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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 Oct 11. 2021

새벽 3시에 자던 내가 미라클 모닝을 해보았더니

올빼미형 인간의 아침형 인간 도전기 

나는 어렸을 때부터 아침잠이 많았다. 

잠을 자는 총 시간과 상관없이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힘들었고 어머니의 요란한 "밥먹어라" 소리가 아니면 일어나질 못했다. 덕분에 초등학생 땐 집이 학교에서 불과 걸어서 10분 거리임에도 불구, 지각을 밥먹듯이 했다. 이후 중고등학생 땐 지각 역시 출결 현황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를 듣고 항상 아슬아슬하게 1분전 세이프 시전을 했다. 


대학생이 되고 나선 더욱 심해졌다. 10년이 넘게 지속되었던 아침 의무 수업이 없어져서 그런걸까. 난 대학교 1학년 첫 수강신청 때도 아침 수업은 일주일에 딱 2회만 포함시켰고 나머지는 다 오후 수업으로 배정했다. (그 아침 수업도 필수 과목이었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신청했다) 

술을 마신 다음날엔 오전에 일어나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일단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새벽 1~2시까진 기본적으로 달렸기 때문에 집에 가서 뻗어서 자연스레 일어나면 보통 오후 1시는 넘었다. 아침 수업의 결석은 잦아졌고 심지어 2학년 땐 한 과목의 결석만 10회 넘게 해서 자연스레 F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침형 인간으로 바뀌고 싶단 생각을 그 때는 한번도 하지 않았다. 스스로 그건 불가능한 미션이라 생각했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 일찍 자는 것과, 늦게 일어나 늦게 자는 것은 시간의 총량을 따지자면 결국 같은 것 아닌가. 당시 아침형 인간이 지나치게 과대평가됐다는 생각에 분해 "일찍 일어난 새가 벌레를 잡는다"의 반대로 "일찍 일어난 벌레가 새한테 먹힌다"란 말을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 설정으로 해놓기도 했다. 

스스로 나는 밤에 생산성이 가장 좋은 사람이라고 여겼고 아침형 인간 찬양 글을 보면 괜히 속으로 반박하고 싶은 심리만 수백번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지 못하는 대신 난 밤새는 건 누구보다 잘했고 (물론 늦게 일어나지만) 그 새벽 시간대에 혼자 조용히 집중하고 공부를 하건 과제를 완성하곤 했다. 팀 프로젝트할 땐 내가 대부분 발표와 피티 제작을 도맡았기 때문에 낮엔 팀원들이 알아서 자료조사랑 맡은 부분 하게 하고 다 모였을 때 새벽에 혼자 피티 작업을 즐겼다. (변태같은 소리겠지만 난 피피티 만드는 게 진심으로 재밌었다) 


대학교 졸업 이후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난 자정 이전에 자본적이 거의 없다. 그나마 스타트업 위주로 커리어를 시작했기 때문에 출근 시간은 오전 10시였다. (이후 내가 다닌 모든 회사 역시 오전 10시 출근 시각이었다.) 그래서 거의 새벽 1~3시에 자서 오전 8시~9시 사이에 일어나 출근을 하는 게 내 일상이 되었다. 


나는 30년동안 이렇게 올빼미형 생활을 해왔고 새벽에 일어나는 경우는 아침일찍 여행갈 때나 아주 중요한 것을 준비할 때 (대회 등이 있을 때)가 아니면 거의 없었다. 



이렇게 본투비 올빼미 생활을 하던 내가 요즘 아침 6시에 일어나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처럼 조금 더 알찬 생활을 하기 위해, 미라클 모닝 붐이 불어서 등등의 계기로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난 사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스페인어 공부"를 하기 위해 아침에 일어나야 했다. 


나는 취미로 3개국어를 계속 공부하고 유지하는 사람이다. 앞서 내 브런치를 본 독자분들이 있다면 아시겠지만 영어와 중국어에 진심이며 요즘엔 스페인어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난 시험이나 취업을 목적이 아닌 스페인어 회화를 위한 것이므로 화상 스페인어가 필수였다. 

문제는 대부분 화상 스페인어 원어민 강사들의 주요 활동 시간대가 새벽이었다. 대부분 중남미 원어민이므로 우리와 시간이 거의 정반대인 셈인데 한국에서의 아침 시간대는 이들에겐 초저녁 시간대이다. 시간 예약하려고 보니 대부분 우리나라 시간 자정에서 아침 9시 사이였다. 원래의 나의 루틴이었다면 자정에서 새벽 2시 사이에 수업 예약을 하는게 맞다. 그런데 내가 저녁에 운동을 하고 난 후 집에 돌아오면 오후 10시반. 그 때 이미 그 날 하루의 에너지가 다 고갈된 상태다. 몇번 자정시간대 수업을 참가했는데 그 날 운동이 너무 힘들었는지, 아니면 내가 피곤해서 그런건지 말이 도무지 않았다. 그리고 강사들도 아침 시간대라 살짝 피곤한 상태인 경우가 많았는데 상호간의 에너지 텐션이 떨어진 상태에서 진행하다보니 나중엔 운동하고 나서 뭔가 피곤하다 싶으면 수업을 취소해버렸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다 보니 조금 안되겠다 싶었다. 나름 매일 매일 루틴 관리를 잘한다고 자부했는데 유독 스페인어 만큼은 달성 실패가 잦아졌다. 


우연히 접한 모닝 루틴 영상에서 "이른 아침은 유일하게 남들에게 방해받지 않고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이란 내용이 기억났다. 맞는 말이다. 아침 시간대에는 변수가 별로 없다. 아직 업무 이메일을 확인하기 전이고 누군가를 만날 일도 없다. 온전히 내가 지배할 수 있는 시간인 셈이다. 물론 같은 의미로 자정 이후 새벽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겠지만 나같은 경우 술을 좋아하기 때문에 술 약속이 있는 날은 결국 그날 새벽은 아무것도 못하는 시간대가 되어버리니, 상식적인 측면에선 아침이 가장 변수가 없는 시간대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게 난 스페인어 수업을 오전 7시에 모두 예약했다. 대부분 수업은 1시간 수업이고 수업별로 요금이 책정, 내가 지각 결석하면 환불이 되지 않는다. 즉 내가 일어나지 못하면 결국 돈이 날라가기 때문에 강제로라도 기상할 수 있는 요인을 만들어주었다. 첫 1주일은 오전 7시 수업을 듣기 위해 오전 5시에 일어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왜냐면 난 화상 스페인어를 하기 전에 보통 그동안 배운 것을 복습 등을 하고 그날 말할 내용을 미리 한글로라도 정리를 하기 때문이다. 초보자들은 더더욱, 한글로라도 무슨 내용으로 이야기할지 정리를 해야 수업 때 스페인어로 말하기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다. 


근데 오전 5시에 일어나는 것보다 더 힘든 것은 자정 이전에 잠을 자는 것이었다. 평생 새벽 1~3시에 자던 사람이 자정 이전에 잔다는 것은 정말 시차 적응 그 이상 힘든 일이었다. 차라리 하루 밤을 새고 피곤한 상태에서 일찍 잠을 자는 게 나을까 했는데 그것 역시 통하지 않았다. 아무리 피곤해도 새벽 1시는 되야 잠에 빠져 들었고 한 4시간 잔후 새벽 5시에 일어났다. 한 4시간 정도 잔 셈인데 첫 주는 나름 정신이 맑아서 "아 할만하네" 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것은 일주일을 넘기지 못했다. 주말을 제외하고 평일 내내 하루 4시간~4시간 30분만 자니깐 처음엔 버틸만하다고 생각했는데 낮시간내에 내가 "생각을 하는 것에 대한 귀찮음"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난 원래 업무를 할 때 이것저것 다양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거나 관성적으로 하는 일이 있으면 조금 더 빨리 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등 매번 변화를 추구해왔다. 그런데 수면 부족한 상태에 이르니 내가 현재 비효율적으로 일을 하고 있는 것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다음에 다음에" 하면서 그저 관성적으로 일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생각조차 하기 싫은 게으른 상태에 도달한 것이다. 

오마이갓. 이래선 안되겠다 싶었다. 차라리 운동 끝나고 집에 와서 컴퓨터, 모바일폰을 일체 보지 않고 책을 보자. 그리고 자정 이전에 잠을 자야겠다 결심했다. 놀랍게도 이는 효과적으로 작동했다. 체육관에서 운동을 끝내고 집으로 와서 씻은 후 책을 읽기 시작했다. 소설 등은 재밌으면 중간에 끊기 힘들어 밤새서 읽게 될까봐 일부러 인문학 관련 책 위주로 읽었다. 그 결과 약 둘째날부터 나는 자정 부근에 잠을 자기 시작했고 요즘엔 오전 6시에 일어나 아침 식사 및 스페인어 예습을 하고 오전 7시에 바로 화상 스페인어를 한다. 아무리 줌으로 한다지만 너무 자다 일어나 흐트러진 모습으론 참석하고 싶지 않아서 그전에 대강의 단장(?)을 다 끝내니 새삼 내가 부지런한 사람이 되었단 생각이 든다. 


여전히 알람시계가 없으면 오전 6시에 일어나는 건 나에게 꽤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써 결제한 수강료를 날리지 않기 위한 일념과 나를 위해 밤늦게 컴퓨터 앞에서 수업 대기를 할 강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알람이 울리지마자 바로 일어나 이불 정리, 샤워를 하는 것으로 거의 프로그래밍 시켰다고 할까. 

예전엔 아이폰 알람을 거의 5분 단위로 맞췄던 것에 비하면 정말 장족의 발전이다. 


지금 약 한달째 이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생각보다 아침에 머리가 잘 돌아간다는 거다. 사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오히려 외국어 공부는 효율이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오히려 복잡하게 말하려고 하는 습관을 버리고 단순하고 정확하게 문장을 말하는데 더 도움이 되었다. 아침이라서 내 사고의 흐름도 조금 단순하게 처리되는 걸까. 


매일 아침 기분좋게 화상 스페인어를 마무리하고 그 날 업무 일과를 시작하면 아침에 큰 테스크 하나를 성공하고 시작했단 마음에 확실히 다음 생산성에도 영향을 미치는 연쇄 작용이 일어난다. 긍정의 선순환이라고 할까. 작은 것이라도 성취를 하나씩 하나씩 이뤄나가면 덩달아 자존감이 높아진다는 것을 실제로 경험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아침형 인간은 항상 과대평가 되었다라고 생각했던 내가 지금은 이를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는 것은 여전히 놀랄 일이다. 물론 모든 사람들에게 "아침형 인간이 되어라"라고 난 강조하고 싶지 않다. 그 강조에 오히려 반감을 불러올 거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확실한 것은 아침에 일어나서 무언가를 하고 그것을 성공시키면 그에 대한 긍정적인 에너지가 그 날 나머지의 일의 생산성과 만족감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동안 올빼미형 인간의 경우는 그 반대인 경우다. 그 날 하루 기분 좋지 않은 일이 있으면 그 날 밤엔 괜히 스트레스 풀고 싶어하는 무언가를 하고 싶은 욕구가 더 강했다. 원래 새벽에 공부하려는 계획도 "아 술이나 마시면서 넷플릭스나 봐야지"하며 다음으로 미뤘던 것처럼. 


만약 설정해둔 루틴을 계속 달성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라면, 그 루틴을 아침에 들고와 제일 첫 테스크로 설정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생각보다 꽤,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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