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세대의 경쟁력을 기르는 방법
시대마다 아이를 키우는 방식과 가치관에도 트렌드가 있다. 내가 어렸을땐, 많은 어른들이 이제는 지구촌 사회이니 외국어를 배워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 세대는 한국 사회가 아닌, 지구촌 사회에서 활동 할 것이라고 했고, 그 시절 교과서 곳곳에는 '지구촌'이라는 단어가 참 많이도 등장했다. 나 역시 너의 무대는 전세계라는 말을 어렸을때부터 부모님께 듣고 자랐고, 우리 집 거실 한쪽 벽은 전체를 덮을 정도의 큰 세계지도가 붙어 있었다. 그래서 였을까. 내가 미국으로 이민을 와서 언어, 인종, 문화에 편견없이 자연스럽게 받아 드릴 수 있었던 것도, 어릴때 부터 이런 말을 듣고 자랐기 때문이지 않을까싶다. 어릴때 부터 지구촌이 곧 나의 무대라는 생각으로 자라왔기 때문에, 그 어떤 것도 전혀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모든 것이 당연한 것 처럼 느껴졌다.
그렇다면, 그로부터 20-30년이 지난 지금, 가장 중요한 경쟁력은 무엇일까? 앞으로 또 20-30년 후, 우리 아이들은 어떤 사회 속에서 살아가며 어떤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야 할까? 다음 세대 아이들에게 “앞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를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Collaboration skill, 협력할 줄 아는 능력, 즉, 협동력이라고. 이제는 혼자서는 완성할 수 없는 시대, 함께 해야만 지속 가능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사회는 학문이던 기술이던 복잡성과 상호의존성이 높아졌고, 개인의 능력보다 관계를 조율하는 능력이 더 큰 가치를 갖게 되었다. 이건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은 전 세계가 ‘지구촌 사회(global society)’로 연결되어 있고, 모든 분야가 협력의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
교육계도 예외는 아니다. 아니, 오히려 교육계에서 협력은 가장 중요한 역량이고, 우선시 되어야 할 전문적 자질(trait)이다. 학교 안에서의 협력은 단지 동료 교사 간의 관계를 넘어선다. 행정팀(administrators), 관련 서비스 전문가(related services), 일반학급 교사(gen ed teachers), 그리고 프런트 데스크 직원, 간호사, 시설관리인(custodians)까지. 학교를 함께 지탱하는 모든 사람들과 협력하는 일이 곧 학생을 위한 교육의 본질이다. 또한 학교 밖에서도, 교육청 관계자(district personnel), 학부모, 지역 경찰, 그리고 다른 지역사회 구성원들과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단지 ‘예의’나 '매너'의 문제가 아니라, 학생들의 현재와 미래를 지탱할 공동체적 안전망을 만드는 일이다. 나는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과 협력하고, 누구의 어떤 피드백이든 즉시 받아들이며 “그럼 지금 바로 그것을 어떻게 생산적인 방향으로 실천할 수 있을까?”를 묻고 의논하는 습관 덕분에, 70퍼센트의 대규모 레이오프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어릴 때부터 길러진 편견 없는 시선을 밑바탕으로, 학교에서 쌓은 지식과 사회에서 얻은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 협동력, 그것이 바로 나의 진짜 경쟁력이다.
이 협동력이라는 경쟁력은 앞으로의 세대에게 더욱 중요한 가치로 요구될 것이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2023)이 발표한 Future of Jobs Report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가장 중요한 직무 역량은 협업(Collaboration), 공감(Empathy), 의사소통(Communication), 문제 해결력(Problem Solving) 등 ‘인간 중심적 기술(human-centered skills)’로 재편될 것이라고 한다.
인공지능이 지식을 대체하는 시대, 사람과 함께 일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인간의 고유한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교육계 역시 같은 방향을 제시한다. OECD의 Future of Education and Skills 2030 프레임워크는 지식, 기술, 태도 중에서도 '공동체 속에서 협력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을 미래 시민의 핵심 역량으로 규정했다. 즉, 협동력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수단이며, 다음 세대가 세계 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길러야 할 기본기다.
더욱이 사회에 나와 일을 해보니, 아이의 미래를 위해 준비 시켜야 하는 것은 학업성적이나 점수에 대한 경쟁력 보다는, 마음가짐과 태도, 그리고 가치관의 경쟁력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든다. 공부는 늦게도 할 수 있지만, 사람과 삶을 대하는 태도와 가치관은 한 번 굳어지면 쉽게 바꾸기 어려운 영역이기 때문이다.
태도와 가치관은 개인의 내면에만 존재하는 것 처럼 보이고, 그것을 때론 쉽게 숨길 수 있을 것이란 착각을 한다. 그러나 그 숨겨진 힘이 가장 크게 발휘되는 순간은 타인과 관계를 맺을 때다. 당신이 아무리 숨기려고 애써도, 당신의 태도는 숨을 쉴 때마다 드러날 수밖에 없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에 그렇다. 따라서 교육은 지식의 축적 뿐만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기술을 배우는 과정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긍정적인 장기적 관계를 유지하고 협력하는 법을 모르는 사람은, 결코 세계무대에서 리더의 자리에 설 수 없다.
좋은 리더란, 단지 앞서 나가는 사람이 아니다. 함께 가는 사람들의 속도를 살피며, 모두가 도착할 수 있도록 길을 조율하는 사람이다. 리더십은 명령이나 통제의 기술이 아니라, 관계의 예술이다.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 마음들이 부딪히지 않게 연결하는 능력에서 비롯된다. 진짜 리더는 자신이 중심이 되는 순간에도,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가장 먼저 듣는 사람이다. 자신의 신념을 밀어붙이기보다, 공감과 경청으로 팀의 방향을 함께 만들어간다. 그런 리더 밑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표출하며 성장하고, 서로의 성장이 곧 조직의 힘이 된다. 그래서 리더십의 본질은 ‘힘’이 아니라 ‘신뢰’이며, ‘지시’가 아니라 ‘조율’이다.
결국 좋은 리더는 사람을 통제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을 성장시키는 힘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사람이다. 똑똑하고 자기 주장 강하고 통제하려는 사람은 이미 넘쳐나고, 세계무대의 새로운 인재상과 거리가 매우 멀다. 새로운 인재상은 혼자 빛나려고 발버둥 치는 사람이 아니라, 팀원 모두가 윈윈(win-win) 할 수 있는 전략을 세우고, 조직을 효율적이면서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성장시키는 사람이다. 그 중심에는 단순한 성취 능력이 아닌, 감정지능(EQ)과 공감능력, 그리고 관계를 '조율'하는 협력의 리더십(Collaborative leadership)이 있다. 이제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는, 경쟁을 넘어 사람을 이해하고, 그 이해력을 바탕으로, 학문과 학문사이, 기술과 기술사이, 사람과 사람사이를 '연결'할 줄 아는 통찰력있는 사람이다.
모두가 윈윈(Win-Win)하는 사회가 되려면, 또는 내 아이가 모두를 윈윈하게 하는 새로운 인재형으로 자라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물론, 그 시작은 가정과 학교에서 부터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서로가 함께 이기는 법, 서로의 성장을 도우며 윈윈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이제는 싸워서 이기고, 경쟁자를 밀어내며 올라가는 시대가 아니다. 같이 협력하고, 서로의 강점을 살려 함께 성과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진짜 경쟁력 있는 사람이다. 이 협업 능력은 단순한 사회 정서 기술이 아니라, 미래 사회를 살아가기 위한 생존 기술이 되었다. 실제로 우리 세대에서도, 혼자만 크레딧을 독차지하려 하거나 공동의 성과를 자기 것으로 돌리려는 사람들은 결국 팀 안에서 신뢰를 잃고 뒤로 밀려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리더십(leadership)의 자리로 올라갈수록 이 능력은 더 중요해진다. 미래 사회가 원하는 리더는 명령으로 움직이는 카리스마형 리더가 아니라, 사람들을 조화롭게 이끌고 팀 전체의 에너지를 상승시키는 조율형 리더임을 가르치고 각인시켜야 한다.
자폐 스펙트럼, 발달장애, 그리고 ADHD를 가진 우리 반 아이들의 협동력(collaboration skill) 을 기르기 위해서도 나는 매일 노력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라운드테이블 액티비티(Round Table Activity)다. 이 학습 전략은 케건 협동 학습 전략(Kagan Cooperative Learning Strategy) 에서 가져온 것으로, 원래는 일반학급에서 많이 사용되는 협동학습 기법이다. 나는 이 학습 활동을 영어, 수학, 과학등 주요 교과목 시간은 물론, 사회정서학습 시간에도 녹여내며 학생들이 매시간 자연스럽게 협동력을 익히도록 훈련한다. 케건 학습 전략의 핵심 원리는, 학생들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협력하며, 다른 구성원의 성공이 곧 나의 성공이 되고, 나의 성공이 곧 다른 구성원의 성공이 된다는 사실을 배우는 것이다.
선생님이 문제를 만들어 주면, 아이들은 테이블에 둘러앉아 각자의 생각을 나누고, 서로의 답을 공유하며 “나는 이 의견에 동의해.” 혹은 “조금 다르게 생각해.”라고 표현한다. 음성 언어를 사용하는 학생은 말로, AAC(보완대체의사소통) 기기를 사용하는 학생은 기기로 의사를 표현한다. 또 어떤 학생은 “I agree”, “I disagree” 카드로, 또는 엄지척 제스처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낸다. 교사는 학생 각자의 방식에 맞게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도록 돕고, 모두의 의견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이 활동에서 중요한 규칙은 단 하나, 다른 사람의 의견을 비난하지 않는 것. 동의하지 않아도 괜찮다. 하지만 “부–” 하고 소리를 내거나, 인상을 찡그리거나, 상대의 생각을 깎아내리는 태도는 절대 허용되지 않는다. 대신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고, 다름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운다. 이 훈련 속에서 나는 아이들이 미래의 협력형 인재로 성장할 작은 씨앗을 심고 있다고 믿는다.
아이들에게 이런 리더십을 가르치는 일. 점수를 올리는 법보다, 함께 성장하는 법을 배우는 교육. 이기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서로의 가능성을 끌어올리는 협력의 교육. 이것이 진짜 미래 교육의 방향이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리더가 되라”고 가르치지만, 정작 좋은 리더가 되는 법은 가르치지 않는다. 아마 이시대 어른들도 좋은 리더가 무엇인지 배우지 못했고, 경험해 보지도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리더십은 직함이나 권력같은 감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태도와 관계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