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했던 이야기

응급처치

by 민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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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는 내 생일이었다. 특별한 것 없는 생일날 식사를 겸해서 동료를 만나기 위해 서울로 향했다. 목적지는 봉천역에 위치한 팔공 식당이라는 중화요리 식당이었다. 간짜장이 맛있기로 유명하다. 얼마 전 일을 그만두고 재취업을 위해 시험을 치르고 온 동료와 맛있는 곳에서 식사를 한 번 하자는 약속을 했었는데 그게 오늘이었다. 하지만 작은 사건 하나가 아주 특별하게 만들어 주었다.


나보다 조금 먼저 도착한 그는 봉천역 4번 출구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로를 발견하고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고, 바로 식당으로 발길을 옮겼다. 나는 그에게 오늘 시험에 대해서 어떠했는지 물었더니 그는 시험보다는 진행요원들의 불친절함을 먼저 토로했다. 장소가 변경된 공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행요원들이 변경사항에 대해 사전에 알지 못했고, 지정된 장소조차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불만에 대해 하루 용돈벌이를 하러 온 사람들이니 이해하라며 말하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뒤에서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아무 소리도 안 들리고 세계가 느리게 흐리기 시작했다. 뒤를 돌아보니 오토바이와 차가 부딪쳤고, 차와 부딪힌 오토바이 운전자는 오토바이에서 튕겨져 나와 인도로 구르며 미끄러졌다. 가슴이 철렁거렸다. 1초 정도 지났을까 다시 소리가 들리고 느렸던 세계가 원래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하고 나도 정신을 차렸다.

거의 본능적으로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다가가 상태를 확인했다. 목소리를 내는 것을 보고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움직이지 말라는 말과 함께의식을 파악하기 위해 이름을 물어보았다. 본인의 이름을 말하는 것을 보니 크게 다치진 않은 것 같아 일단 안심했고 안심을 시키고 혹시 모를 골절이 있을 수 있으니 움직이지 말고 어디 불편한 곳이 있는지 물었다. 곧바로 119에 신고전화를 했다. 장소와 사고자의 상태를 말해주고 누워있는 사람에게 119가 곧 오니 괜찮을거다라고 다시 한번 안심시켰다. 동료에게 사고자를 부탁했다.

왜냐 바로 오토바이와 충돌한 차 안에 다른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사람도 놀랐는지 차안에서 아무것도 못하고 멍하니 있었다. 우선 괜찮은지 물었다. 그는 괜찮다고는 말했지만 너무 놀란 나머지 몸을 떨고 있었다. 옆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 사고 현장을 촬영해 달라고 부탁했고, 사진을 찍고 나면 차를 바깥 차선으로 옮길 것을 지시했다. 동시에 112에 신고를 했다. 옆에 있던 사람이 몇 장의 사진을 찍은 것을 확인한 후 운전자에게 조심히 옮겨달라 했고, 그는 차를 옮기고 나서야 밖으로 나와 길가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에게도 아까와 같이 어디 아픈 곳은 없는지 괜찮은지 물었다. 그는 자신보다 오토바이 운전자를 더 걱정하는 눈치였다. 정신없는 그에게 보험회사에 전화를 하라고 말했다. 사람들의 생사가 확인이 되자 오토바이 잔해가 널브러져 있어 도로가 보였고, 차선을 통제해야 겠다고 판단했다. 다행히 주변 상인이 고깔 가져와 도로를 통제했다. 경찰차를 이어서 응급차가 와주었고, 환자와 사고를 확인했다.

이후에는 응급대원과 경찰들이 알아서 잘 처리해 주었다. 누구 하나 자기 할 일을 알아서 처리하는 모습을 보며 믿음직했다. 그리고 주위에서는 잔해물을 치워주고, 돕는 사람들에게도 감사하다고 하였다. 응급한 것들이 처리되자 나는 동료와 우리가 할 일은 다한 것 같다는 생각에 원래 밥을 먹으러 가는 길이었으므로 다시 팔공으로 향했다.

맛집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기다리면서 동료는 내게 말했다. 오늘 자신이 겪은 일 중에서 그저 하루 용돈벌이를 하러 온 책임감 없는 진행요원들과는 정반대로 사람의 생사를 관여하는 사람들(응급대원과 경찰들)은 정말이지 신속하고 절제된 행동들이 달라 멋져 보였다고 했다. 그리고 나에게 상황 대처를 잘한 것 같다며 칭찬을 해주었다.

그가 나에게 물었다. 어떻게 그런 상황에서 그런 판단을 했느냐고 자신은 경황이 없어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을 하였다. 나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만 민방위나 응급처치 시간에 배운 걸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응급한 상황이 생기면 우선 환자를 안심을 시키고, 상황이 급박하다고 판단되면 즉시 심폐소생술을 진행한다. 상황을 지켜보는 누군가에게 지시를 해서 119에 신고를 하게 만든다. 역시 응급처치를 배우는 시간을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 같다.

1시간을 기다려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오랜 기다림 끝에 먹는 짜장면이다 보니 더 맛있었고 좋은 일을 하고 나서 그런지 오늘 먹는 음식이 더 감사하게 느껴졌다. 조용히 지나가는 생일이었나 싶었지만 특별한 생일된 하루였다. 사고자분들에게는 많이 다치치 않았으면 하는 마음과 구급대원들과 경찰관분들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을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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