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3명과 택시타고 중국 오지 여행

중국 투루판 여행 02.

by 노마

*이 글을 읽기전에 아래 글을 읽고 오는 걸 추천합니다.

기사와 영상통화를 해야 탈 수 있는 시내버스 - 투루판 여행 01



아침 일찍 호텔을 체크아웃하고, 가고 싶었지만 예약이 다차서 가지 못했던 호스텔로 향했다. 편하게 혼자 방쓰다가 왜 굳이 여러명과 방을 공유하는 호스텔로 옮겼냐면, 이 곳 호스텔에서 투루판 여행을 위한 택시 투어를 신청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IMG_3554.HEIC

어제는 투루판 시내를 돌았다면, 이번엔 투루판의 상징과 같은 화염산(서유기에 나온 뜨거운 산)을 포함해 소수민족들이 사는 마을 등이 동서남북으로 흩어져 있었고 이곳들로 향하는 대중교통이란 게 없기 때문에, 택시를 종일 대절해서 여행을 해야한다.


혼자서 택시 대절은 부담스러웠는데, 마침 이 곳에서 가장 유명한 호스텔에서 택시 함께 쉐어할 인원을 모아준다는 걸 확인했고, 3일전부터 사장님께 위챗으로 이날 택시 투어 명단에 올려달라고 요청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전날, 4명 인원으로 위챗 단톡방이 만들어졌고 택시타고 내일 어느 어느 여행지를 돌건지, 몇 시 출발한건지 정했다. 나 빼고 다들 의견 확실한 중국인 친구들이었고, 각자 가고 싶은 명소와 뺄 명소를 추려내 우리만의 여행 코스를 결정했다.



숙소는 얼리체크인이라 짐을 맡겨두고 공용공간에 쉬고 있는데, 나와 함께 투어에 참여하기로 한 여성분이 말을 걸었다.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성이었는데, 그녀는 오늘 사진에 잘 나오기 위한 붉은색의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었다. K는 장쑤성에 사는데 남편이 신장 지역에서 장기간 프로젝트를 진행해 자주 신장 지역 왔다갔다 하면서 여행을 한다고. 앞으로 그녀를 K라고 부르겠다.


K는 어제 택시 투어하기 전에 투루판 박물관 가보자고 제안했다. 마침 어제 휴관이어서 못간게 아쉬웠던 참이라 흔쾌히 응했다. 투루판 박물관은 실크로드와 투루판 역사를 다루는 박물관인데 이 곳이 유명한 이유는 미이라가 있기 때문. 사막 건조 기후로 인해, 약 3200년전의 미라를 볼 수 있는 곳이다. 남미여행하면서도 종종 이런 자연 미이라 전시를 봤기 때문에 크게 놀랍지 않은데 현장에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무서워했다.

IMG_3421.HEIC

박물관을 둘러 본 후, 남은 2명과 합류했다. A와 C는 항저우 출신으로 그 곳에서 같이 학교를 다니고 지금은 쇼핑몰 사업까지 함께한다. A는 약간 톰보이 느낌으로 털털하다면, C는 섬세했다. 중국어 발음도 여자 성우처럼 우아하고 이후 투어 과정 중 내가 잘모르는 역사 문제 등이 있으면 이를 쉬운 말로 자세히 설명해주곤 했다.

IMG_3438.HEIC

A가 사온 커다란 낭을 함께 뜯어먹으며 우린 택시를 기다렸고, "아거"란 별칭을 가진 기사가 곧 등장했다. 아거는 내가 어제 다녀온 포도계곡(푸타고우) 토박이로 서양인이 중국어하는 억양으로 말을 했다. (신장 위구르자치족들은 위구르어가 따로 있어서 이들에겐 중국어는 제2국어인 셈) 종종 신장 지역 여행하다보면 중국친구들이 "너가 위구르족보다 중국어 더 잘해"라며 들었을 정도이니. 나름 중국어가 제1국어가 아닌, 유일한 두 사람으로서 난 오히려 아거가 말하는 내용이 또박또박 잘들렸다. 종종 K와 A,C가 말이 빨라지고 내가 모르는 내용을 말할 때, 난 조수석에 앉아 아거에게 위구르족에 대한 시시콜콜한 질문을 하며 호기심을 충족시켰다.



화염산과 테마파크

투루판 지역은 한창 관광지 개발 중이다. 중국 관광지개발이 들어갈 수록 불안한 것은 그냥 자연 그대로 두면 아름다울 것을, 굳이 테마파크, 셔틀버스, 포토존 등을 설치해 비싼 입장료를 받는다는 것.

근데 정작 내부에 들어가면 20분도 안되서 다 둘러보는 게 다다. (중국은 대부분 관광지 입장료가 상당히 비싸다) 화염산 테마파크도 대표적인 사례. 일단 화염산에 왔으니 테마파크 앞에 설치된 거대한 파초선 모양의 온도계에서 인증사진을 찍는다. 테마파크 내에는 아거도 "저기 40위안(8천원)내고 들어가봤자 서유기 동상이랑 사진 찍는 게 다야" 하면서 만류했다.

IMG_3456.HEIC

테마파크 자체보다는 마치 불이 그대로 산으로 굳은 듯한, 그 건조함이 텁텁하게 느껴지는 화염산 그 모습 자체가 멋있다. 워낙 규모가 커서 차타고 지나가면서 넋놓고 보게되는데 파도처럼 밀려오는 듯한 이 뜨거운 산은 실제로 저 산 어딘가에 칠선공주가 있을 거 같은 상상을 하게 된다.


테마파크 앞 파초선 온도계에서 여행 인증사진을 찍고, 화엄사 뒷산 바위 절벽에 위치한 만불궁(万佛宫)이란 곳을 방문했다. 뭔가 역사가 되게 오래된 곳인가 했는데, 새로 만든 불상들과 내부 화려한 10000개의 부처 탱화들이 이질감이 들었다. 실제 종교유적지라기 보단, 건물이 이국적이라 사진 찍기 좋은 대표적인 명소였다. 여기저기 개발의 흔적이 보이고, 서유기 인물 동상도 놓여져 있어서 테마파크의 일부 같은 느낌이다. 기념품 파는 상인에게 물어보니 완포궁이 요즘 SNS 사진 핫플로 유명해져서 공사하고 개발중이라고.


IMG_3615.HEIC

만불궁보단 원래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곳이 근처 천불궁(千佛宫)이지만, 대부분 도굴 당해 거기 가도 아무것도 볼 게 없다는 아거의 말에 우린 그저 과감하게 패스하기로 했다.


투루판에 비가 오다니



아침부터 날씨가 다소 어두워서 "비오는 거 아니야?"라고 혼잣말 했는데 운전하던 아거가 코웃음을 쳤다. 투루판의 1년 강우량이 얼마인지 아냐고. 워낙 건조한 곳이라서 투루판의 일년 강우량은, 다른 중국 도시 한시간동안 내리는 강우량보다 적다고 한다. 가끔 비가 온대도 1분-2분 찔끔 내리고 끝나는 경우가 많아서 비가 오는지도 모르는 게 투루판 사람이라고.


그런 아거의 확언에도 불구하고, 차를 타고 이동하는데 창문을 타고 흐르는 빗방울 수가 점점 많아지더니 우산을 쓰고 다녀야할 정도로 비가 꽤 많이 내리기 시작했다. 우리가 아거를 질책하자, 그는 능청스럽게 반응했다. "와, 1년에 한 번 있을 투루판의 비를 경험하더니. 너네는 정말 행운이구나"


고창 고성 (高昌故城)

기원전 1세기경 고창국이란 도시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후 640년 당나라 군대에 의해 정복되어 당나라의 서역 통치의 거점이 돈 곳. 서유기 삼장법사의 모티브가 된 현장법사는 서역 가는 길에 이 곳에 머물렀는데, 고창국에서 현장법사를 환대하며, 극진한 대접을 했다고 한다. 현장법사 여기서 정착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지만, 인도로 가야한다는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결국 고창국가를 뒤로한 채 떠났다. 17년 후 현장법사가 다시 이 곳에 돌아왔을 때 이 국가는 이미 망해서 폐허가 됐다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IMG_3774.HEIC

한 때 중국과 중앙아시아, 인도 문화가 만나 번영했던 국가의 말로는, 지금은 그 터와 성벽 위주로 남아 있다. 규모가 상당히 크고 그늘 한 점 없는 땡볕이라 걸어서 돌아다니는 건 거의 무리였기 때문에 사실상 내부에서 운영하는 셔틀카를 타고 주요 포인트에서 내려서 고성 가이드 설명을 듣고 하는 방식으로 투어를 진행했다. 조금 더 구석구석 보면서 이야기를 듣고 싶었는데, 우리가 추가금액을 내고 현장에서 신청한 이 가이드 해설 투어는 그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크게 세 네 군데 포인트에 방문해, 내부 화살자국이 나있는 벽 등 흔적과 간단한 역사를 해설하는 게 다였다.

IMG_3780.HEIC

물론 가이드 해설없이 돌아다니면, 그저 오래된 흙벽과 돌덩어리로만 여겨졌을 거라 울며겨자먹기로 신청한건데 시간이 멈춘 듯한 이 문명 잔해를 너무 단편적으로만 둘러본 것 같아 다소 아쉽다.


마자촌 (麻扎村)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마자촌. K가 마자촌에서 일몰 보는 것이 좋다고 해서 마지막에 방문한 건데, 비가 오는 바람에 석양은 물건너 갔다. 이름이 독특해서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데, 마자가 아랍어 mazar로, 성인의 무덤을 뜻한다고. 이슬람 성묘 주변에 형성된 마을인데 지금도 위구르 족들이 살아가고 있는 곳이다.

IMG_4004.HEIC

흙벽돌로 만든 전통 가옥과 뜨거운 태양을 잠시라도 피할 수 있는 포도 넝쿨을 그늘 삼아 장사를 한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듯한 산 아래 에메랄드빛 모스크 돔이 상당히 독특한 풍광을 만들어낸다. 물론 마을 자체는 지금 이미 상업화되어서 대부분 관광지 대상 기념품이나 포도, 말린 과일, 대추를 파는 가게가 가득찼지만, 돌아다니다보면 여전히 이 곳에서 살고 있는 그들의 생활상을 조금씩 엿볼 수 있다.

IMG_4079.HEIC 포도파는 위구르 아주머니

이 사막같은 곳에서 맛보는 포도 맛은 어떨까? 수완 좋은 아주머니의 포도 호객행위에 A가 먼저 넘어가 포도를 맛보더니 "와 내가 이번 여행에서 먹은 포도 중 제일 맛있다"며 진심으로 행복해했다. 사진찍기를 좋아하고, 감탄을 잘하던 C와 달리, 약간 뚱하게 감정의 변화를 잘 드러내지 않던 A가 가장 함박웃음 짓던 순간이었다. 커다란 포도 한송이를 들고, 마치 라이브방송 판매를 하는 BJ흉내를 내며, 영상찍던 A가 포도를 샀고, 우린 그 자리에서 서로 경쟁하듯 감탄하며 포도를 먹었다. 전혀 포도가 나지 않을 거 같은 이 곳에서 이렇게 큼직한 포도가 나오는 것도 신기한데, 심지어 맛까지 훌륭하다니.


문득, 이 포도로 와인을 만들면 얼마나 맛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슬람교를 믿는 위구르족 마을에서 술을 만들어 파는 것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마치 서유기 일행과 같았던 우리.

서로 좋아하는 것과 성향, 캐릭터가 달랐던 우리의 서유기 같은 1일 여행은 이것으로 끝이 났다. 사실 오늘 둘러본 여행 명소들은 마자촌을 제외하곤, 오히려 실망스러운 곳이 많았다. 그냥 도로 위를 달리면서 보는 화염산 풍경이 제일 멋있었달까. 인간의 간섭을 최소화한 채, 그 자연을 즐길 수 있다면 좋겠지만. 투루판은 오늘도 여기저기 테마파크와 포토존을 만들며 개발중이다.

IMG_4095.HEIC

명소 자체보다는 3명의 중국인 친구와 1명의 현지인 친구(기사 아거)와 오디오 빌 틈없이 수다떨면서 여행한 경험 그 자체가 더 재밌었던 하루. 그래도 투루판의 흔치않은 비오는 날까지 경험했으니 나름 우리만의 특별한 서유기 모험이었다.




월요일 연재
이전 03화기사와 영상통화를 해야 탈 수 있는 중국 시내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