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야 가우 가족의 이야기
은야 가우(Nya Gaw)의 가족은, 한마디로 가장 병에 걸리기 쉬운 여건 속에 살고 있습니다.
올해 40세인 은야는 남수단 말라칼에 있는 유엔 민간인 보호 캠프에서도 가장 여건이 열악한 곳에 살고 있습니다. 과거 은야는 조산 간호사로 일도 했고 나름 중산층이었지만, 지금은 인도적 지원에 완전히 의존해 살고 있습니다. 민간인 보호 구역에서 은야와 함께 바닥에 흙 때 묻은 천막을 나눠 쓰는 사람은 55명이나 됩니다.
3개월 전에 은야는 분쟁, 폭력, 영양실조를 피해 떠난 1만 6000명의 피난민들과 함께 민간인 보호 구역에 도착했습니다. 대부분 와우 실루크(Wau Shilluk) 부근에서 작은 카누를 타고 밤에 이동해 백나일강을 건넜습니다. 그들이 떠나온 곳은 벌써 몇 달째 인도적 지원이 끊긴 상태였습니다. 캠프에 도착한 피난민들은 대부분 빈손이었습니다.
한기가 시작되면서 캠프 안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의 소아과 병동은 폐렴 및 기타 폐 질환을 앓는 아동들이 전체 입원 환자의 절반이 넘고 있습니다. 이 병원은 캠프 내에서 입원 병동을 운영해 2차 의료 서비스를 지원하는 주요 시설입니다. 최근에는 말라리아까지 번져, 병원에는 말라리아에 걸려 괴로워하는 아동들로 가득합니다. 병상마다 환자가 다 누워 있자, 뒤에 온 환자들은 바닥에 깔아 둔 매트리스에서 잠을 청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의사 야세르 샤라프(Yasser Sharaf)는
“이 질병들의 근본 원인은 부적절한 생활 여건 속에 빽빽하게 모여 지내는 데 있습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병원 밖에서는 5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수천 개의 천막과 임시 거처 속에서 지내는데, 천막들이 서로 너무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유난히 좁은 통로를 지날 때는 옆으로 걸어 나와야만 할 정도입니다.
비좁은 공간에 자리를 잡고 앉은 은야는 ‘럼’이라 부르는 푸성귀 더미에서 줄기를 벗기고 있습니다. 매월 배급받는 식량이 너무 부족해 이를 보충하려고 캠프 밖에서 럼을 따 오는데, 은야 가족들에게는 최후의 식량 수단입니다.
은야는 아들 둘을 데리고 캠프에 들어왔는데, 캠프에 온 이후로 식구가 더 늘었습니다. 당장 은야의 생활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은야는 분쟁의 여파로 부모님과 떨어지게 된 다른 아이 넷을 더 보살피고 있습니다. 아이들 부모가 어디 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이렇게 늘어난 은야네 가족은 오두막 하나를 나눠 쓰면서, 잘 때는 바닥에 플라스틱 매트 몇 개를 깔고 잠을 청합니다. 은야네 가족이 있는 거주 공간은 침실 하나 정도의 크기입니다.
밤이면 특히 습하고 쌀쌀해지는데다 윙윙거리는 모기들 소리로 요란합니다. 은야네 천막과 다른 천막들 사이를 구분하는 도랑과 통로에는 진흙과 고인물이 가득합니다. 캠프 이쪽 지역에서 1인당 거주 공간은 4제곱미터가 될까 말까인데, 이는 국제 인도주의 기준이 제시하는 최소 규모의 1/7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몸동작으로 비좁은 공간을 나타내 보이던 은야는, 천막에 있던 아이 2명이 최근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에 입원했다고 했습니다. 은야는
“밤이면 모두들 기침을 하고, 병이 퍼져 나가요.”라고 말했는데,
이는 캠프 내 다른 엄마들도 하나같이 이야기하는 것이었습니다.
은야는 “우리는 공간이 더 필요해요.”라고 말했습니다.
은야네와 같은 가족들에게 유엔이 배정한 공간은 1제곱 킬로미터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더 많은 공간이 시급히 필요합니다. 마땅한 학교라든가 휴양 시설, 시장 같은 곳들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깨끗한 수도, 목욕실, 화장실 등 생명 유지에 필요한 기본적인 시설들을 늘릴 공간조차 없습니다.
은야네 천막 근처에서는 한 무리의 여성들이 깨끗한 물을 구하려고 벌써 몇 시간째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기다린다고 항상 필요한 것을 구하지는 못합니다. 화장실은 더 큰 문제입니다. 캠프 내에서도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곳에서는 70명당 화장실이 1개도 채 되지 않을 정도입니다. 종종 비가 내릴 때 밖에서 배변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불평하는 여성도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캠프 내 몇몇 1차 의료 시설 문 밖에서는 아침 해가 뜨기도 전에 벌써 길게 줄이 늘어서 있는 것이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진료소는 오후 5시에 문을 닫고, 매달 두 번째 일요일에는 1차 의료 서비스가 전혀 지원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천막 진료소들이 문을 닫을 때면, 국경없는의사회 병원 응급실 앞으로 또다시 긴 줄이 생깁니다. 너무도 많은 환자들이 위독한 상태에서 병원을 찾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