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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씨 Aug 25. 2023

극한에서야 선명해지는 마음


"1분 뒤 심장이 터질 수 있으니 빨리 유언하세요!"


고명환(개그맨이자 배우이자 사업가이자 작가)이 34살에 15톤 트럭과 교통사고가 났을 때 들은 말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그는 개그맨이자 배우이자 사업가이자 작가이자 죽기 1분 전의 마음을 아는 자이다. 


죽음의 콧김을 느끼는 순간 끌려다니며 살았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자기가 끌려다닌 줄도 모른 바보냐고? 우리는 그저 열심히 살고 있다고 믿을 수 있다. 내 욕망이 아닌 걸 내 욕망으로 착각할 수 있다.


어떤 마음은 극한에서야 드러나고 선명해진다. 내 마음인데도 평상시에는 진짜 내 마음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방어기제의 경비가 삼엄해서 일 수도 있고 충분히 품을 들이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모른 채 혹은 찜찜하지만 덮어둔 채 살다가 어느 날 서늘하게 깨닫는다. 그리고 삶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어쩌면 그 사고는 고명환을 찾아온 험상궂게 생긴 행운일지도 모른다. 심장이 터지지 않고 두 번째 삶이 시작됐을 때 그는 '끌려다니지 않고 내가 원하는 삶을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단 하나의 질문으로 꽉 찼다. 당시 한쪽 눈만 뜰 수 있었는데 그 답을 찾고 싶어서 한쪽 눈으로 책을 읽어댔다고 한다.



나라면 남기고 싶은 말이 아니라 혼잣말이 터질 것 같다.


"억울해."


누군가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지독한 혼잣말이다. 유언이 혼잣말이라니. 억울하다는 말이 욕지기처럼 치밀어 오른 뒤 속마음이 딸려 나온다.


"혼자 떠나 보지도 못하고…."


간 적도 없는데 그리운 여행. 나랑 단둘이 하는 여행. 꼭 한번 해보고 싶지만 해본 적 없는 여행. 무릅쓰고 갈 수도 있었지만 가지 않아서 갈 수 없게 된 여행. 저기 가능성이 지나간다. 그리고 암전. 나는 눈을 뜨고 삶으로 돌아온다. 눈물이 핑 돈다.


운 좋게 나도 고명환과 같은 질문 앞에 선다. 끌려다니지 않고 내가 원하는 삶을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 내가 용기를 내면 그 여행이 내게 귀띔해 줄 거라는 걸 느낀다.


'이건 내 삶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불쑥불쑥 든다면 지금 눈을 감고 죽음 앞에 서보시기를. 죽음의 콧김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이. 무엇이 선명해지나요?


YOU ONLY LIVE ONCE




추신.


지지고 볶고 살아도 죽음 앞에선 사랑한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다고들 하지만, 저때는 한 해를 통틀어 가장 음습한 시기를 지나고 있었기 때문에 억울한 마음이 앞섰습니다. 진흙탕에서 나오고 보니 툭툭 털고 나올 수 있는 게 아니라 저벅저벅 꽤 오래 걸어 나와야 하더군요. 진흙탕이란 애당초 그렇다는 걸 알았다면 마음이 한결 편안했을 것 같아요. 여기서 나갈 수 있을까? 싶은 지점에서 한참 더 걷다 보면 마른땅이 나옵니다. 진흙탕에 있는 분들께 드림.




고명환 인터뷰

https://youtu.be/u6 ZLVMFG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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