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마 Apr 26. 2019

08. 앞머리를 못내리는 운명, 앞가마의 슬픔

가르마 아닙니다. 가마입니다. 

아, 이 부분이 나는 남들과 다르구나. 하고 깨달으면서 10년 넘게 간직해온 신체 콤플렉스는 크게 두가지이다. 

하나는 아래의 브런치글에 언급했던 상체비만 및 힙딥. 

운동해도 바꿀 수 없는 체형콤플렉스 (상체비만) https://brunch.co.kr/@bian258/

두번째는 바로 앞가마 이다. 


간혹 앞가마라고 하면 앞가르마라고 여기시는 분들이 계시다. 

가마는 가르마가 아니다. 내 친구들이랑도 얘기하다가 "나는 앞가마가 있어서...심지어 쌍가마라서 앞머리를 내리면 갈라지거나 너무 어색해"라고 말하면 

"나도 있어~"라고 하는데 그래서 보면 앞가마가 아니고 가르마인 경우가 태반이다. 


일단 가마는 가르마처럼 자유자재로 못 바꾼다. 가르마는 자주 갈라주어야 한다는데 가마가 있는 사람은 애초에 가르마를 변경할 수가 없다. 아예 모류가 고정되어있기 때문에 억지로 1:9로 넘겨도 앞머리는 1:9로 절대 넘겨지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가마있는 앞부분은 텅 빈채로 떠있고 금새 돌아온다. 그래서 가마가 있는 사람들의 앞머리는 일명 '소핥은 머리'라고도 불리기도 한다. 

심지어 앞가마 위치가 거의 1:1 가르마에서 아주 미세하게 오른쪽으로 치우친 형태라서 얼굴이 정말 작고 예쁜 사람이어야만 소화가능한 1:1 앞가르마를 울며 겨자먹기로 고수해야할 수 밖에 없다. 나도 다양한 비율의 가르마를 시도하고 싶지만 항상 제자리로 돌아온다. 

이게, 있는 사람만 느끼는 고충이라서 나같이 가마가 있는 사람이거나 미용사가 아니면 이해를 잘 못한다. 이것은 정말이지 꽤나 스트레스다. 

특히 일자앞머리가 유행이었던 중고등학생때는 더더욱 그랬다. 일자로 자연스럽게 앞머리를 내린 애들에 반해 나는 억지로 그리 잘라도 항상 가마 있는 곳을 기준으로 앞머리가 갈라지고 난리를 쳤다. 오랫동안 이게 앞가마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보단, 내가 앞머리 고데기를 잘 못하기 때문이라 생각했고 헤어롤도 해보고, 고데기로 오랫동안 누르다가 태우기 직전까지 가본적도 있다. 


왜 나는 앞머리를 내릴 수 없는걸까. 외모에 항상 관심이 많았던 청소년기와 20대초반까지 이게 가장 큰 고민 중 하나였기 때문에 매번 인터넷 정보를 찾아봤지만 가마 있는 사람 역시 마이너라서 그리 많은 정보가 없었다. 

심지어 앞머리 가발을 산적도 있었다. 근데 그렇게 부자연스러워보일 수가 없었다. 결국 앞머리 가발을 사고 한번도 안쓰고 어디 방구석에 박아두었다가 이사갈 때 버렸다. (나름 유명한 가발 사이트에서 구매했는데, 가발을 정말 티없이 쓰는 사람이 있기라도 한걸까) 

실제로 가마 라는 것은 태아 상태에서 모낭의 뿌리가 피부 속에 뿌리를 내릴 때 그 방향이 정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모낭을 아예 제거하지 않는 이상 사실상 영구적으로 가마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참고로 앞가마는 머리가 짧은 아기일 때 명확하게 드러나는데 앞가마가 있는 부분은 흔히 '소용돌이' 형태로 머리카락이 난다. 즉 소용돌이 모양에 맞춰 모류가 형성되고 이 모류는 바꿀 수가 없다.


당시 검색의 신(?)에 속했던 나는 내 앞가마 콤플렉스가 떠오를 때마다 열심히 검색을 했었고 '모류교정펌'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전국에 제대로 된 '모류교정펌'을 할 수 있는 미용사는 별로 없다면서 성신여대 인근에 있는 한 미용실에서 관련 카페 커뮤니티를 꽤 잘 운영하고 있었다. 나 같은 사람들이 그래도 꽤 있었구나. 그 카페에 있는 게시글들이 내 심정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다만, 이 모류교정펌도 결국 일시적으로 강제로 모발의 방향을 꺾어서 잡아주는 것이기 때문에 영구적인 방법이 아니라 약 1개월정도 지속되는 펌이라고 했다. 그래도 너무 궁금해서, 당시 수원에서 성신여대 인근까지 장거리 원정으로 모류교정펌을 하러 갔다.


미용실은 그리 세련되진 않았지만 나처럼 '모류교정펌'을 위해 원정오는 사람들이 익숙한 듯 자연스레 모류교정펌을 시술했다. 근데 놀랍게도 정말 그 펌 덕분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완벽한 일자 앞머리를 가졌다. (그 때 너무 기쁜 나머지 첫 완벽한 일자 앞머리 셀카도 찍어놓은 것이 아직도 내 페이스북에 있다) 하지만 이 교정펌은 내 가마의 회귀본능을 결국 이기지 못해 한 1주일 정도만 지속되었다. 당시 난 학생이었고 모류교정펌은 한번할때마다 3만원정도였기 때문에 결국 지속적으로 이어나가질 못했다. 근데 이 모류교정펌이 요새는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당시 3개월 후에 다른 미용실에 전체적인 펌을 하러 갔을 때 "앞머리에 뭐했어요? 이런거 하면 되게 안좋은데" 라고 미용사가 지적해준게 생각난다. 뭔가 편법적인 방법이었을까. 정확히는 잘모르겠다. 


요새는 그래도 이런 펌 같은게 꽤 보편화된 거 같다. 

가끔 미용실 가면 미용사들이 항상 내 앞가마를 보고 무슨무슨 펌을 해서 잡아줘야겠네요 하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앞머리를 없애거나 그냥 옆으로 슥슥 넘기게 되면서 더이상 앞머리에 집착하지 않게 되었다. 그래도 여자들이라면 알 거다. 가끔 기분전환하고 싶을 때, 외모에 변화를 주고 싶을 때 앞머리만한 게 없다는 것을. 그래서 아쉽다. 나는 최소한 외모에 변화를 확 줄 수 있는 그런 요소 하나가 빠진 거니까. 


항상 미용사가 앞머리는 어찌해드릴까요? 하면 "앞머리를 너무너무 내리고 싶지만 가마 때문에..."하고 얼버무리게 된다. 여전히 머리의 선택권이 적은 것은 조금 슬프지만 뭐 어쩌겠는가. 

방금 이 글을 쓰면서 잠시 찾아봤지만 여전히 앞가마에 대한 제대로된 교정, 치료법은 없는 듯하다. 

그렇다면 결국 앞머리를 계속 옆으로 넘기는 수밖에. 다만, 앞가마로 인해 가르마 변경도 불가능하니 이대로 가르마 라인 따라 탈모가 생길까봐 걱정이 되긴 한다. 

*예전에는 앞가마 정보가 정말 별로 없었는데 그래도 요즘엔 앞가마 있는 연예인! 포스팅이 생길정도로 꽤 정보가 많아졌다. 아오이유우도 앞가마라니. 그래서 앞머리가 없구나. 근데 그건 아오이유우니까. 


여튼, 선천적으로 앞머리를 내리고 싶어도 못내리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 

그것을 말해주고 싶었어요. 앞가마, 심지어 쌍가마 있으신 모든 여성분들에게 위로를 전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