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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해도 변하지 않는

내마음속에 그대로

by 민감성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한다


이 진리 앞에 변하는 않았으면 하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가 개에 관한 것이다. 나와 10여 년의 삶을 함께한 녀석들의 변화와 어머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2012년 호주에서 몇 년 만에 돌아와 현관문을 여니 떡하니 두 마리의 개가 집에 자라잡고 있었다. 그 어색한 첫 만남을 잊을 수 없었다. 한참을 짖다가 경계하면서 내방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방문 앞에서 ‘이상한 놈이 하나 들어왔네’라는 눈으로 나를 빤히 쳐다봤던 첫날의 추억이 생각났다.


개들과 10여 년의 생활을 함께 했다. 나는 30대에서 40대로, 녀석들은 1세에서 80세로 변하였다. 매일 아침 이른 시간에 나를 깨워 산책을 나가자던 녀석들이 이제는 반대로 내가 매번 나가던 시간이 되면 배변활동을 위해 산책을 나가자고 꼬셔야 한다. 매일 한 시간 정도 걷는 산책인데 이제는 그 절반도 못 간채 돌아오는 횟수가 많아졌다. 걷는 속도도 매번 나를 앞질러 가던 것이 언제부턴가 내 뒤에서 따라오기만 하다 최근에는 그것조차 힘들어. 잠시 멈춰 설 때가 종종 있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나는 배가 나오는데 이 녀석들의 배는 더 들어갔다. 집에 도착하면 내 발소리를 먼저 듣고 항상 나를 반기러 나왔던 녀석들은 어디 가고, 방안 한구석 이부자리에서 잠만 자고 있다. 이런 것을 볼 때면 세월의 야속함을 느낀다. 그래도 고마운 것은 녀석들의 식욕은 아직까지 왕성하다는 것이다.


생명이 저무는 모습에 이별을 아니 생각할 수 없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다. 좋은 추억을 선사한 녀석들과 헤어짐의 아픔은 남겨진 자의 몫이라는 말에서 어떻게 아름다운 이별을 할지 생각해 본다. 그래서 평소보다 녀석들을 사진을 많이 남긴다. 영상도 찍고 틈만 나면 사진을 찍어서 내 마음속에 남겨 놓는다. 나도 언젠가 세상과 이별을 할 것이다. 그때는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 지금보다 더 많았으면 한다.


두 번째는 어머니다. 어머니도 귀가 안 좋아지셨다. 내가 방에서 몇 번을 불러도 대답이 없거나 단어를 잘못 알아들으실 때가 많다. 내 이름을 동생과 바꿔 부를 때도 많고, 역사를 좋아해 잘 외우시던 역사 이야기도 이제는 가물가물하신다. 어여쁘시던 젊은 시절엔 고생만 하셨는데 아직까지 일을 하신다는 게 약간 죄스러울 뿐이다. 요즘 ‘폭삭 속았수다’ 란 드라마에 빠져 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무엇보다 먼저 드라마를 틀어 달라고 하신다. 드라마를 보실 때 웃다가 울다가 하신다. 워낙 잘 만든 드라마라 당연하지만 내가 봐도 연기를 너무나 잘한다. 어머니는 지금 인생 말미에 이렇게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계신다.


어머니와는 길게는 20년 정도 함께 할 것 같다는 예감을 했다. 앞으로 20년 동안 나는 어떻게 어머니에게 여생을 즐길 수 있게 해줄지 고민해야 한다. 예전 어머니가 늘 말해주던 내 태몽이 생각난다. 한 늙은이가 구름을 타고 내가 당신의 아들입니다라고 인사를 했다고 한다. 장차 훌륭한 사람이 될 거라는 의미의 꿈이라고 했다. 그래서 어렸을 적에는 내가 어른이 되면 훌륭한 사람이 될 거라 믿었다. 이미 어른이 되었는데 아니 된 것을 보면 태몽은 그저 꿈일 뿐. 가시는 날까지 경제적으로라도 힘들게 하지 않게 해드려야겠다.


예전엔 변하는 것이 싫었다. 늘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주길 바랐다. 뛰놀던 공터에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고 그곳에 만들었던 내 비밀기지와 친구들이 추억속으로 사라졌다. 세상 모든 것이 변해갔다. . 친구도 변하고 사랑한 사람의 마음도 변했다. 나는 단지 그때 그 마음 그대로 있어주길 바랐다. 나만 그대로인 것 같아 상당히 슬퍼했다. 내게 변치 않는 것은 나를 향한 녀석들의 사랑과 어머니 뿐이다.(미래의 아내에게 미리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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