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안에 정년 연장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하였다. 수년간 가능성은 관측되었지만 현 정부 들어서서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안 그래도 사이가 안 좋던 청년층과 중장년층은 또 한 번의 격동의 세대 갈라 치기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입사한 지 19년 차에 접어드는 나는, 저 법이 통과된다면 아마도 정년을 보장받게 될 예정이다. 원래는 15년 후에 퇴직할 예정이었던 내가, 이제 20년 후에 퇴직을 하게 된 것이다. 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조기 은퇴를 꿈꾸는 직장인이었지만, 최근에 생각을 바꾸어 회사가 날 내쫓지 않는 한 최대한 회사에서 버티기로 마음먹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지배적인 이유는 '어딜 가서 이 나이에 내가 이 정도의 돈을 벌 수 있을까?' 하는 내 능력에 대한 회의감이 짙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지간하면 조용히 모든 것을 기회비용으로 감수하며 최대한 보장된 정년만큼 이곳에 출근을 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곧 나가게 될 줄 알았던 간부급들(60년대 후반부터 70년 초반생)의 정년도 함께 늘었났다는 것. 그들이 퇴직하지 않는 한 나는 50대가 되어서도 간부급은커녕 중간관리자급 한번 되어 보지 못하고 내내 지금처럼 말단 실무자만 하다가 퇴직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 배부른 소리다. 그나마 정년도 보장받지 못하는 직장도 많은데, 승진자리 막히는 염려 따위야 호강에 겨워 요강에 똥 싸는 소리라고 하겠지...
아무튼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신입직원을 덜 채용하게 되는 것도 당연한 수순. 남편회사만 봐도 6년 만에 신입이 들어왔다던데, 이제 우리도 그렇게 되겠지... 사원 평균 연령도 엄청 올라가게 될 것이다. 보통의 회사에서 가장 주력인 연령대는 30대 후반~40대 초중반인데, 아마 그것도 곧 50대 초중반까지로 늘어나겠지... 노안이고 뭐고 여전히 문서더미에서 허덕이고 있는 50대 중반의 내가 눈에 선연하다.
물론, 너무 빨리 시대가 바뀌고 있으니 현재의 기준으로는 어떠한 것도 예측할 수 없다. 5년, 10년, 15년 뒤, 그 시대가 막상 도래하면 우리는 다 필요가 없어지고, 오로지 지금의 청년층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 많이 생겨 어쩔 수 없이 회사를 떠나야 할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겠지.
일하다 조금 늦어진 점심시간에 구내식당에서 혼밥을 하면서 이런저런 상념에 젖어 있다가, 어쨌든 서로 미워하고,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느라 보내는 시간과 에너지를 조금 더 아껴서 자신에게 투자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자신에게 하는 투자 중 가장 소중한 건 '사람'인 것 같다. 결국 인생이란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과 하루하루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게 전부니까, 가족들과 친구들과 동료들과 서로를 보듬고 도우며 마음 넉넉한 할머니가 되어가고 싶다.
오늘 구내식당 메뉴 : 육개장, 혼합잡곡밥, 메밀전병, 양파장아찌, 뮤즐리멸치볶음, 봄동나물, 깍두기
나는 오늘도 야근인데, 남편도 야근이라 해서, 염치 불구하고 또 딸의 친구네 집에 아이를 맡기기로 했다. 슬기엄마 고마워. 역시 사람이 사람을 돕는다.
그래, 나는 노동 자니까, 점심도 든든하게 먹었으니까... 또 일하자, 일, 개미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