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좋아하는 맛이 현지에선 아닐 수도 있다.
지방 여행할 때 사람들이 꽤 집착하는 맛집 기준이 있다.
"현지인 맛집이냐, 아니냐"
대개 그 곳 현지인들이라면 그 음식에 대한 진정한 맛집을 잘 알것이다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또한 인터넷에 소개해서 갔더니 현지인은 없고 죄다 관광객이더라면서 볼멘 소리하는 경우도 되려 있다.
그렇다면 외지인들이 많은 맛집은 진정한 그 지역의 맛집이 아닌걸까?
현지인들이 자주 가는 맛집은 무조건 맛집이라 할 수 있을까.
나는 이것에 대한 생각을 두가지 기준으로 나눠 정리해보고자 한다.
1) 외지인들이 많은 맛집들은 기존 향토음식을 대중들이 좋아하는 맛 (일반적으로 단짠과 단 맛)에 맞춘 경우가 많다.
2) 그 지역가면 꼭 먹어봐야할 음식은, 그 지역 현지인들도 그리 자주 안먹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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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울은 달다. 적어도 나한테는.
"단짠"
한국인들이 대중적으로 좋아하는 맛의 대명사처럼 자리잡았다.
백종원 선생님이 마리텔 내 슈가보이로 방송인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 그 무렵,
단짠이란 단어도 급속도로 널리 퍼졌던 걸로 기억한다.
나는 단짠을 많이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경상도 입맛, 서울 입맛 이런게 따로 선 가르듯 구분하는 것은 웃기지만
꽤 많은 경상도 출신이었던 사람은 음식이 단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미리 말하건데 이건 선입견일수도 있다.)
차라리 아주 짜거나 아주 싱거운건 되려 잘먹었다.
유독 단 맛이 많이 든 음식들은 서울에 상경한 후에야 자주 접했다.
그래서 나는 입소문난 맛집을 갈 때 그 집 음식이 단 맛이거나 단짠일 경우 입버릇처럼 "서울 맛이다!" 라고 말하게 된다. 내가 생각하기엔 백종원의 맛은 대부분 대중적인 맛에 가장 가깝고 그것은 대부분 단짠, 서울 맛이었다. 물론 100% 서울 토박이 친구들은 가끔 내가 "서울 맛이다"하면 대체 뭐가 서울맛이냐고 핀잔을 주기도 한다.
나는 예전에 여행을 업으로 삼는 사람으로서 우리나라 전국 지방 여행을 하면서 인터넷에서 맛집으로 소문난 지방 맛집과 로컬들이 자주 가는 맛집들을 많이 찾아다녔다. 예를 들어 안동 여행을 간다고 하면, 인터넷에서 추천하는 "안동가면 꼭 먹어야할 맛집"도 가고 안동 택시기사, 숙소 아저씨들이 추천하는 나름 로컬 맛집도 곧 잘 찾아간다. 이 두가지가 확 갈리는 기준이 바로 "단 맛이 있냐 없냐"였다.
인터넷에서 추천하는 "안동가면 꼭 먹어야할 맛집"은 대개 외지인들 입장에서 쓰여진 리스트이다. 보통 블로거, 페이스북을 통해 알려진다. 즉, 외지인들 입맛에 가장 맞는 맛집인데 뭔가 공식처럼 가면 "서울 사람들 입맛에 맞는 그 특유의 단맛"이 느껴진다. 반대로 그 곳에 오래 산 사람들이 추천해준 맛집을 가면 음식에 단맛은 거의 없는 편이다.
그래서 가끔 현지인들이 "아니, 저긴 우리는 다 안가는데인데. 거긴 맛없어~"라고 하며 현지인 맛집과 인터넷에서 유명한 맛집이 갈리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하지만 난 이것은 진정한 '맛집'이냐 아니냐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먹는 사람들이 느끼기에 '익숙하고 맛있는 맛'이냐에서 오는 차이에 따른 결과라고 생각한다.
즉, 현지인이 맛집이 아니라고 해서 그 집이 진짜 맛집이 아닌 걸까?
오히려 현지인이 추천해서 갔는데 실망했다는 것도 자주 볼 수 있다.
단짠을 좋아하는 사람이
단짠을 싫어하는 현지인이 추천하는 맛집간다면 당연히 맛에 대한 의견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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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 지역 사람들이라면 지역의 대표음식 맛집에 대해 잘 알것이다라는 착각
그 지역의 대표적인 음식은 그 지역 사람들도 그리 자주 먹는 음식이 아니거나 가정식인 경우가 많다.
전주 비빔밥과 안동 찜닭을 예를 들어보자.
(안동 사람도 아닌데 계속 안동이 떠오르는걸 보면 안동찜닭이 먹고 싶나보다)
요즘엔 전주하면 떠오르는 먹거리가 다양해졌다곤 하지만 그래도 원탑은 비빔밥이다. 전주에 가서 맛있는 전주 비빔밥을 먹고 싶어서 전주 살던 지인, 고향이었던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보면 대부분 "흠...전주 사람들은 식당가서 비빔밥을 잘 안먹어서. 그냥 집에서 비빔밥 해먹으면 그게 전주 비빔밥인데..." 하고 쉽게 추천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전주가서 전주 비빔밥 맛집을 찾으려면 전주 사람에게 묻는 것보다는 그냥 전주를 여행해서 맛있는 비빔밥을 먹어 본 경험이 있는 외지인에게 묻는 경우가 더 낫다. 때로는 그 지역 맛집을 현지인보다는 외지인들이 더 잘 아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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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찜닭을 들어 또다른 예를 들어보자.
안동의 찜닭골목에 약 30개가 넘는 가게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데 보통 그 골목에 있는 식당 중 한 군데에서 안동찜닭을 먹는다. 여기에서 현지인 맛집이 의미가 없는 이유는, 안동 사람이라고 그 골목에 있는 찜닭 집 모두를 먹어봤을 확률은 거의 희박하기 때문이다. 그들도 어쩌다가 들어간 가게가 꽤 괜찮았고, 그 가게만 계속 가게 된다. 그래서 외지인 친구가 놀러오거나 추천을 부탁하면 그냥 자기가 자주 가던 그 가게로 데리고 간다. 분명 그 집보다 더 맛있는 찜닭집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현지사람이라고 무조건 그 지역 대표 음식 마스터가 되란 법은 없다. 안동 사람이라고 안동찜닭을 엄청 자주 먹겠는가.
오히려 안동 사람들이 진짜 자주 가는 맛집은 찜닭집이 아닐 것이다. 우리가 매일 다양한 음식들 (고기, 회, 파스타, 마라탕,돈가스 등)을 먹듯 그들도 매일 다양한 음식을 먹는다. 그렇다고 외지인 친구들이 안동가서 서울에서도 흔히 먹을 수 있는 "돈가스집"이나 "치킨집"을 찾진 않는다. 어쩌면 진정한 현지인 맛집을 찾는다면 안동사람들이 자주 가는 인기있는 치킨집 가는게 논리적으로 말이 된다.
>>>>>>>> 안동 말이 나온 김에 잠시 언급하자면 안동은 소고기, 육사시미 종류가 정말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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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자면
지방 여행시 '맛집여행'에 대한 기준을 우선 스스로 명확하게 정립해야 한다.
1) 지방 여행의 맛집이 내 입맛에 철저히 맞추는 거라면
현지인들 추천 맛집보다 오히려 외지인들이 만든 맛집 리스트가 더 적합할 수 있다.
(이건 해외 여행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한국인이 추천하는 현지 맛집이 그 곳 현지인들은 잘 안가는 경우가 많다. 이는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맛과 그 곳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맛에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블로그에 포스팅 해놓으면 모두들 그 블로그 따라 가다보니 얼떨결에 한국인 전용 식당이 되는 경우도 많다)
2) 여행 맛집 탐방이 "내 기준의 입맛"이 아닌 "그 지역에서 맛있는 맛"
즉, 현지의 맛을 느끼는 것에 가치를 두는 것이라면 현지인들이 추천하는 맛집, 식당에 가는 것이 의미가 있다. 100% 내 입맛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항상 열어두지만 그 곳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맛을 느껴보고 체험하는 것이다. 즉, 현지 입맛을 탐구하는 여행인 셈이다. 다만, 그 곳 향토음식을 현지인들에게 추천해달라는 것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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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모두가 현지인 맛집에 집착할 필욘 없다.
현지인 맛집이라고 나에게 100% 맛집일거란 보장은 없고
외지인이 많은 식당이라고 진정한 맛집이 아닌 것도 아니다.
맛은 언제까지나 상대적이고 주관적인거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