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부 엄마와 놀부 아빠- 놀부가 기가막혀

by 미스리
제비네 식구들 어디로 가라고 집을 없앤디아! 제비새끼들 어디서 자라고 없앤디아! 인정머리라곤 하나도 없는 놀부 양반아!


마당 주차장 기둥 아래 제비가 보금자리를 튼 뒤로, 그 아래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물겋고 하얀 제비똥이 비 오듯 떨어졌다.


안사람 흥부 부인의 차는 매일같이 똥 세례를 맞아 얼룩이 가득했다. 결국 그 모습을 보다 못한 집주인 놀부 씨는 부인의 차를 지킨다며 사다리를 들고 와 제비집을 철거하려 했다.



바로 그때, 제비네 식구들의 강제 이주가 시작되려는 찰나에 흥부 부인의 불호령이 번갯불처럼 떨어졌다!


그 순간 놀부 씨는 졸지에 수많은 무뢰한 수식어를 한 몸에 받으며 맹비난의 표적이 되었다.


“무정한 놀부,”
“제비만도 못한 인간,”
“어린 새끼들 내쫓는 파렴치한”


놀부씨는 그저 기가 막힐 노릇이다. 놀부가 기가막혀!


F (감정형) 흥부 부인의 눈엔, 봄마다 어김없이 처마 밑으로 찾아오는 엄마 제비가 신기하고 애틋하다. 작은 부리로 흙과 지푸라기를 물어 와 터를 고르고, 알을 품고, 새끼들에게 먹이를 나르고, 비행을 가르치다 가을이면 남쪽으로 떠나는 그 순환이 자연의 신비로 보인다.



반면, T (사고형) 놀부 씨의 눈엔, 왜 하필 이 집에 찾아오는지부터 이해가 가지 않는다. 왜 굳이 주차장 처마에 집을 지어 주차장을 변기 삼는지, 짹짹거리는 소리는 시끄러운 소음일 뿐이다. 눈을 뻐끔히 뜨고 주변을 둘러 보는 제비 새끼들은 부담스러운 불청객일 뿐이다. 그에게 제비 엄마와 새끼는 자연의 신비도, 정겨운 손님도 아니다. 그저 “불청객 1+1”일 뿐이고, 해결책은 명확하다. 집을 없애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게 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흥부 부인은 차를 치우며 기꺼이 주차장을 제비 가족에게 내어주었다. 그리고 제비집 아래 담요를 깔아두며, 혹여 새끼들이 떨어질까 매일같이 노심초사했다.

‘저 미물도 자기 새끼를 이리도 잘 건사하는구나…’


그런 생각에 매일 감동하며 제비들을 바라보았다.


흥부 부인의 기세에 눌린 놀부 씨는 뒷짐을 지고 관망할 뿐이었으나, 마음 속으로는 ‘다신 오지 말거라, 이놈들아…’ 하는 레이저를 조용히 발산하며 제비들이 남쪽으로 떠나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던 어느 가을…

제비 가족들의 짹짹 노래 소리가 멈췄다. 집은 비워졌고, 제비들은 떠났다.


하늘을 올려다보던 흥부 부인의 눈엔 금세 눈물이 고였다.



다시 오거라… 내년 봄에 꼭 다시 오너라. 기다릴게!

그러곤 인터넷에서 제비들의 장거리 남행 비행 경로를 찾아보며, 자연에 순응하는 그들의 본능에 또다시 감탄했다.




이듬해 3월.


“짹짹—찌르륵, 찌르륵…”



처마 밑에서 들려온 그 소리에 흥부 부인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뒤에서는 여전히 못마땅한 표정의 놀부씨가 팔짱을 끼고 서 있다.




극과 극의 성향을 가진 놀부 아빠와 흥부 엄마의 삶 속에서 벌어진 일화였다.


내년 봄, 그리고 여름이 되면…


저 멀리, 서쪽 미국에서 딸 제비와 손자 제비까지 날아올 거라는 소식은 아시려나 모르겠다.


“짹짹—찌르륵…”


나 또한 동쪽 한국으로 날아갈 채비를 해본다. 수천 리 바다와 바람을 넘어 “찌르르륵… 가자!”


그리고, 우리는 서로를 떠올리며 생각한다.


'우리에게 우리가 없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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