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복수]

에피소드 25

by MS

“하고싶은말 뱉고 싶지 않아?”
어느 날, 후배가 조용히 물었다.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하고 말고. 근데 난 기다릴 줄 알아.”

사람을 다루는 일을 하다 보면,
그 사람의 민낯을 누구보다 먼저 알게 된다.
말뿐인 리더, 사람을 숫자로 보는 관리자,
무능을 권력으로 덮는 자들.

그런 사람들을 향한 복수는 소리 없이 다가온다.
그들의 무책임이 결국 숫자로 드러날 때,
그들의 말이 사람들을 지치게 만들었을 때,
나는 그걸 알고 있었다는 증거를 남긴다.

메일 한 통, 회의록 한 줄,
혹은 그 누구보다 정직하게 기록한 성과관리표.

그건 그들에게 날리는 펀치가 아니라,
시간을 무기로 한 복수다.
‘당신들이 외면했던 그 시간 동안,
나는 다 보고 있었고, 기억하고 있었다’는 증거.

그게 내가 택한 방식이다.
멋지지 않아도,
조용히 서서
기록하고 기다리는 사람.

그리고 생각한다.
언젠가, 정말 필요한 자리에 나 같은 사람이 서야 한다고.
그날이 오기를,
조용히 준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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