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은 과천과 판교를 고민하는 사람을 위해 글을 쓰고 싶었다.
어느 지역이 더 좋은지 찾다 보면 "과천이 좋다", "판교가 좋다" 말하다가 댓글로 언성이 높아지는 경우도 봤다. 그래서 글 쓰는 것이 조심스러웠지만 누군가는 필요한 정보라 생각되어 비교해 보기로 했다.
판교에 23개월 살아봤고 과천도 이제 23개월 차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개월수가 마침 딱 같은 시기인걸 보니 글 쓰라는 의미였나 보다.
두 곳 모두 23개월간 살아 봤을 때 어느 곳이 더 좋은지 결론을 내리자면 답은 "없다"이다.
왜냐하면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고 매매하는 목적도 다르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성향별과 투자 별로 자신에게 맞는 곳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먼저 성향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회사 사람들이 "판교는 어때요?"라고 물어볼 때 이렇게 말한다.
"돈 있으면 살기 좋아요."
이 역시 사람마다 형편이 다르기 때문에 내 말이 정답 일수는 없지만 일단 판교는 물가가 비싸다.
고급 음식점도 많고 현대 백화점 역시 다른 백화점 보다 고가의 물품들이 많아 보인다.
가끔 회사일로 지쳐서 외식을 하고 싶었지만 쉽게 할 수 없었던 것은 빚뿐만 아니라 비싼 물가도 한몫을 했다. 그래서 정말 열심히 집 밥을 했었다. 맛있는 음식점은 많았지만 내 지갑은 굳게 닫혀있었던 현실에 이 한 몸 열심히 밥을 해야만 했다. 다행히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힘들거나 불편하지는 않았다. 다양한 음식 경험을 하고 싶었지만 못 한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판교는 맛집들이 많고 먹고 싶은 것도 많다. 판교 테크로 밸리가 있어 더욱 그러한 듯하다.
법카의 든든함이 이런 문화를 더 확장시켰을 듯싶다.
몇 년 전 지인으로부터 [판교 자체가 복지다]라는 말을 들은 적 있다. 살아보니 그러겠구나 싶었다.
깨끗한 도로에 화려한 조명 그리고 다양한 음식점과 백화점. 생활에 불편함을 찾기 쉽지 않다.
늦은 밤에도 밝은 불이 켜져 있는 곳이 판교인데 이렇게 저녁이 되어도 불빛이 꺼지지 않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도시이다.
대학생 시절 한 친구가 있었는데 이 친구가 원하는 도시는 밤이 되어도 조명이 꺼지지 않는 곳이었다. 늦은 밤 놀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반면에 난 어릴 적부터 한적한 곳을 좋아했다. 맥주를 마셔도 시끄러운 곳 보다 조용한 곳을 좋아했고 네온사인 보다 달빛 아래 천리향을 맡는 것을 좋아했다. 비록 천리향이 네온사인 보다 밝지는 않았지만 어두움 속에서 하얀 천리향의 모습은 왜 빛보다 더 밝아 보였는지 모르겠다.
이제 과천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아직 판교에 대해 못다 한 이야기는 많지만 같은 특성을 비교하기 위해서는 이쯤 과천은 어떠나 보는 것이 좋을 듯싶다.
일단 판교와 과천은 위의 성향만 비교하자면 극과 극이다.
과천을 소개할 때 지인들에게 이런 말을 한다.
"집만 있으면 돈 쓸 일이 없는 곳이다"
과천은 저녁 8시가 되면 많은 상가들이 문을 닫는다. 그러니 저녁 외식을 하고자 할 경우 적어도 7시에는 나서야 한다. 요 근래 생긴 백소정의 경우 9시까지 영업을 한다 하여 8시 3분에 도착했으나 마지막 오더가 8시까지라 결국 먹지 못하고 돌아간 일이 있었다. 정말이지 조금 늦은 저녁에 외식하기 힘든 곳이다.
과천은 판교에 비해 빛이 없고 맛집이 없다. 판교가 물가가 비싸서 외식을 못 했다고 하면 과천은 그리 먹고 싶은 집이 없어 외식을 안 한다. 그래서 또 열심히 집밥을 하게 됐다. 맛이라 함은 워낙에 개인적이라 평가가 틀릴 수도 있지만 과천의 몇몇 블로그를 보면 맛이 평균 이하라는 글들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처럼 맛집이 없다는 사람도 더러 있었고. 과천의 모든 음식점을 접해 보진 않았지만 대략적으로 그러한 듯하다. 그래도 요 근래에는 재건축으로 맛집이 한 두 곳 생기고 있는 듯하다.
과천 입성 후 신랑과 저녁에 술 한잔을 하고 싶어서 돌아다녔지만 눈에 들어온 곳은 3곳이었다. 60계 치킨, 깐부 치킨, 그리고 포차 집 한 곳. 더 찾아보면 있겠지만 그 당시 살짝 둘러봤을 때 이 정도만 보여 신랑에게 맥주 집 하나 하는 게 어떠냐고 할 정도였다. 진심으로 돈만 있었어도 시도했을 것이다.
한 번은 1시까지 영업하는 호프집을 발견하여 언니에게 과천에도 1시까지 하는 호프집이 있다고 웃으면서 전화한 적이 있다. 그만큼 무엇이 없다. 또 술을 좋아하는 친구가 과천에 살고 싶다 하여 여기는 술집이 많아 없어서 적응하지 못할 거라 말했더니 "그럼 오면 안 되겠다 했다."
집을 계약할 때 부동산 사장님께 "과천은 뭐가 좋나요?"라고 물었다.
사장님은 "잠자기 좋다"라고 하였는데 그게 좋은 점에 해당하나?라고 생각 했다. 살아보니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게 되었다. 저녁만 되면 불 꺼지고 조용하기에 정말 잠자기 좋다. 한 번은 이모부가 지하철을 타고 과천에 온 적이 있는데 그 시간이 저녁 7시에서 8시 사이인 걸로 기억한다. 집으로 들어오면서 하시는 말씀이 "여긴 왜 이리 사람이 없어? 정말 조용해"라고 하셨다. 그리고 그 뒤로 이모부가 과천에서 살고 싶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조용하지만 살고 싶은 곳이 과천인 듯싶다.
과천의 최대 장점은 천혜의 자연지역이다. 관악산, 청계산, 그리고 양재천이 있어 새들의 울음소리를 아침에 들을 수 있는데 더러 까마귀 울음소리도 들린다. 과천 에코 팰리스에는 천연 계곡이 흐르는 곳도 있어 아이들이 놀기에도 참 좋다. 이 모습에 반해서 과천에 오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나 역시 이런 점에 반해서 왔기에.
밤이면 조용하지만 무섭지가 않는 곳이 과천이다. 이 점이 참 신기하다. 늦은 밤에 걸어 다녀도 무섭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그럼 저녁이 되면 사람들은 무엇을 하는가. 술을 마시는 사람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대공원 산책길로 운동을 나선다. 대공원 산책길을 가 보면 "아, 과천 사람들은 다 여기에 있구나"라고 생각이 들 정도이다. 특히 벚꽃이 피는 봄과 단풍이 드는 가을에 사람들이 제일 많다. 덥지도 춥지도 않고 아름다운 꽃들과 단풍이 있는 계절은 사람들로 하여금 밖으로 나오게 한다.
대공원에 대해서는 이야기할 것이 많지만 이 부분은 후에 판교의 탄천과 비교해도 좋을 듯싶다.
많은 사람들의 오해를 사고 싶지 않아서 하는 말이지만 과천과 판교의 비교는 어느 지역이 더 좋냐 아니냐를 가리기 위함이 아니다. 취향에 맞는 곳을 선택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함이다.
위의 성향으로 보고 정리하면 판교는 화려한 문화생활을 즐기는 사람이 그리고 과천은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이 좋지 않을까 한다.
자~ 여러분은 성향은 어느 곳에 더 맞나요? 혹 두 곳을 고민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은 판교의 탄천과 과천의 대공원 혹은 판교의 교보문고와 과천의 작은 책방을 비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