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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 May 04. 2019

11. 마라탕은 원래 국물 먹는게 아니래

중국인이 마라탕 국물을 절대 마시지 않는 이유 

요즘 마라탕, 훠궈가 확실히 뜨고 있는 음식임이 느껴진다. 

주변 마라탕 집들에 사람들이 줄서서 있는 풍경을 심심찮게 보고, 

훠궈가 궁금하다고 먹으러 갈 때 같이 데리고 가달라고 하는 사람들도 꽤 많이 생겼다. 

확실히 지금 요식업을 한다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마라탕 혹은 훠궈집을 할 것이다. 내 기준에서 보면 마라탕과 훠궈란 물이 들어오는 시기고 이 때 노를 힘껏 저어야 한다. 약 수년전의 양꼬치 같은 느낌이랄까. 초반에는 향신료 등으로 못먹는 사람이 더 많았지만 지금은 제법 대중화되지 않았나. 특히 마라탕 및 훠궈 홍탕의 '마라'는 '맵고 입안이 얼얼하다'라는 뜻으로 매운 맛을 사랑하는 한국인의 입맛에도 제격이다. 

홍대 근처 유명 마라탕집은 좁은 실내임에도 불구하고 빈 자리를 좀처럼 찾을 수 없을정도로 인기가 많다. 자리가 없어도 일단 재료를 골라서 계산을 해야한다. 다른 식당처럼 자리를 먼저 찜하고 재료를 고르고 하는 것을 할 수 없다. 

1년전, 중국 어학연수 가기 전에 한국에서 마라탕과 훠궈에 중독되었다. 인생 첫 훠궈가 하이디라오였는데, 재료가 고급진 건 둘째치고, 나는 그 홍탕 국물이 너무 맛있어서 그 국물을 습관적으로 계속 떠먹었다. 이후 나는 중국에서 중국인 친구들이랑 이 사실을 말할 때 애들이 경악했다. "아니, 훠궈 국물을 먹는다고?"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하이디라오 훠궈에선 일반 국자였다. 그래서 홍탕 국물도 쉽게 뜰 수 있는데 중국은 국물은 절대 뜰 수 없는 구멍이 숭숭 뚫린 국자였다. 처음 중국 도착해서 첫 현지 훠궈를 먹을 때 "아니 나 국물 먹고 싶은데" 하고 그 국자의 불편함에 투덜투덜댔다. 

지금 미리 결론부터 말하면 

훠궈 국물은 절대 먹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그 국물은 모두 동물성 기름이기 때문에 국물을 많이 먹으면 뱃속에서 그 기름이 굳는게 느껴진다. 중국인들이 식후 차를 마시는 습관을 가지는 이유는, 바로 이 기름을 씻겨내리기 위함이 아닐까라고 짐작을 해본다. 

훠궈의 본 고장, 쓰촨 여행갔을 때 특별히 매운 맛 (특라 : 特辣)에 도전했다가 매운 것은 둘째치고 뱃 속에서 기름이 굳는 느낌으로 거북해서 혼났다. 정말 그 때의 더부룩함이란, 내 인생에서 역대급으로 불쾌했던 더부룩함 중 하나였다. 마치 내장에 기름이 끼는 느낌이랄까. (심지어 이 때 국물을 따로 떠먹은 것도 아니다. 여기에서도 구멍 슝슝 뚫린 국자로 인해 국물 떠먹는 것은 불가능했다) 


중국에서는 훠궈가 일종의 '인스턴트' 같은 느낌이다. 비록 가족이나 친지, 많은 사람들이랑 함께 먹을 수 있는 외식의 상징이지만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훠궈를 너무 자주 먹지 말라고 한다. 이상하게 나는 한국에 있었을 땐 훠궈가 되게 건강에 좋은 건줄 알았다. 보이는대로 받아들여서 그런가. 나는 그 홍탕이 죄다 기름인 줄도 몰랐다. 어차피 국물보다는 신선한 재료를 그 기름에 살짝 익혀먹는 건데 몸에 안좋으리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샤브샤브 등을 먹으면서 몸에 안좋아, 이러진 않으니까. 

훠궈는 그래도 국물을 떠먹는 사람이 적다. 

문제는 바로 '마라탕'. 

난 중국에 도착해서 약 한달정도는 3일에 1번꼴로 마라탕집가서 마라탕을 열심히 먹었다. 그 때 나를 포함한 한국인 친구들 모두 국물까지 깨끗하게 싹싹 비웠는데 훗날, 이게 중국인들에게 정말 이상하게 비쳐지는 모습이라는 걸 알게 됐다. 


"중국인들은 마라탕 국물을 마시지 않는다" 


중국인 친구에게 "나 중국와서 한달동안 마라탕 국물 싹싹 비웠어"라고 했더니 박장대소했다. 

믿거나 말거나, 그 친구가 전한 이야기는 이와 같다. 


"중국에서 마라탕 국물까지 다 먹으면 거지라고 생각하는데" 

처음엔 중국 식문화가 싹싹 긁어먹는 문화가 아니라서 그런가, 혹은 원래 국물을 잘 마시지 않는데 국물까지 다 먹는 모습이 낯설어서 그런건가 싶었다. 근데 그것보다 그 친구는 중국 마라탕 국물은 하루종일 각종 재료들이 들락날락 거리는 일종의 기름탕 같은 건데 그걸 먹으면 몸에 굉장히 안좋을 거라고 했다. 


또한 실제로 옛날 유명한 보도가 한번 났었는데 

중국 어느 지역에 매우 가난한 여자 (이 친구는 이 여자를 거지라고 했다.)가 마라탕을 너무 좋아해서 매일매일 마라탕 집에 갔다. 그리고 매일 국물까지 다 마시곤 했는데 그러다 건강이 악화되서 죽었다고 한다. 이 뉴스가 실제로 되게 유명해서 안그래도 마라탕 국물 안먹는 중국인들에게 "마라탕 국물을 먹는 것은 몸에 정말 좋지 않다" 와 "마라탕 국물 다 먹으면 거지" 라는 인식을 심겨준게 아닌가 싶다. 

물론, 모든 중국인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 거다. 근데 적어도 내가 만난 중국인들이랑 음식 문화 얘기 할 때 나는 항상 이 국물 먹는 것에 대해 얘기했고 대부분 "헐 그걸 왜마셔" 라는 반응이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후 나도 마라탕 국물을 마시지 않게 됐다. 

그 매콤하고 얼얼한 맛을 포기하는 것이 매우 아쉽지만, 뭔가 중국에선 정말 마라탕 국물에 뭐가 들어갈지 몰라 중국인들도 안마시는데 나 역시 그걸 마시는 건 조금 찝찝했다. 


한국에 돌아와서 한동안 중국음식을 먹지 않았다. 

중국음식이 질려서가 아니라, 한국에서 중국음식 먹는게 아까웠기 때문이다. 마라탕, 마라샹궈 가격들이 죄다 2~3배 수준이었고, 그마저도 재료도 별로 없다고 해서 별로 구미가 당기지도 않았다. 

그러다가 최근, 홍대 근처 유명하다는 마라탕집에 갔는데 

대부분 사람들이 국물까지 싹싹 다 비운 모습을 봤다. 역시 한국은 국물의 민족이야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라탕 먹을 때 국물 안먹는 습관이 들어, 이젠 국물 먹는 게 어색하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그 맛이 궁금해서 살짝 떠먹어보았다. 


확실하진 않지만,

한국에서 파는 마라탕은 한국 사람들이 국물을 다 먹는 것을 고려해 

사골 육수 등을 베이스로 만든 비교적 건강한(?) 마라탕 국물인 거 같았다. 

내가 맛보기에는 적어도 그랬다. 중국에서 먹는 마라탕 국물이랑 미묘하게 맛이 달랐고 

한국 마라탕은 좀 더 밥이랑 같이 먹고 싶게 만드는 그런 맛이랄까. 


추측건데, 한국에서 파는 마라탕 국물은 먹어도 큰 문제 없이 한국식으로 개량화된게 아닐까. 

그렇다면 중국에서 마라탕 국물을 먹지 않는다고, 한국에서까지 그걸 따를 필욘 없다. 


"중국에선 마라탕 국물 안마셔~~~" 

라며 나름 중국에서 살아봤던 티를 어줍잖게 내다가 

"음, 한국식 마라탕 국물은 괜찮은 거 같애" 

라며 이렇게 태세전환을 해본다. 



참고로 중국은 '국밥'이란 음식 자체가 익숙하지 않다. 국에 밥을 말아먹는다는 것 자체가 그들에게는 상당히 어색하다고. 반대로 한국은 '국밥'이란 음식으로 인해 국물, 탕 문화가 발달한게 아닐까 싶다. 심지어 우리는 라면국물에 밥을 말아먹는 민족아닌가. 

진정, 우리나라 사람들은 국물의 민족이 아닌가 싶다. 

본토에선 먹을 수 없는 마라탕 국물을, 한국에선 먹을 수 있게 만들지 않았는가. 


마라탕 먹기 좋은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쓰촨에서는 여름에 마라탕, 훠궈 먹기 좋은 계절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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