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들의 공통적인 고민이 있다면 모아지는 글에 대한 책 만들기, 즉 출간일 것이다.
적어도 나는 언제부터인가 책 출간을 두고 무척 고민을 하였다.
독자보다 작가가 많은 시대, 만인이 작가인 시대에 책을 내는 데에는 전처럼 의미가 없다.
저렴한 말로 아무개나 책을 내는 세상에 스스로 걸어 들어가서 자멸하고 싶지도 않다.
그런데 왜 출간이 하고 싶은 것일까, 무려 3년 동안
나는 책의 출간을 두고 고민하였다.
가장 명분이 서는 것은 일 년에 한 번 브런치에서 운영하는 출간프로젝트에 작품을 응모하여 당선되는 것이다. 처음 몇 번은 내 글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히 있었던 터라 겁 없이 응모하고 행여나 발표소식을 기다렸다.
지금까지 당선된 작가들의 글을 보면 평범한 일상 속에서 관찰하고 사색하는 나의 글과는 너무나 먼 우주밖의 소재들로 쓴 글이 당선권에 들었다.
나는 절대 그들의 반열에 들 수 없다는 걸 아는데 또한 3년이 걸렸다.
칠전팔기는 내 인내심이 극복하지 못하는 숫자다.
자존감이 더 떨어지기 전에 포기하는 게 좋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출간의 욕심은 포기가 되지 않았다. 묵혀두고 나이만 먹는 내 글들이 안쓰러웠다. 돈 많은 부모 만났으면 멋들어진 양장본으로 휘감고 세상에 나왔을 텐데, 기다려봐라 내 자식들아,
나는 수도없이 많은 출판사에 출판청탁을 의뢰했다. 출판제의를 정중하게 거절하는 답장을 보내주는 '갑'은 그래도 작가를 존중하는 출판사다. 묵묵부답, 어떤 출판사는 아예 메일도 열어 보지 않았다. 그런 경우, '갑'도 되지 못하고 망한 사업자라 생각하는 게 마음이 편했다.
그러다가 한 출판사와 연이 닿았다. 종이책에게 미안하지 않을 만큼의 부수와 출판사와 작가의 고충을 잘 섞어 적당히 분배한 내돈내산 출판이다.
출판사와 계약서를 작성하고 오는 길에 전철을 탔다.
자신들이 만든 책이라며 출판사에서 준 수필집을 꺼내 읽으려는데 뭐냐 , 이 어색함은?
그때서야 나는 전철 한량의 좌석이 모두 48석인 줄 처음 알게 되었다.
양쪽 창가로 나란히 마주 보고 앉은 서른여섯 개의 좌석과 양끝에 세 명씩 앉을 수 있는 노인석까지,
이 많은 좌석에 앉아있는 승객 중에 무릎에 책을 얹고 있는 사람은 단 한 명, 나뿐이었다. 앉아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서 있는 승객들도 모두 핸드폰에 머리를 묻고 있다.
"응답하라 1998"
내가 첫수필집을 출간했던 1998년 만해도 전철 안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았다.
어느 날 퇴근길에 내 앞에 앉은 어느 분이 책을 읽고 있었다. 어딘가 낯이 익은 책의 표지를 자세히 보니 내 첫 수필집이었다.
그날의 부끄러움이란, 마치 나를 알아보기라도 할까 봐 멀찍이 자리를 옮겼던 기억이 난다.
지금 내 모습은 나 혼자 세월 저쪽에서 온 듯한 느낌이다. 갑자기 내가 무슨 일을 저질렀나?라는 생각이 든다.
출판사 측에서는 전자북으로도 작품집을 만들어 준다고 했지만 나의 종이책들은 어쩌란 말이냐,
내가 아는 어느 작가는 한여름 광화문 귀퉁이에서 자신의 책을 펼쳐놓고 팔았다고 한다.
책은 거저 나눠주면 그 속에 담긴 진실까지 쉽게 여겨 소중함을 잃기 때문이라고 했다.
독자가 읽지 않은 종이책은 처음부터 만들지 말아야 하는 것일까?
그럼에도 내가 출간을 하려는 것은 책을 만지고 넘기고 접어서 표시해 두는 아날로그 감성을 지닌 독자들이 아직도 남아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얼마 전 내 생일에 책 두 권을 선물로 받았다. 그는 내가 식물가꾸기를 좋아한다는 걸 알았던지 제주도에서 텃밭을 가꾸며 사는 이야기가 담긴 책을 선물했다.
책이 아니라 나와 정서가 닮은 친구를 소개해 준 것 같아 무척 고마웠다.
이쯤 되면 종이책을 출간해도 되는 이유가 충분하다.
그럴 리 없겠지만 다시 한번 내 책을 읽는 독자앞에서 부끄러워 숨는 순수한 작가가 되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