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단 오지 ‘올드 판각’에서 환자 치료하기
전쟁은 남수단 인구의 약 3분의 1을 피난으로 내몰았다. 수단으로부터 독립한 2011년 이후로 남수단에도 평화가 찾아올 거라고 기대한 이들이 많았지만, 2013년 새로운 국가 안에서 여러 분파들이 또 다시 분쟁을 일으킨 것이다. 남수단에서 국경없는의사회가 의료를 제공하는 지역은 16곳인데 올드 판각(Old Fangak)도 그중 하나다. 이곳에서 국경없는의사회는 포우 · 백나일 강변에 살고 있는 지역민을 지원한다. 매년 5월~10월 우기가 찾아오면 이 지역의 땅은 거대한 늪지대로 변한다. 이러한 위태로운 지형이 바로 전투를 피해 떠나 온 사람들의 피난처가 되고 있다.
이 지역 사람들은 가축 사육, 고기잡이, 옥수수 등 농작물 경작, 소규모 상업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분쟁 때문에 목초지가 줄었고, 사람들이 의지했던 소수의 학교, 진료소 운영에도 차질이 생겼다. 올드 판각에서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부 현장 책임자로 활동했던 미셸 파커(Michael Parker)는 수많은 지역민의 삶이 혼란에 빠졌다고 전했다. 현재 인도주의 단체들이 항공기에서 긴급 배급하는 식량에 의존해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의료를 구할 수 있는 길은 매우 적다. 현재 올드 판각에서 중증 질병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은 국경없는의사회 병원뿐이다. 올드 판각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아미르 자말(Aamir Jamal)은 이렇게 말했다.
“병원까지 오려고 오지 마을에서 몇 시간을 걸어오는 환자들을 자주 봅니다. 비가 와도, 땡볕이 내리쬐어도, 땅이 진창이어도 그렇게 옵니다. 어떤 사람들은 사람들이 만든 들것에 실려오기도 합니다.”
분만 중 합병증이 생긴 여성과 같이 긴급한 환자들은 이렇게 먼 거리를 이동하기가 특히 어렵다. 남수단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의료 코디네이터로 활동하는 아디 나딤팔리(Adi Nadimpalli)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보통 이 지역에서는 전통적인 출산 도우미들과 함께 집에서 아이를 낳습니다. 적절한 산전진료를 받지 않기 때문에 합병증을 예측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산모들이 병원에서 산전진료도 받고 분만도 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에 나가 적극적으로 홍보합니다. 산모와 아기에게는 그렇게 하는 편이 훨씬 안전하니까요.”
2017년 12월, 국경없는의사회는 병원 규모를 확대해 병상도 41개로 늘리고 외과 부서도 열어, 첫 달에만 82회의 수술을 진행했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의료를 제공해야 하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수술실 등 병원 곳곳을 보수하기도 했다. 2018년 7월, 국경없는의사회는 올드 판각에서 실시하던 수술 프로그램을 중단하는 한편, 필요한 경우 대규모 사상자에 대응할 수 있도록 수술실은 유지할 계획이다.
매년 우기가 되면 막대한 물류적 어려움이 발생한다. 필요한 물품은 수일 수주에 걸쳐 배로 들여와야 한다. 국경없는의사회 스태프는 활주로가 말라 있을 때는 비행기를 타고 들어오고, 그렇지 않을 때는 헬리콥터를 타고 들어온다. 최근 몇 년 동안 병원은 수차례 물에 잠겼다. 이 때문에 국경없는으이사회는 병원 병동과 스태프 전용실 바닥을 높이는 작업을 실시했다.
“병원 천막은 지상 80cm 높이에 세워져 있고, 각 병동과 시설을 잇는 콘크리트 통로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강이 범람해 마을이 파괴되는 일이 없도록 제방을 쌓았습니다.” _ 아미르 자말(Aamir Jamal) / 국경없는의사회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오지 마을 사람들이 늘 병원까지 스스로 찾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자신의 병을 치료받을 수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 이에 국경없는의사회는 고속 모터 보트를 타고 포우 · 백나일 강 인근 10개 마을을 돌며 이동 진료소를 운영한다.
“마을로 나가 활동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가 보면 요즘 상황이 어떤지 알 수 있게 되거든요. 그리고 아픈 사람들, 특히 합병증이 있는 임산부 같은 환자들은 병원으로 이송합니다.”
이동 진료팀들은 아동들에게 정기 예방접종(예방접종확대계획, EPI)도 실시하고, 홍역이나 급성 수성 설사 같은 감염병에 걸린 사람이 없는지도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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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접근이 어려운 지역에서는 마을 사람들과 힘을 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부 마을에서는 라디오 방송을 하기도 하고, 문제가 생기면 전화를 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저희가 내용을 확인하고 배를 보내 환자를 이송할지 결정할 수 있으니까요.” _ 아디 나딤팔리(Adi Nadimpalli) 박사
계속된 호우 속에 말라리아, 콜레라 같은 일부 질병은 발생 가능성이 더 높아지고, 다른 감염의 위험도 함께 높아진다. 예를 들어 상처 부위가 빗물에 닿으면 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환자와 의료진이 처한 수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올드 판각 병원은 여전히 많은 중증 환자들에게 큰 희망이다.
“비를 뚫고 병원까지 먼 거리를 와야 하고, 일부 특수 치료는 우리가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는데, 그럼에도 사람들이 계속 병원에 찾아오는 것을 보면 우리가 왜 여기 있어야 하는지 잘 알게 됩니다.” _ 아미르 자말(Aamir Jamal) / 국경없는의사회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Footnotes: Photography by Frédéric N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