도움이 될 때가 있다. 그러니 조금은 자신의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 일에 실망보다 기대를 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식기 선반을 놀이 조절이 되는 것으로 구입했다. 문제는 좁으면 높이면 되는 일인데 기본 사이즈가 주방의 사이즈보다 컸기에 들어갈 수 없어 남편이 철 톱을 빌려와 깎아야 했다. 나름의 노력을 들인 선반은 버리지 않고 지금도 잘 사용하고 있었다.


전기레인지 아래 선반은 무너져 있었다. 싱크대를 저렴한 것으로 구입해서 그런지 물건의 힘을 이겨 내지 못 해 무너 진걸 이모가 청소하다 바닥에 사용하지 않는 플라스틱 상자를 놓아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오래된 아파트이기에 어느 것 하나 손이 안 가는 것이 없었다. 지금도 손 볼 곳이 참 많지만 어느 정도 생활을 할 수 있는 정도가 되니 더 이상 손이 가지 않았다. 어쩜 이제는 정이 들어 더 이상 불편한 모습이 불편하지 않게 느껴진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결코 정이 들 수 없는 부분이 하나 있는데 바로 녹물이다. 이사 후 첫 양치를 할 때 물에서 흙냄새가 났다. 심각하게. 이대로 사용해도 될까 정도였으나 별 다른 방법이 없었다. 샤워기에 필터를 꽂았더니 3일 만에 갈색으로 변했다. 울고 싶지만 별 다른 방법이 없어 필터만 교체해 주기로 했다. 다행히 싱크대에는 정수기를 사용하여 밥이나 야채 씻는 것은 정수기 물로 한다. 설거지도 마지막에 정수기 물로 한번 헹구어 준다.


다음은 보일러이다. 보일러는 틀어 보니 거실과 안방 그리고 작은 방 하나는 절반만 따뜻하여 관리실에 문의했더니 보일러 공사 당시 분배기를 여러 곳을 두어 테스트를 안 한 것 같다고 한다. 즉 쉽게 고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보일러 물을 한번 빼면 동작할 수 있다는 말에 철물점 사장님께 문의했지만 뺀다고 하여 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말에 그냥 포기하였다. 오래된 집은 뭔가를 만지는 것이 참 두렵다. 다른 문제가 터질 듯하여 그냥 그 환경에 잘 맞혀서 사는 것이 답인 듯하다. 위로가 되는 말은 사장님이 이 정도 방은 A급이라는 말이었다. 추위를 많이 타는 성격으로 온도를 28도를 올려놓고 사는데 다른 집은 28도여도 이 정도로 따뜻하지 않다는 말씀을 하셨다. 보일러뿐만 아니라 다른 사항들도 A급이라는 말씀에 웃지 못할 위로를 받았다.


이사는 다음 이사가 될 때까지 정리가 안된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그건 정리의 개념이다. 40년 된 아파트는 정리가 아닌 손 볼 곳이 끝이 없는 것 같다. 이밖에도 말하지 않는 일들이 상당히 많다. 하지만 가장 현명한 방법은 정이 드는 것이다. 그럼 많은 것들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물론 정이 들 때까지 기본적인 것들을 돈을 들여 교체하겠지만 그 이후에는 정이 들어 이곳도 살만 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녹물을 제외하곤 말이다. 2달이 지난 지금 이곳은 이제 우리 가족에게 평온하고 나름 따뜻한 곳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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