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를 계약하던 날이었다. 겉으로는 다른 도시와 크게 다를 것 없는 과천을 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까 궁금하여 부동산 사장님께 질문을 했다.
"과천이 왜 살기 좋아요?"
사장님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과천이 좋은 점을 말씀해 주셨다.
"과천은 아침에 새소리가 나요. 그리고 인간 중심 도시라서 유흥 업소 및 시설이 없어 밤에 네온사인도 밝지 않아 조용하니 잠자기 좋아요.
"네? 잠자기 좋은 곳이라 살기가 좋다고요?"
대략 저런 내용의 대화였는데 그 당시 이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니 잠을 자는데 좋은 환경이라서 살기가 좋다는 게 무슨 말인가. 이제까지 수원, 산본, 안양, 판교에서 살았지만 잠에 특별히 지장 받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사 후 첫날부터 불빛이 없다는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
우리의 이사는 도배와 장판까지 해야 했기에 저녁 8시쯤에 끝이 났다.
언니와 나는 가구와 식기 등의 위치 선정 때문에 저녁을 먹지 못 하여 그때서야 밥을 먹으러 나갔는데 하루 종일 이사를 도와준 언니에게 맛있는 걸 사주기 위해 식당을 찾았지만 겨우 밥만 먹고 올 수 있었다.
그 이유는 영업을 하는 식당들을 찾기가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이 당시 코로나 방역 지침에 따라 9시까지 영업을 할 수 있었는데 흔히 8시 30분에 마감 준비를 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있다 생각했다.
하지만 이러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갔고 문을 연 식당을 쉽게 찾을 수 없어 이러다 집에서 라면 먹어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했다.
그러다 불이 켜진 삼겹살 집을 찾았고 식사를 할 수 있냐고 물었더니 할 수 있다 하였다.
이미 식당을 찾기 위해 시간을 소비하여 삼겹살 먹기는 힘들어 김치찌개를 주문하여 밥을 먹었다.
밥이 나오기 전에 식당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찾아다닌 생각을 하면서 부동산 사장님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과천은 밤이 조용하다. 내가 찾지 못한 것일 수도 있지만 유흥 시설이 거의 없다고 봐도 될 것이다.
한 번은 친구가 집으로 놀러를 왔다. 자신은 예전부터 과천에 살고 싶었다는 친구에게 한마디를 했더니 과감히 포기했다.
"친구야, 과천은 술집이 별로 없단다."
"... 그럼 안 되겠다."
이 친구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 친구였다.
또 한 번은 과천에 10년 넘게 산 지인과 치맥을 했는데 오래 산 만큼 과천을 잘 알 거 같아 왜 과천에는 술집이 거의 없냐 물었더니 뜻밖의 대답을 들었다.
"예전에는 치킨 집도 하나였는데 지금은 하나 더 생겼고 상가들도 좀 더 오래 문을 연 것이다."
(오해가 없기 위해 현재 장소는 이마트 상권이 있는 곳임을 밝힌다. 주로 이 부근만 다녀서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과천에서는 이마트 부근의 상권이 제일 큰 것으로 알고 있다.)
'아. 이보다 더 일찍 문을 닫았구나.' 놀라움의 연속과 동시에 내가 한번 호프집을 차려 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불이 꺼진 어두운 거리를 생각하면 흔히들 무서움을 생각한다.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편안한 어둠도 있다는 것을 과천에 오고 나서 알게 되었다. 이상하게 이곳에서는 밤에 돌아다녀도 안전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몰랐는데 그런 느낌을 주는 도시이다. 남편과 한 번씩 산책을 할 때 무섭다 보단 차분하다고 느꼈다.
산책 코스는 중앙 공원, 자이, 푸르지오 써밋, 그리고 그 주변에 있는 빌라와 주택을 한 번씩 돈다.
후에 재건축으로 이주할 경우 어디로 이사 가야 하나 탐색을 위함이기도 하는데 밤에 다녀도 안전한 지 살펴보기도 한다. 그때가 밤 9시 정도인데 역시 조용한 거리를 볼 수 있었다.
"오빠, 여긴 밤이어도 무섭지 않고 편하면서 조용한 거 같아요. 그래서 밤에 다녀도 괜찮을 거 같아요."
"응. 그렇네. 그런데 사람을 거의 못 만나는데 다들 일찍 들어가서 자나 봐."
혼자가 아닌 둘이 한 산책이라 그런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혼자 걸어 다닌다는 상상을 해도 많은 차이는 없을 거라 생각 든다.
부동산 사장님이 과천은 cctv가 잘 되어 있다 했는데 빌라와 주택단지를 걷다 보니 곳곳에 설치가 잘 되어있음을 볼 수 있었다.
그렇다. 저녁 9시면 그렇게 늦은 시간이 아님에도 길을 걷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다들 일찍 자나보다. 역시 잠자기 좋은 도시인 건지 아님 아직 추위가 다 가지 않아 산책하러 나오지 않은 건지 땅속의 씨앗이 솟는 따뜻한 봄날에 다시 한번 둘러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