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변방 신장 우루무치 푸드트립

중국 신장 우루무치

by 노마

황제의 딸에서 처음 알게된 위그르족


어렸을 적 인기가 많았던 중국 드라마 <황제의 딸>에서 위구르 출신 향비가 나온다. 커다란 리본 장식을 머리에 달고, 강렬한 원색의 옷을 입은 두 주인공 제비와 자미가 청나라 황실을 헤집어 놓는 것과 대조되게 향비는 이마 위로 흰 구슬이 내려오는 모자를 쓰고, 우아하게 행동했다. 그녀가 그 드라마에서 어떤 운명을 맞이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실제 향비가 단명했던 것처럼 그 향비를 맡은 배우가 불운의 교통사고로 일찍 생을 마감했다는 뉴스를 전해 들은 적이 있다. 몸에 향기가 난다고 해서 향비라고 불렸던 그녀는, 드라마로 잠깐 스쳐지나갔지만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위구르족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일종의 형상이 되었다.

Screenshot 2025-12-13 at 10.40.55 PM.png 드라마 <황제의 딸> 속 향비

그것때문이었을까, 중국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항상 "신장 위구르 자치구"를 한번쯤 가보고 싶었다. 마침, 중앙아시아 여행을 결심했을 때 중국 신장 지역을 약 일주일정도 여행하고, 파미르 하이웨이 출발지인 키르기스스탄 오쉬(Osh)로 넘어가기로 결심했다.



우루무치만의 풍경



중국 신장 자치구의 주도인 우루무치. 몽골어로 "아름다운 초원"이란 뜻을 가졌다. 발음 자체가 중국어와 달리 신비로워서 우루무치의 모습은 어떨까란 막연한 동경이 있었다. 하지만 우루무치 공항에서 내려 도심 속 호텔로 가는 순간 나는 이전에 살았던 베이징이 떠올랐다. 도시 인프라와 지나가는 사람들의 인상들, 모두 베이징의 그것과 별반 다를게 없었다. (위구르족은 투르크계 민족이라 외모가 일반 중국 한족과 뚜렷이 구분된다)

IMG_1485.heic 신장 우루무치의 주식인 '낭' 가게

그나마 베이징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새로운 풍경은 위구르식 빵인 '낭'가게가 많다는 것. 위구르식 주식이 되는 빵인데, 밀가루 반죽을 탄두르 형태의 흙가마 안쪽 벽에 붙여 굽는 빵이다. 얇은 인도의 난과 달리, 우루무치에서 파는 낭은 두께는 조금 두툼하고 가운데에는 문양 등을 찍어 만든다. 손바닥만한 낭부터 책가방 크기의 낭까지 그 사이즈가 다양하고, 안에 아무것도 들어가 있지 않는 플레인 낭부터 달콤한 소가 들어가 간식처럼 먹을 수 있는 낭, 짭짤한 소 혹은 고기 등을 넣어 식사처럼 먹을 수 있는 낭부터 다양하다.


중국 대륙에서 유행하고 있는 중국 신장식 양꼬치집에 가면 이 낭 위에 양꼬치를 얹어 먹는 것을 볼 수 있다. 내가 이날 머무르게 된 호텔 앞에도 위구르족 전통 모자를 쓴 청년이 낭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아침에 낭 굽는 냄새에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장미맛이 나는 낭과 고추와 향신료를 넣어 만든 낭 2개를 포장해 근교 등산을 간 적이 있는데, 휴대하기도 간편하면서 가격도 저렴한, 이만한 간식이 또 없었다 .



그랜드 바자르에서의 식사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인 우루무치 시에서 위구르족 비율은 10%내외밖에 되지 않는다. 중국 대륙에서 이곳에 이주해온 한족들이 70퍼센트 이상으로 주류를 이루고, 그 외 변방 국가 민족 (카자흐족, 몽골족, 러시아인 등)이 나머지를 이룬다.


그도 그럴 것이 한때 변방이었던 이 신장 우루무치는 중국 정부의 전략적인 목적으로 70년 넘게 한족 이주를 장려해왔다. 석유, 가스, 석탄과 같은 자원이 풍부했기에 이를 활용한 산업을 개발하기 위해 기술자들이 많이 이주해왔다. 중국 멜로 영화 <청춘적니 我要我们在一起>를 보면 학생 시절부터 예쁜 사랑을 이어오지만, 지독한 가난으로 남자는 중국 신장으로 장기간 프로젝트를 위해 기약없이 떠나는 장면이 나온다. 아무것도 없는 매서운 눈발 날리는 허허벌판에서 풍력발전기를 설치하는 일을 하는 모습은, 그 당시 신장이 얼마나 척박한 땅이었는지를 보여준다. 마치 시베리아 벌판과 같은 미개척지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 떠나는 그와 같은 한족들이 모여 신장 우루무치는 중국 베이징의 한 구역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번화한 모습을 갖췄다.

IMG_8335.JPG 그랜드 바자르

그나마 신장 위그르 자치구에 왔다라고 느낄 수 있는 곳이 그랜드 바자르였다. 컴컴한 버스에서 내려서 조금 걷는데, 흔한 중국 도시의 풍경과 다른 건축물이 멀리서 보이기 시작한다. 둥근 돔과 아치, 길게 솟은 미나렛이 눈에 들어온다. 이 건축물만 뚝 때놓고 보면 터키 혹은 이슬람 국가의 어딘가를 떠올리는 비주얼이다. 신장 우루무치에 위치한 이 그랜드 바자르는 스케일하면 서럽지 않게, 세계에서 가장 큰 바자르 시장 중 하나이고 할 거 별로 없는 우루무치에서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대표적인 여행지이기도 하다.

IMG_1521.HEIC 그랜드 바자르 내 공용 테이블

그랜드 바자르의 다른 쇼핑 품목은 관심없고 오로지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도착했기에 바로 먹자골목으로 향했다. 우루무치 거리에서 보이지 않던 위구르 족들은 죄다 이 곳에서 음식 장사를 하고 있었다. 거대한 양꼬치부터 낙타고기, 낭, 이슬람식 디저트 등 중국 신장에서 맛볼 수 있는 대표음식들이 한 곳에 모인 이 곳은 나처럼 먹는 것에 진심인 사람에게 천국과 같았다. 누군가와 함께 여행한다면 조금 더 많이 주문해서 다양하게 맛볼 수 있었을텐데, 혼자 여행하니 한 개 한 개 메뉴 정하는 것을 더욱 신중하게 해야 했다.

IMG_1539.HEIC 신장식 양꼬치

첫번째로 맛본 건, 거대한 양꼬치이다. 중국 다른 도시에서 "신장 양꼬치" 파는 게 근 몇년간 유행이 될 정도로 유명했기에, 중국 신장에 왔다면 그 원조 버전을 먹어봐야 한다. 일반 양꼬치의 4~5배는 될 법한 거대한 사이즈 양꼬치를 하나 주문하면, 스틱에 꽂혀있는 양꼬치를 즉석에서 구워준다. 단, 사이즈가 큰 만큼 굽는 시간이 꽤 걸려서 주문 후 번호표를 받아 15분-20분 후에 와서 받아가는 시스템이다.

IMG_1624.HEIC 다빤지

양꼬치 1개를 주문하고, 주식으로 먹을 만한 음식을 찾아다니다가 눈에 들어온 게 다빤지(大盘鸡). 흔히 중국식 닭볶음탕 요리로 불리는데, 신장 우루무치의 대표 음식이기도 하다. 닭과 감자, 고추를 고추 기름에 볶은 요리로 면을 넣어 비벼먹는 요리. 보통 1인분 단위로 파는 곳이 없는데 이 곳 바자르에는 혼자서 먹을 수 있는 작은 사이즈로도 판매했다. 이 때 아니면 다빤지를 언제 먹을까 싶어, 다빤지와 비벼먹을 면을 함께 주문했다. 거대한 대야에 담겨있던 다빤지를 그냥 그릇에 담아줄 거라 생각했는데, 감사하게도 철판 팬에 옮겨 이를 다시 볶아서 준다. 비벼먹을 면까지 한 접시 가득 받은 후 테이블에 착석했다.


고추기름에 볶은 닭고기 요리는 밥보다는 술을 부르는 안주에 더 가까운 요리였다. 고춧기름이 제대로 베여 있는 고기와 감자를 먹으면, 얼큰한 맛이 아니라 고춧기름 특유의 알싸한 매운 맛이랄까. 보통 한국 사람들은 국물이 있는 음식에 밥 말아 먹고 싶은 게 본능인데, 고춧기름 베이스로 해서 그런지 밥 보다는 면을 넣어 후루룩 하는 게 더 잘 어울리는 음식. 밥도둑이 아니라, 면도둑이라고 칭해야할까.


거대한 양꼬치에 다빤지에 면까지 후루룩 먹고 나니 배부르다. 살짝 자극적인 음식들이었기 때문에 뭔가 입가심이 필요했는데 요거트가 눈에 들어온다. 신장의 주요 특산 과일이기도 한 무화과 요거트라고 해서 기대했는데 달달한 설탕 넣은 요거트에 토핑을 넣고 무화과 잼을 올려준다.

IMG_1646.heic 무화과 잼이 올라간 신장 요거트

나와 함께 주문했던 중국인 여성도 어이가 없다는 듯 "이게 무화과에요?"라고 묻지만, 2천원짜리 요거트에서 생 무화과가 올라가있는 모습을 바란 내가 욕심을 부린 거 같기도. 유제품이 훌륭한 곳인데, 왜 설탕을 넣어서 그 풍미를 다 없앤 걸까. 내 입엔 너무 단 요거트에 살짝 실망했지만, "덜 단 것을 선호하지만, 아예 안단 것은 잘 먹지 않는 중국"스럽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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