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성들을 포기했던 모두가 틀렸다"
2018년 5월 16일
나이지리아에서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을 하고 있는 마르틴스(Martins)는 환자 데이터를 관리하고 있다. 여성들이 병원 문을 나서서 집에 돌아가는 기쁜 날, 마르틴스가 사람들의 회복과 기쁨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행복한 사람을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웃는 얼굴에서 나타날까, 아니면 눈물을 글썽거리는 얼굴에서 나타날까? 상황에 따라 다르지 않나 싶다.
환한 미소와 활기찬 웃음소리는 분명 기쁜 순간이라는 것을 보여주지만, 너무 기뻐서 눈물을 흘린다면 그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다.
아름다운 것을 보고 감탄의 눈물을 흘리는 건 다들 이해하겠지만, 눈물이 나올 정도로 북받치는 감정은 뭔가 저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것 같다. 진정 영혼까지 기쁨에 흠뻑 젖어 솟구쳐 오르는 것이 아닐까?
파괴적인 손상
눈물이 날 정도로 기쁘다! 오늘 내 기분이 그렇다. 나이지리아 북부 도시 자훈, 이곳에 위치한 국경없는의사회 누공 진료소에서 드디어 퇴원하는 여성들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얼굴마다 보이는 환한 표정은 보는 사람마저 미소 짓게 한다. 그들의 퇴원을 축하하는 우리 모두 저 미소의 이유를 알고 있다.
누공은 거의 항상 폐색성 분만의 여파로 출산 중에 생기는 파괴적인 손상이다. 이런 현상은 출산이 중도에 멈췄을 때 발생하는데, 대개 산모의 골반을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로 태아의 머리가 너무 큰 경우에 많이 일어난다.
이때 응급 제왕절개를 하지 않으면 태아의 머리가 산도 벽을 압박해 ‘누공’이라는 구멍이 생길 수 있는데, 이로 인해 질이 방광이나 직장과 연결되게 된다.
잃어버린 줄만 알았던 자부심을 되찾은 여성들
오늘 퇴원하는 이 여성들은 몇 달 전 부적절하게 실시된 분만 혹은 고위험 분만을 치른 뒤 자기 몸이 소변을 조절하지 못하고(방광-질 누공), 대변을 조절하지 못한다는(직장-질 누공) 걸 깨닫게 되었다. 방광이나 직장을 통과한 배설물이 누공을 지나 질 밖으로 계속 새어 나갔던 것이다.
결국 이 여성들은 헝겊이나 타올을 사용해 흘러나오는 배설물을 받아 내야 했다. 주변 사람들이 그 냄새를 역겨워하자 이들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배제되는 경우도 생겼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오늘 축하를 받으며 퇴원하는 이 여성들은 영영 잃어버린 줄로만 알았던 자부심을 되찾았다.
가족과도 같아진 병원 스태프
전부는 아니지만 누공 병동으로 입원하는 환자들은 대개 기혼 여성들이다. 하지만 시간이 좀 지나면 그들 중 많은 수가 이혼을 당하고 만다. 여성들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동안 남편들이 이혼 서류를 제출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여성들은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된다. 우울감이 들기 시작하고 자신의 모든 것이 잘못되었다고 믿기 시작한다. 저주 혹은 그보다 더 악한 무언가가 자신에게 떨어졌다고 생각하기까지 한다.
이렇게 환자의 심리 상태가 불안해지면 빠른 회복이 어려워진다.
이곳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에서 치료를 받는 여성들이 늘 쉽게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지켜야 할 수칙도 많고, 물 마시기나 운동처럼 치료의 일부로 매일 해야 하는 활동도 있다. 이 모든 것은 진료소에서 활동하는 간호사, 물리치료사가 지도한다.
친근한 스태프는 환자들에게 가족과도 같은 사람이 되고, 환자들이 치료를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버팀목 역할을 한다. 그렇게 점차 자제력이 생기면서 여성들은 약 복용과 치료를 부지런히 따르고 누공 수술을 준비하기도 한다.
다시 얻은 자신감
병동에 입원하는 환자 중에 자신이 언젠가 배변 기능을 회복하게 될 거라고 처음부터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렇지만 결국 그런 날은 온다!
어떤 여성들에게 이는 삶을 뒤바꾸는 놀라운 경험이기도 하다. 이런 경험을 한 여성들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종종 불가능해 보였던 다른 일들도 긍정적으로 접근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갖게 된다.
이때가 되면 여성들은 애초에 자신이 잘못 생각했었다는 걸 깨닫기 시작한다. 그들을 포기한 사람들 모두가 틀렸던 것이다. 이 여성들은 불완전한 사람도 아니고 저주를 받은 사람도 아니다.
이제 퇴원하는 여성들은 병동에 들어올 때보다 훨씬 더 자신감 있는 발걸음으로 각자 마을로 돌아갈 것이다.
병원 문을 나서는 사람들 얼굴에는 저마다 미소가 가득하지만, 그중에서도 눈가에 눈물을 보이는 사람들은 영혼까지 기쁨에 젖어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누공이라는 낙인 없이 살아갈 기회와 자유를 얻게 된 감격에 눈물을 글썽거리는 것일 게다.
글을 쓰면서, 이곳 사람들에게 그 많은 지원을 무상으로 제공하기 위해 국경없는의사회가 얼마나 애를 쓰는지 생각해 본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내 안에도 강한 감정들이 차오른다. 그래서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노트와 컴퓨터에 대고 쏟아내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