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폈다 진다

by 오롯하게

꽃이 폈다 진다.

맺혀진 봉우리 안에 숨어있던 매끄러운 꽃잎들이 위에서 떨어져 톡톡 머리를 건드리는 차가운 이슬들과 따뜻하게 머리 위를 덥혀주던 햇살과 간질간질하게 스치고 지나갔던 바람들이 궁금해

하나 둘

조금씩

천천히

그렇게 곱디고운 얼굴을 세상 밖으로 드러낸다.


우리네 인생사를 참 많이도 꽃의 삶에 빗댄다. '오랜만에 보니 얼굴이 폈구나' 라며 꽃이 활짝 피어남을 보듯 말하고 두 자릿수 나이의 숫자가 5라도 넘어간다 싶으면

'아 나도 이제 꺾였다'라며 잔디밭 위의 들꽃 한송이가 꺾여나가는 모습을 보듯 말한다.


이 세상에 많은 것들이 모두 비슷한 삶을 사는 듯 하다.

꽃 한송이만 봐도 언뜻 알 수 있다.

넓은 들판 위에 내려앉은 씨앗일 수도 있고, 아스팔트 틈 사이로 간신히 내려앉은 씨앗일 수도 있다.

비가 충분히 내리고 따뜻한 햇빛이 풍족하게 내리쬐며 간질거리는 바람들도 문득문득 찾아오는 곳 일수도, 언제 내릴 지 모르는 비에 맘졸이며 먹구름에 감춰진 해를 보려 긴 모가지를 아무리 빼도 그 흔한 바람조차 불어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아주 가끔 내려오는 비에 누구보다도 행복한 마음을 가질 수 있고,

햇빛을 기다리며 목을 빼고있는 순간

문득 찾아온 간질거리는 바람의 방문은

그 어느 때보다도 따뜻한 포옹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꽃이 그러하듯,

꽃을 찾아가는 햇빛과 비와 바람과 하늘이 그러하듯, 우리네 인생도 그렇게 문득 찾아오는 행복에 더 큰 마음을 가질 수 있는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