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롯하게 Mar 31. 2016

꽃이 폈다 진다

꽃이 폈다 진다.

맺혀진 봉우리 안에 숨어있던 매끄러운 꽃잎들이 위에서 떨어져 톡톡 머리를 건드리는 차가운 이슬들과 따뜻하게 머리 위를 덥혀주던 햇살과 간질간질하게 스치고 지나갔던 바람들이 궁금해

하나 둘

조금씩

천천히

그렇게 곱디고운 얼굴을 세상 밖으로 드러낸다.


우리네 인생사를 참 많이도 꽃의 삶에 빗댄다. '오랜만에 보니 얼굴이 폈구나' 라며 꽃이 활짝 피어남을 보듯 말하고 두 자릿수 나이의 숫자가 5라도 넘어간다 싶으면

'아 나도 이제 꺾였다'라며 잔디밭 위의 들꽃 한송이가 꺾여나가는 모습을 보듯 말한다.


이 세상에 많은 것들이 모두 비슷한 삶을 사는 듯 하다.

꽃 한송이만 봐도 언뜻 알 수 있다.

넓은 들판 위에 내려앉은 씨앗일 수도 있고, 아스팔트 틈 사이로 간신히 내려앉은 씨앗일 수도 있다.

비가 충분히 내리고 따뜻한 햇빛이 풍족하게 내리쬐며 간질거리는 바람들도 문득문득 찾아오는 곳 일수도, 언제 내릴 지 모르는 비에 맘졸이며 먹구름에 감춰진 해를 보려 긴 모가지를 아무리 빼도 그 흔한 바람조차 불어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아주 가끔 내려오는 비에 누구보다도 행복한 마음을 가질 수 있고,

햇빛을 기다리며 목을 빼고있는 순간

문득 찾아온 간질거리는 바람의 방문은

그 어느 때보다도 따뜻한 포옹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꽃이 그러하듯,

꽃을 찾아가는 햇빛과 비와 바람과 하늘이 그러하듯, 우리네 인생도 그렇게 문득 찾아오는 행복에 더 큰 마음을 가질 수 있는것이라 생각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