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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반대다

by 연희동 김작가

.새벽 네시, 병실의 침대에서 눈을 떴다. 입이 바싹 말랐다. 아마 내가 울고 있었던 것 같다. 악몽을 꾸었다.


커튼칸막이가 쳐진 좁은 병실의 침대를 볼 때마다 젊은 날 딸과 함께 떠났던 유럽배낭여행을 상기하며 그곳에서 묵었던 단출한 숙소에 비하면 이곳은 호텔급이다라고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생각은 긍정적이지만 몸은 정작 그렇지 못했다. 병원에서 나오는 환자식을 전혀 받아들이질 못했다 수 없이'환자출입금지'라는 굴욕을 참으며 식당가에서 음식을 사들고 라운지에서 해결한다.


남편을 간호할 때는 중환자와 같은 호실을 쓰는 환자들의 고충을 몰랐다. 아주 모른 건 아니었다. 기저귀를 갈 때라든지 석션을 할 때는 창문을 환기시키고 방향제를 뿌려 혹시라도 모를 악취와 소리에 대하여 민감했었다.

같은 환자끼리 서로 배려해야지... 누군가 터트릴 불만에 대하여 항상 준비해 둔 말도 품고 있었다.


중증환자의 주변은 항상 분주했다. 나는 병실에 있는 시간을 어떻게든 줄여보려고 휴게실이나 라운지 등을 떠돌아다녔다. 링거를 팔에 꽂고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마트에 줄을 서 있으면 평상복을 입은 사람들은 늘 안쓰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괜찮다. 누구나 갑자기 환자가 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 또한 매미처럼 허물을 벗게 될 테니까,


저녁이 되어 침상에 누우면 더욱 낯설어진다. 누군가 고통스럽게 바라보았을 천정의 무늬, 무거운 커튼. 무심하게 밝혀주고 있는 등, 철침대의 차가운 감촉, 무거운 침묵을 받쳐주었을 베개등...

이런 것들이 내가 꾸는 악몽의 원천이다. 꿈은 잠재적 의식의 표출이리는 프로이트의 말이 맞다면 오늘 새벽에 꾼 꿈은 그것과는 전혀 무관하다.


눈을 떴을 때 새벽 네 시라는 숫자가 내가 꾼 꿈과 맞물려 더욱 두려움이 엄습했다. 밖으로 꺼내 말하고 퉤 퉤 퉤 세 번 침을 뱉으면 괜찮아질까

악몽에서 빨리 헤어나고 싶었다.


'당신이 꾼 꿈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다는 길몽입니다.


펫지티피가 길몽이라고 한다. 그럴 리가....


오후 늦게 남편의 문자를 받았다. 오늘 남편이 첫걸음을 떼고 1m를 걸었다고 한다. 9개월 만의 쾌거다. 너무 기뻐서 누구에게라도 이 소식을 알리고 싶다. 그리고 내가 꾼 꿈의 이야기도...


요는 꿈은 반대라고 하는 우리 민족의 속설이 대학자 프로이트의 연구보다 더 정확하다는 이야기다.


참 이제는 새벽에 꾼 내 꿈이야기를 발설해도 되지 않을까?

남편이 죽는 꿈이었다. 로켓처럼 빠른 속력의 그 무엇이 남편을 치고 달아나는 꿈,


꿈은 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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