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그런 날이 오긴 오겠지

생각의 연속

by 오롯하게

생각에 대한 몸의 반응이 감정이라는 툴레의 말에 번뜩 정신이 뜨이는 기분이다. 과도하게 복잡해진 생각에 한껏 어지러워진 머릿속이 몸과 마음을 혼란스럽게 한지 한달째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되었을 지도.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눈치도 챌 수 없을 정도로 매일 덫에 걸린듯 한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딱히 교류를 하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도 없다. 하나 둘 그렇게 사라지고나니 혼자 고립된 시간이 처음에는 반갑기만 했는데 그게 또 지속되다보니 사람이 입을 다물게된다. 언젠가 가장 친한 친구가 ‘너는 하루에 오만단어정도를 말해’라고 했던 말이 무색할 정도로 요즘은 입을 닫고산다. 말을 안하다보니 안그래도 줄어든 교류나 대화같은 것들이 없어지고 그러다보니 감정을 느끼고 싶어져도 그 어떤 감정도 느낄수가 없다. 그러다보니 그게 또 생각이 감정이되서 덫에 걸린 느낌이 계속 드는게 아닌가 싶다. 모든걸 내려놓고싶고 또 그러다가도 할 것들 또는 해내야 할 것들 투성이 예를들면 내년에 서른을 맞이하는 인생계획이라던지 당장 다음달부터 늘어나게 될 월세 뭐 그런것들이 거대하게 몸집을 부풀리고 내 앞에 떡하니 서있다. 그러면 또 끊이지 않는 생각들. 생각들의 연속.


평소에는 보질 않던 드라마들을 이제는 보지 않으면 그 허전함을 이루 말할수가 없다. 내가 직접적으로 느끼지 못하지만 느끼고 싶은 감정들을 거기서 얻는다. 한 것도 없이 길었던 하루에 대한 한탄이나 왜 내가 사는 이 사회는 치열하고 빈틈없이 사는 것만이 멋진 삶이라고 이야기하는가. 에 대한 토론. 뭐 그런것들을 이야기하고싶은 친구의 부재라던가, 그에 따라오는 무형의 위로같은 말들. 혹은 머릿속을 꽉 채우고있던 생각을 잠시나마 잊게해주는 어이없이 웃어버리게 만드는 언어유희 말장난 같은것들의 그리움. 그런 것들을 죄 드라마에서 얻게 되버린 것이다. 애초에 독립을 할때 집에 있는 얼마 되지 않는 시간동안 TV만 보게 되는 것이 싫어 라디오를 들으며 그 시간들을 메워왔다. 그래 이거지 하며. 근데 그게무슨 소용일까. OTT의 발전으로 핸드폰, 아이패드, 맥북 그런 것들만 있으면 모든 것이 다 TV가 되어버리는 세상에 살고 있으니 말이다. 8살이나 된 할아버지 맥북이 요즘 이를 감당하기 벅찰 것이다. 언제 뻑나갈지 몰라 두렵기만하다. 물론 그렇게 되면 보지 못할 드라마들에 대한 그리움.


요즘 하고 있는 생각들을 나열해보자면 일단 기본적으로 돈을 많이 벌고싶은거다. 당장 다음달부터 배로 늘어나게되는 월세를 걱정하다보면 지금도 얼마 하고있지 않은 소비를 더 줄일 순 없으니 모으는 돈을 줄여야하는데 그렇게 되면 또 돈은 언제모으나. 언제 모아서 집사고 차사고 좀 여유롭게 살수있나. 까지 이어지고 그러다보면 누군가를 만나 결혼하는 일은 꿈도 꿀 수가 없다. 그러면 또 외로워진다.

두번째. 돈을 많이 버는것도 그런데 하루 중 가장 긴 시간을 보내는 회사가 무의미해지자 그 시간들이 아까운 것이다. 이왕이면 하루중 가장 긴 시간을 유의미한 시간으로 채우면 좋을텐데, 하면서. 그리고 사실 그게 맞다. 허송세월 낭비하는게 얼마나 사무치게 억울한가. 그래서 이번에는 이왕 가는김에 열정적으로 일도 해볼 수 있고 연봉도 높이면서. 그런데를 찾으려니까 내 역량이 한참 모자란가 싶은 생각에 또 우울한 감정을 ‘몸’에서 만들어내고. 뭐 이런것들의 연속이다. 그럼뭐야. 결국 낮은 연봉과 내가 힘써 벗어나지 못하면 무의미한 시간들로 하루를 보내게 하는 비전없는 회사의 탓인가.


근데 이게 또 힘을 영차영차 내서 열심히 한 포트폴리오가 나는 나름대로 만족했는데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또 좋은 회사로 넘어가기에는 한참 부족한가 싶기도 한거다. 그래서 이걸 더 발전시키고 더 열심히 만들어야한다. 이미 우울감으로 가득 차버린 몸뚱아리를 밧줄로 동여매고 질질 끌고가야하는데 그게 너무 힘이든다.


두어달쯤 뒤, 와 진짜 그때 나 너무힘들었잖아. 인생이 끝난 기분이었다니까? 하며 호호호 웃으며 만족스러운 연봉을 받고 유의미한 시간들로 하루를 채울 수 있을 열정가득한 회사에 다니고 있길. 바랄 뿐이다. 그런날이 오긴 오겠지. 그런 날이 거의 다 왔긴 왔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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