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하다는 것 - 뭐든지 선생님 마음대로
인생은 밀물과 썰물의 반복이다.
영원한 상승은 없다. 상승과 하락의 반복이다. 밀물과 썰물처럼.
그리고 우리는 하락을 할 때 이런 생각을 한다.
우리는 그만둘까? 실패인가? 내가 잘못했나?를 생각하게 된다.
몇 번 되지 않지만 그래도 꽤 아이가 책에 대한 긍정적인 면이 보였다고 생각했다.
책을 좋아하기까지 바라지는 않지만 읽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줄었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도서관에서 책 3권을 빌려왔는데 이번에는 공부에 도움이 될 듯하여 역사책 한 권, 그리고 학교 추천 도서인 '첩자의 아이', 또 하나는 토론하기 좋은 '공정하다는 것'이란 책을 대출했다.
도움이 될 거란 내 생각과 반대로 아이는 책을 보고 징징 거리기 시작했다.
특히 첩자의 아이를 보고 기겁하듯이 이걸 어떻게 다 읽어하면서 잠들기까지 징징거렸는데 도전도 해보지 않고 우는 모습에 화가 났다.
한마디 하려는 순간 평소 조용히 아이에게 말하던 남편이 한마디를 했다.
덕분에 나의 한마디는 밖으로 나오지 않았고 머리를 식힐 시간을 주었다.
내가 화를 내면 그럼 앞으로 아이는 책을 좋아할까? - 아니다
그럼 평소처럼 잘 읽을 수 있을까? - 아니다
책에 대한 거부감이 생길까? - 그렇다
그럼 어찌해야 하나 생각하다 짧은 글로 여러 사례를 예시로 쓴 '공정하다는 것'이란 책을 권해 보기로 했다.
"나연아, 첩자의 책은 길지만 이 책들은 몇 개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어서 쉽게 읽을 수 있는데 이것부터 읽을까?"
징징 거림을 조금씩 멈춰가면서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항상 이렇게 짧은 글들만 읽을 수 없어. 나연이가 밥 먹는 양도 점점 늘어나고 키도 점점 커지고 있지? 책도 마찬가지야. 다양하고 긴 문장의 책을 읽어야 잘 자랄 수 있어. 그러니 다음에는 시간의 여유를 두고 조금씩 읽어 보자."
화나는 마음을 식히기란 참으로 어렵다. 예전 같았으면 "읽지 마, 엄마도 시간 없는데 해주는 거야. 너 알아서 해" 이렇게 대했을 거다.
남편이 아이에게 먼저 한마디 한 덕분에(물론 남편의 화는 내 화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아주 차분하고 감정적인 말이 아니다. 그래서 평소에 내가 화가 많이 나서 아이들에게 상처가 클 것 같으면 남편 보고 말하라고 한다.) 화를 식힐 수 있는 시간이 되었고 아이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보자는 계기가 되었다.
그 시간의 틈은 화가 밀물의 최고점을 찍고 썰물로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밀물과 썰물의 반복으로 우리의 삶을 역경 속에서 성장한다.
어찌 되었건 큰 트러블 없이 다섯 번째 여행을 시작하였다.
뭐든지 선생님 마음대로라는 소제목의 이야기다.
"나연아, 왜 뭐든지 선생님 마음대로라는 제목일까? 어떤 내용이 있을까?"
"몰라. 그냥 선생님 마음대로 다 했나?"
"그럼 어떤 내용인지 한번 읽어 보자"
읽는 도중 여전히 모르는 단어는 물어보았고 단어 설명이 힘든 단어들은 국어사전의 힘을 빌렸다.
한두 달 전, 위해, 명량한, 씁쓸한, 채택, 의아하다, 평등 등에 대하여 물었다.
물어본 단어가 적은 것이 아니라 그만큼 책 내용이 짧았다.
이번 책은 토론 위주의 책이기에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나연아, 왜 민주가 체육대회 장기자랑에서 1등을 했어도 기분이 안 좋았어?"
"장기 자랑을 반 아이들의 생각을 들어주지 않고 나가라고 해서"
"그럼 왜 3등 한 반을 부러워했어?"
"그 반은 모두가 나와서 같이 해서"
"민주가 원하는 장기 자랑은 그럼 어떤 거야?"
"다 같이 하는 장기자랑"
생각의 힘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질문도 중요하다.
읽기는 앞으로 나아가지만 질문을 뒤를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뒤 돌아보는 순간 생각의 힘이 어린 죽순처럼 쑥 자라기 시작한다.
우리 아이의 생각은 힘은 아직 자랐는지 땅속에 있는지 모른다.
이렇게 계속 읽다 보면 언젠가 대나무처럼 멋진 생각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그 과정 중에 오늘처럼 고된 일도 있겠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자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