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서 살아남기
주섬주섬 오늘도 취준책으로 가득한 검은 백팩을 매고 스터디카페로 향한다.
걸어가는 길에 출근복 입은 사람들이 회사로 향하는 모습이 유독 잘 보인다. 피곤한 표정, 하지만 말끔한 옷차림에 갈곳이 있다는 점이 부럽다. 나도 언젠가는 저런 직장인이 되겠지. 해야될 공부를 되새기며 스터디 카페로 향한다. 건물 1층의 컴포즈커피에서 커피를 주문하고 기다린다. 하루 중 유일하게 행복한 시간. 수중의 적은 돈으로 내가 원하는 커피를 마실수있는 행복이라니! 취준생이라도 이정도 사치는 괜찮겠지..! 그런말도 있잖아... 소, 소확행...!!
벌써 1년 됐다. 서류-필기-면접의 굴레.
한 단계라도 탈락하면, 처음 부터 다시 시작해야한다. 그리고 이 기회는 1년에 단 두번 밖에 주어지지않는다.
한해가 마무리되어가던 겨울, 너무 간절하게 스터디 카페에서 필기 결과를 확인했다. 결과 버튼을 누르는 순간, 글자를 읽지 않고 멀찍이 화면만 봐도 이제는 안다. 탈락
너무 간절했던 나머지 결과를 확인하자마자 스터디카페에서 울었다.
서류 합격, 필기 탈락, 서류 합격, 필기 탈락. 필기에서 조차 합격이 안되는 첫 취준 1년을 보내며 안되는건가 싶었다. 너무너무 추웠던 겨울이였다.
다시한번 생각해봤다. 왜 은행에 가고싶은거지? 안정성과 만족스러운 급여. 그래- 다시한번 도전해보자.
여느때처럼 새로 시작된 상반기 공채에 지원했고, 취업준비를 이어나가고있었다. 그 중 한 금융권에서 필기 결과 발표가 났지만, 결과 확인이 도무지 두려웠던 나는 확인을 안하고 있었다. 어느 날, 그 회사로부터 신체검사를 하라는 문자가왔다. 너무 놀라서 필기결과를 급하게 확인했는데 결과는 합격. 믿기지않았다.
처음 합격이라 너무 놀라서 가족과 남자친구에게 전화해서 이 상황을 공유했다. 부모님은 필기 첫 합격만으로도 너무 기뻐하셨다. 부랴부랴 면접 일정을 보니 신체검사 이후로 단 3일밖에 남지않았었다.
신체검사를 빨리 마치고, 면접준비에 돌입했다. 첫날은 면접 준비, 둘째날은 모의면접, 마지막날은 최종면접이였다. 첫날 예상면접을 스크립해서 최대한 답변을 만들어봤다. 그리고 남자친구의 도움으로 둘째날에 다른 은행의 인사팀장님과 모의 면접할 기회를 가질수있었다. 나름 준비를 한다고했는데 모의면접에서 멘탈이 탈탈 털려버렸다. 70%의 자신감이 0%가 되었다.
회사에서도 어쨌든 같이 일하고싶은 사람을 뽑는거예요.
대망의 최종면접날, 모의 면접 이후로 탈탈 털려버린 멘탈을 잡고 정리해놓은 자료를 보면서 면접장으로 향하고있었다. 아직도 정리 안된내용이 많았고 내 정신이 어디에있는지 모르겠는 상황이였다. 그때 운전하시던 엄마의 한마디,
그냥 너를 보여줘, 너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보여줘
그 한마디에 모든게 한곳으로 집중되는 느낌을 받았고, 마음이 차분해졌다. 보던 자료를 넣고 라디오 음악을 들으며 창밖을 봤다. 눈빛과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들었다. 면접장에 도착해서 엄마와 인사를 나누고, 이어폰을 꽂으며 viva la vida 노래를 들으며 건물 위에서 면접장으로 향하는 다른 지원자들을 보고있었다.
무언가 가슴 속에서 끓어오르는 느낌을 받았고, 내가 어떤사람인지 보여주고싶어 미치게 흥분됐다. 자신감은 120%였다. 하지만 겸손함 속에 그 끓어오르는 눈빛을 숨기려했다.
다대면접, 4명의 심사관, 5명의 최종후보.
말그대로 휘몰아치는 바다에서 신나게 서핑했다. 내 답변은 막힘이없었으며 핵심을 관통하는 답변을 임기응변으로 해낼때마다 속으로 '그렇지, 이거지' 라는 생각이 멈추지않았다.
수 없이봐서 이제는 머릿속 딱지가 되어버린 그 많은 정보들이, 내가 원하는 순간 적절하게 융합되어 자신감 있는 태도로 내 입에서 나왔다.
면접이 끝나고 함께 면접을 봤던 분들께서 내가 합격할거같다고했지만, 끝나고 나서는 사실 잘 기억이 안나서... 떨어지더라도 필기 합격한거에 감사하자는 마음이였다.
문과.. 취준힘들다더니, 긴 터널에 있었던거같다.
처음 탈락할때는 부족한게 많으니까 그려려니 받아들였지만,
합격할때쯤이 되어서도 합격이 되지않았을때는 정말 미쳐버릴거같았다.
좌절의 순간을 여러번 겪고 나서야 최종합격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