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 자체가 원래 힘든 거다.

by 채운

정기 감사 시즌이다. 나는 최근 징계대상이 될 뻔했다가 겨우 혐의를 벗었다.


사건은 대략 이러하다. 때는 2022년 9월, 감사에서 꽤 이슈가 되었던 중대한 컴플레인 건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이 2025년 10월 까지도 해결이 되지 못한 것이 드러난 것이다. 그래서 올해 감사에서 그 건에 대한 당시의 후속조치 담당이 누구였는지, 엄중 문책 후 징계 하라는 윗선의 지시가 떨어진 것이다.


내가 징계대상으로 이름이 오르내리게 된 사유는 이러하다. 나는 2023년 3월에 해당 부서로 발령받게 되면서 그 부서의 총괄담당 업무를 수행하게 되었고, 총괄담당 업무 중 하나가 전년도 감사지적사항들에 대한 후속조치 결과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당시 내가 제출한 결과보고서에 해당 컴플레인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없이, 그런 유형의 컴플레인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 보완을 완료하였다는 내용으로 보고 후 완결처리 한 것이다.


왜냐고? 나는 해당 특정 컴플레인 건에 대해서는 전혀 들은 바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왔을 때는 이런 유형의 컴플레인이 지속되고 있으니 방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 외에 해결해야 할 특정 컴플레인 건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를 전임자로부터 인수인계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차년도에 전년도 감사결과에 대한 후속조치 한 사람을 문책하라고 했으므로 네가 직접 윗선에 좌초지종을 설명하고, 징계받을 각오도 하라는 것을 감사총괄 국장님으로부터 직접 전달받았다. 황당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일에 대해 무슨 좌초지종을 설명하라는 말인가...? 나는 일단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당시의 히스토리를 역추적해보기 시작했다.


복잡한 히스토리들이 있었지만 생략하고, 결론만 말하자면... 내가 오기 전에 이미 2022년 하반기에 그 건은 '처리불가'라고 여러 차례 검토되어 상부보고가 되었고, 일단락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다만 그 당시의 그 판단은 매우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판단이었으며, 해당 부서에서는 이제라도 처리해 줄 수 있는 적극적인 방안을 재모색 중이라는 소식도 들었다. 그리고 문책과 징계의 대상 또한 부서 총괄업무 담당자가 아닌, 당시 직접적인 해당 컴플레인 업무 담당자가 될 것이라는 소식도 들었다. 이로써 나는 자유로워졌다.


하지만 이 사건의 정리과정에서 들었던 내 감정은 아직도 혼탁하다.


내가 아니어서 다행이긴 하지만, 왜 실무자만 징계의 대상이란 말인가? 그런 결정을 하기까지에는 부서장, 국장, 실장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결심확인체계가 엄연히 존재한다. 설사 그 방안이 소극적이고 방어적이며 잘못된 판단이었을지언정, 그러한 결정을 실무자 혼자서 했을 리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례는 회사에서 종종 있다. 나에게 너 징계대상이 될 거라고 경고해 준 국장님 조차도 '과장, 국장, 실장이 뭘 알겠냐고, 실무자가 책임져야지'라고 분명히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은 다른 부서에 와서 전혀 다른 업무를 하고 있어서, 당시 사건을 알 것 같은 사람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항상 위기의 상황에서 진짜 나의 사람과, 아닌 사람이 확실히 구분이 되더라. 진심으로 안타까워서 뭐라도 도움이 되어 주려는 사람과 자기한테까지 불똥이 튈까 봐 기억나는 거 하나도 없다고 주저주저하는 사람 등


회사는 정말 정글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곳에서 악착같이 꽤 괜찮은 사람으로 버티고 살아남아야지.



오늘 구내식당 메뉴 : 닭칼국수, 꽈리고추어묵소시지볶음, 부추양파무침, 겉절이 + 후식 꽈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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