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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국경없는의사회 Feb 24. 2020

이투리의 잊혀진 얼굴들 by 국경없는의사회

콩고민주공화국 난민 캠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카메라에 포착했다


이투리에서의 오랜 분쟁으로 폭력 상황이 고조되면서 2017년 12월부터 1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은 살던 마을을 탈출해 실향민 신세가 되었다. 오늘날 약 20만 명의 실향민은 안전이 보장되지도 않고 생활 여건이 부족한 임시 캠프에 머물고 있으며, 기존에 있던 수십만 명의 수용 가족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실향민들의 생활환경은 매우 열악하고 여기에서 기인한 말라리아나 설사와 같은 예방 가능한 질병이 수백 명의 어린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벤자민 Benjamin

여동생과 겨우 도망쳤지만 곧 마을을 공격했던 사람들에게 발각됐고 2 주간 인질로 붙잡혀 있었습니다. 이동 중에도 우리 앞에서 숱하게 살인을 저질렀어요. 풀려난 이후 로(Rho) 캠프에서 부모님과 재회할 수 있었습니다.


벤자민(16)과 아버지가 비닐로 만든 임시 거처에 앉아있다. ⓒAlexis Huguet/국경없는의사회




드로드로 실향민 20,000명

두 아이가 빗물 웅덩이를 따라 걷고 있다. ⓒAlexis Huguet/국경없는의사회

콩고민주공화국 북동부에는 기존에 살던 지역에서 탈출한 실향민 약 2만 명이 임시 거처에서 생활하고 있다. 실향민들은 현재 드로드로(Drodro) 지역과 인근에 위치한 로(Rho) 캠프에 거주한다. 이투리(Ituri) 주에서 일어나는 약탈, 방화, 폭력과 불안정한 상황으로 인해 주민들은 고향을 떠나 조금이나마 안전한 캠프로 피신해야 했다. 캠프에는 거주자를 보호하기 위해 군대가 존재하지만 이미 두 차례 공격을 받았다. 난민들은 캠프 안팎에서 일어나는 폭력뿐 아니라 홍역과 말라리아와 같은 질병에도 시달리고 있다. 현재 위급 상황 시 수치를 초과했으며, 사망률 또한 매우 높다. 




끝없는 분쟁


2000년대 초반 이투리 주에서는 지역사회 간 폭력적인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수년간 분쟁이 간헐적으로 발발했으나 2017년 12월 다시 심화되었다. 분쟁의 원인은 민족 간 마찰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으며 경제적 이해관계를 비롯해 토지와 자원의 우선권을 차지하기 위한 투쟁이 기저를 이룬다. 그 결과 잦은 폭력 상황이 계속되며 1백만 명 이상의 주민이 피신해야 했다. 현재 약 10만 명을 기존 가정이 수용해 함께 생활하고 있으며, 20만 명 이상은 난민 캠프로 피신했다. 












조제JOSÉE


2018년 12월 어떤 사람들이 제가 살던 집과 마을 전체를 약탈하고 불을 질렀습니다. 우리는 인근 마을로 2주 동안 피신했다가 하나둘씩 돌아왔습니다. 새로 집을 지었는데 그들이 또 불태웠어요.


짚으로 만든 임시 거처에서 조제(36)가 딸 에스페랑스(6)를 안고 있다. ⓒAlexis Huguet/국경없는의사회




“마을을 공격한 사람들이 ‘오늘 모두 다 죽이겠다'라고 소리 지르며 협박했습니다. 그러곤 사방에서 총격이 났어요. 딸 에스페랑스(Espérance)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는데, 어두운 곳에서 불을 켤 수는 없었습니다. 아침이 되어서야 바닥에 피가 떨어진 것을 보고 딸이 어깨에 총상을 입었다는 것을 알았어요. 난민 캠프에 도착해서야 딸을 국경없는의사회 이동진료소에 데려가 치료할 수 있었습니다.”



조제가 남편 앙드레와 자녀들과 함께 임시 거처 앞에 서있다. 6살 에스페랑스는 2019년 9월 말 국내 실향민 캠프에서 일어난 무력 공격으로 총상을 입었다.ⓒAlexis Hugue


오노린느 HONORINE

 지내는 곳은 비가 오면 물이 새요. 현재 식량도 거의 남아있지 않습니다. 딸 조쉬는 기침, 구토, 설사를 계속합니다. 이곳에 오고 나서 아이들이 계속 아팠어요. 매주 아이들을 이동진료소로 데려갑니다.


오노린느(31)가 로 국내 실향민 캠프 내 국경없는의사회 이동진료소에서 7개월 된 딸을 안고 있다. ⓒAlexis Huguet/국경없는의사회



디유도네(32)가 임시 거처 앞에 서있다.

실향민 캠프의 열악한 환경


캠프에 사는 가족은 매우 열악한 환경과 지속되는 공격에 대한 두려움 속에 살아가고 있다. 이들은 임시로 지어진 거처나 교회, 학교와 같은 공공건물에서 지낸다. 식량과 식수도 매우 부족하다. 기존 지역주민 소유의 밭에서 일하거나 현지 시장에서 장사를 해 약간의 수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 

“식량 배급은 단 한 번밖에 없었습니다. 밭에서 일용직으로 일하고 카사바 잎을 먹으며 겨우 살아가죠.”_디유도네(Dieudonné,32)

자녀가 7 명인 32세 디유도네는 2019년 6월에 캠프에 도착했다. 자녀 7명 중 4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지역에서 운영되는 보건 시설이 소수이기 때문에 전반적인 의료 접근성이 매우 제한적이다. 


(좌)캠프의 난민이 비를 맞으며 걷고 있다. (우)한 남성이 드로드로 지역의 한 건물 복도에 서 있다. ⓒAlexis Huguet/국경없는의사회
테레시아(70)가 건물 밖에서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Alexis Huguet/국경없는의사회




사무엘 SAMUEL

 대부분은 하루에 60센트(약 713원)를 벌기 위해 주변에 있는 밭에서 일용직으로 일합니다. 하지만 상황이 매우 불안정하고, 밭으로 가는 길에 공격을 받을 수도 있어 두렵습니다.


2019년 11월, 콩고민주공화국. 난민 캠프의 공동체 지도자인 사무엘이 짚과 비닐로 덮인 거처 사이에 서 있다. ⓒAlexis Huguet/국경없는의사회



의료 사각지대

공공 보건 시스템은 완전히 붕괴했으며 보건소는 약탈과 파괴 피해를 입었다. 이곳에서 활동하던 인도주의 단체는 거의 철수했지만 난민 캠프 인구가 늘어감에 따라 필요는 급증하고 있다. 많은 아동은 병을 유발하는 캠프의 열악한 환경의 여파로 홍역과 말라리아에 걸리고 있다. 


무장 단체의 공격을 받았던 리타 종합 병원의 복도 ⓒAlexis Huguet/국경없는의사회
무장 단체의 공격을 받았던 리타 종합 병원의 복도. 2019년 11월 12일, 이투리주 디주구(Djugu). ⓒAlexis Huguet/국경없는의사회




세라핀SÉRAPHINE

 “2018년부터 병원이 공격을 받고 물건을 약탈해갔습니다. 올해는 더욱 심각했습니다. 보건소와 안에 있던 장비를 모두 불태웠고 의약품도 모두 가져갔습니다. 남편은 보건소의 수간호사였는데 작년에 있었던 병원 공격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지금은 제가 남편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어요.”


수간호사 세라핀이 파괴된 보건소를 살피고 있다. ⓒAlexis Huguet/국경없는의사회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이 캠프 내 이동진료소에서 오노린느의 7개월 된 자녀의 정맥주사를 살펴보고 있다. ⓒAlexis Huguet/국경없는의사회

실향민 지원하는 

국경없는의사회 이동진료소


5세 미만 아동과 같은 취약 인구는 말라리아, 설사, 호흡기 감염을 비롯한 ‘예방 가능한 질병’에도 쉽게 감염될 수 있다. 2019년 봄 니지(Nizi) 보건 구역으로 온 5세 미만 아동 가운데 사망하는 비율은 위급 상황 시 수치의 세 배에 달했다. (2019년 11월 사망률 소급 조사)





에마뉴엘(왼쪽)이 국경없는의사회 보건증진교육가 플로리버트(Flauribert)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에마뉴엘의 임시 커처는 최근 캠프가 공격당했을 때 파괴되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니지, 드로드로, 앙구무 보건 구역 34개 장소 전역에서 이투리 주 실향민에게 의료 지원을 제공하고 깨끗한 식수를 제공하며, 말라리아 예방을 위한 모기장 등 구호물품을 배급하고 있다. 


또한 2019년 12월부터 구급차 이송과 병원 치료를 강화하며 활동을 확대했다. 뿐만 아니라 상담 의료진과 보건증진교육가가 국경없는의사회에서 어떤 치료가 가능한지 알리고 있고, 엄청난 정신적 트라우마를 가지고 지내는 지역주민을 돕고 있다. 





사진/글| 알렉시스 휴겟 (Alexis Huguet), 
2019년 11월 콩고민주공화국 로(Rho) 국내 실향민 캠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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