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와 영상통화를 해야 탈 수 있는 중국 시내버스

중국 투루판 여행 01

by 노마

"치키치키차카차카초코초코초"

최소 90년대생이라면 <서유기>하면 자연스레 "날아라 슈퍼보드" 이미지와 함께 이 노래가 머릿속에서 재생되지 않을까. 중국 고전 서유기를 바탕으로 한 만화이지만 전 국민에게 저팔계, 사오정, 삼장법사, 손오공이란 이름을 단단히 각인시켜 준 만화영화이다. 우리가 어렸을 땐 워낙 유명한 만화영화였으니 당연하게 받아들였는데, 종종 여행하다 만난 중국인들이랑 수다 떨다가 "대부분 한국 사람들은 서유기를 알아"라고 말하면 놀라워했다.


물론, "날아라 슈퍼보드"만 보고, 소설 <서유기>를 안 본 사람들이 태반이지만, 어찌 됐건 이 3명의 요괴와 스님이 서역으로 여행을 간다라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지 않나. 나 같은 경우 어릴 적 중국드라마를 좋아하던 언니의 영향을 받아, 중국 드라마 <서유기>를 상당히 재밌게 보기도 했다.


뜬금없이 서유기로 서두를 시작한 이유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 있는 투루판이 바로 <서유기>와 깊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서유기>의 가장 유명한 에피소드 중 하나가 칠선공주와 파초선이다.

Screenshot 2025-12-28 at 6.04.05 PM.png 서유기 삽화 - 파초선을 훔친 손오공

서역으로 향하는 길, 너무 뜨거워서 도저히 지나갈 수가 없는 화염산에 도달한 일행은 이 열기를 잠시나마 끌 수 있는 것은 칠선공주가 가진 파초선이란 것을 알게 되고, 이를 어떻게든 얻어 내 화염산 불길을 제압하고 무사히 지나간다는 그런 이야기. 그 배경지가 바로 투루판에 있다. 실제로 중국에서 가장 뜨거운 곳으로 사막의 온도는 무려 70-80도까지 올라간다는 곳. 사막의 오아시스 도시에 방문하게 됐다.


버스기사와 위챗 친구 추가한 이유


사실 투루판에 도착하기까지 별다른 계획이 없었다. 이 도시에 대한 여행정보가 그리 많이 없어서, 일단 기차역 근처에 여행사가 있으면 그들을 통해 여행정보를 최대한 획득한 뒤 돌아다닐 생각이었다. 그런데, 기차역 바깥엔 그 흔한 여행사 하나 보이지 않아서 당황할 무렵, 난 일단 호텔로 가기 위해 버스를 찾고 있었다.


"투루판 내 주요 관광지를 도는 버스입니다. 한번 보고 가세요. 20위안으로 하루 종일 탈 수 있어요"

주차장의 유일한 여행객이었던 나에게 한 아주머니가 다가와 투루판 관광지 셔틀버스에 대해 설명했다. 투루판 도심 내 관광지 4곳 (포도구, 교하고성, 투루판 박물관, 카레즈 수로, 기차역)을 주기적으로 도는 셔틀버스인데 20위안을 내면 하루 종일 이 셔틀버스를 타면서 쉽게 투루판 도심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위안이면 4천 원 내외로 저렴하기도 하고, 이들 관광지를 택시로만 다니는 것보다 확실히 더 저렴한 가격이다. (투루판 시내는 대중교통이 그리 많지 않다) 이 투루판 관광지 셔틀버스란 개념도 갓 출시한 새로운 서비스 같은 게 구체적인 시간표를 물었는데 그런 건 없단다. 대신 한 시간에 한 대씩 돌아다니고 저녁 7시 막차까지 여유로우니 걱정하지 말라고 영업했다.


그럼 각 여행지마다 내가 언제 타야 할지를 어떻게 알 수 있냐고 하니, 자신의 개인 위챗을 추가해 메시지를 보내거나 전화를 하란다. 그럼 위치가 어디쯤인지, 언제쯤 도착하는지 알려줄 거라며. 버스기사의 개인 메신저를 추가해 언제 오냐고 수시로 물어보다니. 우리나라에선 상상도 못 할 일이지만 뭔가 중국이니까 가능한 시스템인 듯했다. 시간표가 없다는 게 마음에 걸려서 잠시 고민하는데 느닷없이 내 호텔이 어디냐고 물었다. 바이두 지도에 저장해 둔 내 호텔을 보여주니


"아, 여기 우리 버스 지나가는데예요. 그럼 이렇게 해요. 이 버스티켓사면 호텔 근처에서 내려드릴게요. 그리고 호텔에서 체크인하고 쉬다가 나와서 위챗으로 연락해요. 그럼 내가 그때 도는 버스기사에게 연락해 아가씨 픽업하라고 할게요"


어차피 호텔로 택시나 버스를 타고 갈 생각이었는데, 이 버스를 마치 내 개인 숙소 셔틀처럼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아주머니의 끝내주는 영업실력에 넘어가버렸다. 버스에 타서 위챗 QR코드 스캔 후 20위안을 지불한다. 티켓은 따로 없고, 그냥 매번 버스탈 때 이 20위안 결제내역을 보내주면 된단다. 뭔가 오묘하게 허술한데, 인간적인 관광셔틀버스 서비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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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노마드로서 일을 하며 세계여행을 합니다. 한국 환승하면서 암 3기 진단을 받았지만, 치료 후 다시 배낭을 메기 시작했습니다. 뻔하지 않은 여행기를 쓰려고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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