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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쿠 Mar 02. 2022

왜 자꾸 쉬가 마려운거야?

이주쯤 되었나.

평소에 화장실가는것을 참아서 걱정인 아이었는데

손을 씻으러 화장실에 가거나 양치를 하러 갈때 그리고  수시로 소변이 마렵다고 했다.

자꾸 들락날락 거리니 막상 변기앞에 서서는 소변이 나오지 않는 경우도 생겼다.

조금 자주 가나보다 했던 마음이 점점 걱정으로 차기 시작했다.

다행히 열이 나거나 아프다고 하지 않았다. ​


어느날 부터는 아이가 화장실 가는 횟수와 시간을 적어나갔다.

하루에 4-5번정도 가던 아이었는데, 12번이 넘어가고 나니 병원에 가야 되겠다 싶었다.

마침 대학병원 성형외과에 가야하는 날이 있었는데 - 넘어져서 턱이 찢어졌고 봉합했고 경과를 보러가기로 했다-

가는 김에 소아과에 들렀다.


아이는 대기 의자에 앉아서도 화장실을 들락거렸고

막상 소변 검사를 해야 하는 때에는 소변이 나오지 않아 한참을 기다려야했다.

검사결과는 이상 없음. ​


항생제를 5 먹고도 애매한 정도의 차도만을 보였다.

다시 찾은 병원에서는 크게 걱정될 정도가 아니니   지켜보자고 하셨다.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거나 심리적인 이유로 소변을 자주 보는 경우도 많다고 하셨다.

 병이 아닌것은 다행이었지만, 딱히 해결책이 없는 느낌이라 찜찜하게 집에 돌아왔다.

평소처럼 밝게 웃고 놀고 있는 아이를 보며 무슨 스트레스가 있었을까 짐작해보았다.

이사나 어린이집을 옮기는 일이 아이에게  스트레스 라던데, 그런일은 없고

동생이 생기는 경우도 종종 그럴수 있다는데, 이것도 아니고

턱을 찢는 사고는 빈뇨 증상 이후에 일어난 일이니, 이것도 아닌것 같았다. ​


아이에게 물어보았다.

“홍시야, 홍시는 요새 어린이집에서 뭐가 제일 힘들어? 홍시를 힘들게 하는 일이 있어?”


, 나는,,,,,,,,

   ,,,정리하는게 젤 힘들어.”


그래, 허허.

평소 순하고 둥글둥글한 아이라 어린이집에서도  지낸다던데 

뭐가 문제일까. 문제가  만한 상황이 있었다면 벌써  귀에 들어왔을텐데.

스트레스 받을 만한 것이 뭐가 있었을까?


암만 봐도 별로 달라진것이나 스트레스 받을 만한게 없어보였다.

 ‘힘들면 내가 힘들지, 너가 뭐가 그럴게 있겠니

푸념같이 생각이 떠오른 순간, 혹시…..

……

확실해 질때까지 알려주지 않으려했는데,

어린이집 긴급 휴원으로 같이 산부인과에 갔던 ,

아이는 동생이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리고 얼마 ,  동생이 오지 않을 거라는걸 알게 되었다. ​


일련의 일들이 아이에게 혼란을 주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자 마음이 아팠다.

동생을 갖고 싶은 아이는 엄마 아빠도 동생을 기다리는 것을 아마 알고 있었을 것이다.

또한 엄마의 무겁고 슬픈 얼굴도 아이에겐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


나는 깊고 강렬하게 슬퍼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마음을  추스렸고  감정없이 이야기   있을만큼  회복했는데,

나만 그러면  된건줄 알았는데,

나의 분신에겐 여전히 어려운 짐으로 얹어져 있었나 보다.  

…………


이렇게 깨달을 즈음엔 아이의 빈뇨증상은 천천히 호전되다가 이내 깨끗이 없어졌다.


정말 그랬던 것일까, 이유를 모른 채 상황은 종료되었다.

  세심하게 보호해주지 못한 것이 미안했지만

그런 마음은 빨리 떨치기로 했다.  대신  단단하고 밝게 아이를 품기로 했다.


작은 나의 아이는

 마음과 사랑을 먹고 산다.

다시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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